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메시지, 기억
간단한 기억 테스트를 하기 위해 당신에게 아래와 같은 단어들을 보여 주고 기억해 보라고 합니다.
침대, 휴식, 깨어 있는, 피곤한, 꿈, 잠이 깨다, 잠깐 눈을 붙이다, 담요, 꾸벅꾸벅 졸다, 수면, 코를 골다, 낮잠, 평화, 하품, 졸리다
인간의 기억에는 몇 가지 파악된 원리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짧은 시간 동안 기억하는 단기 기억에는 마법의 7이라는 숫자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대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5를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2의 수준으로 정보를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전화번호는 기억하기 편리하도록 7자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우편번호 역시 미국은 5자리, 한국은 6자리(사실 이것은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인 것입니다.
이런 기억의 한계가 명백히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력이 명확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한 번 기억한 내용은 정확히 간직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편견이 마케팅 분야, 특히 브랜드 구축에 있어 문제를 일으킵니다.
당신의 기억은 정확한가
자, 그럼 원래 테스트로 돌아가 볼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앞에서 제시된 단어 중에 몇 개를 기억해낼 수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6~7개 정도 기억해낼 것입니다. 혹은 그 보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습니다.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질문입니다.
"상단의 단어 목록에 '잠자다'가 있었나요?"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잠자다'가 있었다고 응답합니다. 응답자 비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사람들이 '잠자다'가 있었다고 기억하는가 입니다.
그 이유는 먼저 제시되었던 단어들이 '잠자다'라는 단어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관 단어들을 사람들이 기억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억 목록에 저장되어 있던 '잠자다'라는 단어가 활성화되었고 이로 인해 여러분들은 '잠자다'가 제시되었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컨셉, 그것은 기의가 아니라 기표다
여기 상당히 성공한 광고 캠페인이 있습니다.
이 광고 속 브랜드는 <진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는 <진심>이라는 의미를 갖기 위해 광고한 것일까요?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를 말할 때 '진심 아파트'라고 얘기할까요? 아닙니다. 위 브랜드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아파트' 혹은 '살고 싶은 아파트'라는 의미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런 의미를 갖기 위하여 택한 연관어 중 하나가 <진심>인 것입니다. 이것은 기호학에서 말하는 기의와 기표의 차이와 같습니다.
브랜드 전략 수립이나 포지셔닝 설정, 광고 컨셉 개발 등의 업무를 진행할 때 종종 이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포지셔닝이나 컨셉으로 제시된 용어를 외부로 드러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달리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세일즈맨인데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물건을 팔 때 난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혹은 이 제품은 믿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믿어 줄까요? 만약 여러분이 물건을 사야할 고객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소비자가 핵심이다
마케팅이나 브랜드 관련 업무, 아니 기업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입니다. 그렇다고 소비자는 기업의 종사자와 다르다는 편견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마케터나 광고전문가도 소비자입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는 일반 소비자와 동일한 행동을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인, 마케터들은 일을 할 때면 고객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편견을 보입니다. 세부적인 정보에 집착하며 이런 좋은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탓합니다.
정작 깨달아야 하는 것은 기업인들이나 마케터들입니다. 보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혜택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여러분처럼 세세하게 약관이나 속성 리스트를 읽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의 브랜드가 얻고자 하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도 그렇게 손쉽게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혜택은 직접적으로, 브랜드 의미는 간접적으로!
Copyrights ⓒ 2013 녹차화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