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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롭고 재미 있는 글을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글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창조경제 관련하여 뉴스에서 디자인이 살 길이라다, 등의 기사가 연이어 나오던 시기였죠. 아래 글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웹사이트인 '디자인db'에 소개된 '디자인 거품의 시대'란 해외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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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자인의 영역이 모든 창작 활동을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고 디자이너들이 세상의 온갖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작금의 상황에서, 루카스 페어베이는 디자인이 도저히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디자인은 더 이상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만 해도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떤 목적에 복무하는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유럽 본토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드물게 사용될 뿐이었다. 당시 디자인 작업은 ‘포름헤빙(vormgeving)’을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이는 글자 그대로 ‘형태를 부여하는’ 일을 의미했다. 내가 졸업할 때 받은 학위 증서의 어디에도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데, 바로 그 학교가 이제는 디자인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전에 ‘디자인’은 스타일 상의 위치를 나타내는 용어였다. 알레시는 ‘디자인’ 커피포트를 생산하였으며, 디터 람스는 브라운사의 ‘디자인’ 전자 제품들을 탄생시켰다. 미술관 매장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특수한 제품들, 대체로 모더니즘적인 외형의 제품들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였던 것이다. 당시에 디자인은 여전히 형용사로 사용될 뿐, 동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디자인이며 어디를 가나 디자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앵글로색슨의 세계에서는 디자인이 모든 종류의 창작 분야를 아우르는 용어였다. 이후 이러한 정의가 대중성을 얻게 되었고, 이제는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우산이 모든 창작 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모든 것이 디자인이며, 어디를 가나 디자인이다.
이러한 의미론적 승리와는 별개로, 이제 디자인 분야의 대중성은 다른 분야들을 흡수 및 동화시키고 있을 정도이다. 더 이상 디자인의 범위는 인테리어나 그래픽, 제품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제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푸드 디자인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리하여 디자인 사고나 서비스 디자인까지 등장하게 된 오늘날에는 디자인의 최종 산물이 서비스나 사고방식, 절차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이렇게 디자인의 범위는 공정, 유통, 판매, 조직 등을 포괄할 정도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제 디자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별안간 디자인 업계 내부의 논의 역시 차이보다 동질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엇이 디자인이고 무엇이 디자인이 아닌지조차 의견이 모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제는 디자이너들이 해결사가 되었다.”
예전에는 조각조각 이어져 있던 디자인의 영역이 방대하고 말끔한 하나의 독립체로 변모하였다. 디자인이 바로 지금의 모습처럼 계속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디자인 관련 서적과 잡지는 잘 팔리고 있고, 디자인 제품이나 서비스 역시 대부분 그러하며, 경제 위기가 디자인 부문에 미친 타격은 건축 부문에 비해 훨씬 미미하다.
디자인은 혁신적 생산 기법 및 방식의 영역에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작업과 통찰력을 탐색하고 있다. 디자인은 인터넷 경제의 성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의 가동은 디자인의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터페이스 및 인터렉션 디자인이 그 일부분을 이룬다. 이렇듯 디자인은 변화하는 세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제 그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예전에 건축가들이 받았던 신뢰에 비견할 만하다. 과거에는 건축가들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즉 건축가란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비전을 지닌 사람이자, 미적 가치관의 문제에 있어 일정한 경향을 설정하는 존재였다. 건축이 전후 시대의 담론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삶의 양태가 어떠한지, 사회는 어떻게 조직되는지 건축가들이 형태를 통해 표현해주었다.
“이제 디자인은 많은 사회적 과제를 요구 받고 있다.”
요즘은 디자인이 이와 유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많은 사회적 과제들을 요구 받고 있으며, 개별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수의 도구들 역시 이제 디자인의 영역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많은 긍정적 함의들이 이제는 디자인으로 이관되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 비전을 지닌 창의적인 존재, 미적 가치관의 문제를 선도하는 존재는 이제 디자이너들이다.
디자인의 중추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라는 용어에 이토록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된 적은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창의적이란 얘기는 그저 그런 칭찬으로 여겨질 뿐, 그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창의성 그 자체만으로는 긍정적 특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질보다는 양, 창조나 재창조보다는 효율성과 조직화를 훨씬 더 강조하던 시대에 창의성이 무슨 목적에 기여할 수 있었겠는가?
“커져만 가는 디자인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충족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창의력을 투여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창의성과 혁신은 성장을 위한 새로운 핵심 개념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혁신 작업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창의력과 혁신의 힘이야말로 우리만의 진정한 차별적 자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더 싼 값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인도는 더 싼 값에 기계를 돌릴 수 있지만, 당분간 우리의 창의력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이전에는 불필요한 여분의 것으로 간주했던 자질에 갑자기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이제는 너무 지나쳐서 비현실적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실질적으로는 모든 디자인 분야가 무방비 상태이다. 사람들은 마음껏 자기 입맛대로 ‘디자인 사상가’나 ‘소셜 디자이너’를 자처하며, 해마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서너 개씩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이 무분별하게 증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의 질은 더 이상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디자인에 대한 기대와 전망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 베이징의 스모그 문제도, 아프가니스탄의 지뢰 문제도, 서구 도시 빈민가의 심각한 사회 문제도 디자인이 전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져만 가는 디자인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충족될 수 없다. 우리는 디자인 거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거품이 터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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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페어베이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술가 겸 큐레이터. 디자인 분야의 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베를린 바이센제 예술대학(Weißensee Kunsthochschule) 제품 디자인 부문의 객원교수이며, 디자인 비평 작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프루이스 베카르트 프로그램(Pruys-Bekaert Programme)의 공동 발기인이기도 하다. 블로그 ‘루카스 베를린(Lucas Berlin)’을 운영하고 있다.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
재인용: 한국디자인진흥원 웹사이트(http://www.design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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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이 흥미로운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어떻게 디자인이 남용되고 오용되어 가는지에 대한 현재의 스냅샷을 보여준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이 블로그의 중심 주제인 '브랜드'가 남용되고 오용되어 영향력이 사라져가는 이유를 찾는 하나의 거울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하죠.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획기적인 테마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예상엔 빅 데이터가 될 것 같긴 합니다만, 과거보다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유에는 브랜드 전문가, 실무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오·남용이 있습니다.
처음 브랜드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브랜드는 그저 마케팅의 새로운 관점 정도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브랜드는 기업전략이 되었고 또 어느 순간엔 기업 철학, 미래 비전 등 기업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브랜드 거품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죠. 뭐,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기업의 마케팅 과정 중에서 디자인이 기여하는 가치 창출 부분이 증대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자인이 모든 것일 수 없죠. 기본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마케팅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인은 그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나타내거나 쉽게 이용하거나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하위 영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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