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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사례연구] 펩시의 CSR이 성공했는가?

속빈갈대 2013. 4. 1. 03:30

최근 흥미로운 책제목 『상식 파괴의 경영 트렌드 28』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 현업에서 실전 마케팅을 하고 계신 여러 저자들이 실무에서 겪는 문제의식을 갖고 쓴 책이라 나름 재미 있고 생각해 볼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특히, STP나 포지셔닝이 반드시 필요한지, 브랜드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내용들은 매우 도발적임에도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볼 주제일 것입니다.

 

이 책 4장 "착한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라"에 펩시의 CSR 활동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2010년 펩시가 슈퍼볼 광고를 포기하고 그 예산으로 CSR을 활용한 마케팅 "Refresh Everything"을 실행하여 '기존 슈퍼볼 광고 대비 차별화되고 우월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0년 1분기와 2분기 모두 순수익과 영업이익에서 광고 효과로 추정되는 매출 증진의 효과'를 보았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사례를 접했을 때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내용은 재미있는데 2월 전후로 집행한 기부 프로모션으로 바로 그 분기와 다음 분기 매출이 올랐다는 점이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세히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2010년 펩시, 그리고 현재

 

사실 이미 펩시는 2004년부터 매출에서 코카콜라를 앞지르고 2005년부터 시가총액과 순이익에서도 넘어섰습니다. 규모면에서 코카콜라보다 훨씬 큰 기업이죠. 게다가 좌측 자료에서 보이는 것처럼 펩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성장하는 기업입니다. 이것만 본다면 위 책의 주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콜라 시장만 본다면 위의 주장은 틀립니다. 2010년 미국 탄산음료 시장 자료를 살펴보면 Coke가 1위(17.0%), Diet Coke가 2위(9.9%)이고 Pepsi는 3위(9.5%)로 내려앉았습니다. 게다가 더 안좋은 것은 펩시의 콜라시장 점유율이 매년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위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집행하지 않았던 슈퍼볼 광고를 2011년 들어 다시 집행하기 시작했고, 2011년 펩시의 CMO였던 질 베로드는 사직했으며, 이후 CMO 직위 자체가 사라지고 마케팅 부서 자체도 탄산음료, 비탄산음료, 글로벌 3가지로 분리했습니다. 2012년에는 펩시의 CEO인 인두라 누이는 8,700명이란 대량 해고를 통해 확보하게 될 3년간 15억불을 마케팅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펩시의 진짜 성공 이유와 숨겨진 위험

 

사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넘어선 가장 큰 이유는 비탄산음료 시장으로의 다각화에 있습니다. 2000년에 인수한 퀘어커오츠의 게토레이나 다른 과일 음료, 과자 및 기타 식품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성장을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의 속성상 콜라 부분의 마케팅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펩시라는 브랜드는 콜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게토레이가 스포츠 음료 시장에서 선전을 한다고 해도 엄연히 펩시와 구별되는 게토레이 브랜드가 펩시 브랜드에 기여하는 역할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2006년에서 2011년까지 펩시 주가는 고작 2%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코카콜라의 주가는 50% 가까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주가뿐만이 아니죠. 2013년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Best Global Brand 100 순위에서도 코카콜라는 1위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펩시는 22위 순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이나 순익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라는 측면에서 보면 코카콜라에 한참 뒤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원인은 브랜드의 기본인 콜라 시장에서의 약화 때문이란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물론 펩시의 경영진들도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다시 위 책에 소개된 펩시의 성공 사례로 돌아가보죠. 진정 펩시의 "Refresh Everything"은 성공한 캠페인일까요? 정말 소개된 것처럼 즉각적인 매출 증대 결과를 낳았을까요?

 

그 이후 벌어진 몇 가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Refresh Everything" 캠페인은 그 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여름부터 펩시는 "Summer Time is Pepsi Time"이란 대대적인 TV광고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게다가 이 광고에는 코카콜라의 대표적 캐릭터인 산타클로스를 등장시켜 다시 코카콜라와 정면 승부에 나선 것입니다. 게다가 슈퍼볼 광고도 다시 재개했습니다. 기존 펩시의 지지층이었던 젊은 세대에게 다시 어필하기 위해서 미국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X-Factor 스폰서쉽도 체결했죠.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해 보면 위 책에 소개된 것처럼 "Refresh Everything" 캠페인을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출 효과란 것도 세부적으로 분석해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케팅 서적들은 많은 성공 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너무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인 정보로 성공 여부를 판단합니다. 때로는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상당 수는 성급한 판단이거나 잘못된 정보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마케팅 서적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인 사례보다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에 기반한 사례 소개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성공이나 실패를 판정하려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마케팅 활동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에게도 보다 가치 있는 마케팅 서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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