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고문구가 도움이 될까
지난 번 "더 많은 정보와 평가가 투자수익을 향상시킬까" 글에서 지나친 정보는 오히려 소비자 정보처리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아예 무시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 분야 중 하나인 인지심리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선택적 지각'이라는 주제로 해당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 그 결과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사실로 귀결되곤 합니다.
① 너무 많은 정보는 모두 처리되지 않는다. 가장 주목 받는 정보만 기억될 뿐
② 정보처리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주목(attention)을 받아야 가능하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현대카드 '레드'의 광고와 담배 경고문구 관련하여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대카드 레드
현대카드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기존의 관행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현대카드가 다시 한번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레드 카드 광고와 관련된 것입니다.
워낙 개성이 강했던 '레드' 카드의 서비스를 개선하여 새롭게 광고를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에는 여신전문업법에서 규정한 필수 삽입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참조. 2012년 12월에 개정된 여신전문업법 12조 5항에 의하면 "개인을 상대로 한 상품 광고(온라인, 지면, 방송, 라디오 등 포함)를 할 때 과도한 카드 사용에 대한 경고문구나 최고이자율,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명기"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경고문구는 기존에 보험이나 증권 광고에 주로 사용되던 것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예상되는 위험에 대하여 최대한 사전에 정보를 주었다는 의미로 채택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험상품 광고나 주식/펀드 상품 광고에 그런 경고문구가 삽입되었다고 해서 불완전 판매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보험이나 증권 광고를 보면 경고문구는 거의 구석에 보이지 않을만큼 형식적으로 삽입되어 있어 과연 그것이 효용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현대카드는 이번 광고에 대해서 하나의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필수 경고문구를 제외했다고 말했습니다. 뭐, 위 광고가 예술성이 높은지 아닌지는 전문가의 영역이겠죠. 하지만 이를 통해 근본적으로 금융상품 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저 기업과 행정부처가 책임 회피를 위해 형식적인 경고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고객 가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광고 속에 경고문구 삽입하는 것보다는 실제 판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담배 포장의 경고문
최근 국내에서도 담배포장 경고문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경고문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아시아경제)
위 비교 사진에도 나오지만 국내 담배포장면에는 상당한 비중의 경고문구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배경색과 조형물, 레이아웃의 영향으로 그 경고문구는 정확히 지각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해외 담배포장에는 거의 전면에 경고성 이미지와 경고문구가 삽입되어 있어 선택적 지각을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포장 자체가 경고문구라 인식할 정도입니다. 그런 이유인지 위와 같은 포장을 사용한 국가에서는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담배포장의 경고문이 효과적인 이유는 경고문구의 크기와 강인함이란 아트워크적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고문구가 구매시점에 노출되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사실 광고 속에 아무리 강하게 보여진다고 해도 그런 경고문구가 보험이나 증권 상품 구매시 기억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유용성이 없겠죠.
현대카드 '레드' 광고가 금융상품의 경고성 문구에 대한 재논의를 촉발시킬까요? 아마도 그렇게까지 되기에는 힘들 것입니다. 판매자/관리감독기관의 법적 책임이란 이슈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이런 논의와 효용성에 대한 의문 제기가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자유로운 금융광고 제작 환경과 보다 효과적인 경고문구 제시 시점의 기준이 수립되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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