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경영과 그 이면
세계 IT산업의 거물이자 혁신의 상징인 Google. 이 기업의 명성을 더욱 유명하게 해준 것 중 하나가 바로 비공식적인 모토인 "Don't Be Evil"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말로 악행을 통하지 않고도 좋은 일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 Google 엔지니어들의 의지 표현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Google은 모든 정보의 공개, 표현의 자유 존중 등으로 전 세계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많은 이들이 자국 메일 서비스에서 Gmail로 변경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Google은 유럽연합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 관련해서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여러 가지 브랜드 명성을 해치는 활동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불황이 장기화되고 OECD 주요 국가들이 탈세 방지 및 세수 증대 활동을 하면서 Google 등의 조세 회피 기법 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 샌드위치를 곁들인 더블 아이리시 커피(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기법
유럽의 어느 나라, 예를 들어 체코에 있다고 가정한 특정 기업이 구글에 광고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체코, 혹은 인근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있는 구글 자회사에 광고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날아오는 청구서의 발송지는 '구글 아일랜드(Google Ireland Ltd)'입니다. 체코의 기업이 아일랜드 기업에 지급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구글 아일랜드는 징수된 광고비를 특허권 사용료로 결제합니다. 바로 구글이 갖고 있는 광고 관련 특허들에 대한 지급입니다. 그리고 이 지급처는 '구글 네널란드 홀딩스(Google Netherlands Holdings BV)'입니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입니다. 하지만 구글 아일랜드가 구글 네덜란드 홀딩스에 거의 대부분을 특허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글 아일랜드가 아일랜드 정부에 내는 세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구글 네덜란드 홀딩스는 네덜란드 정부에 얼마나 세금을 낼까요?
구글 네덜란드 홀딩스는 특허료로 벌은 돈의 대부분을 다시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Google Ireland Holdings Ltd)'로 송금합니다. 그런데 이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의 소유자는 버뮤다에 위치한 구글 자회사들입니다. 버뮤다의 구글 자회사들은 아일랜드 조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습니다(버뮤다는 가장 유명한 조세 회피 지역 중 하나죠). 이것이 바로 위에 언급한 '네덜란드 샌드위치를 곁들인 더블 아이리시 커피 기법입니다.
게다가 구글은 본사가 위치한 미국 내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여러 방편을 사용합니다. 구글 본사는 버뮤다에 위치한 구글 자회사들에게 미국 외 국가에서의 구글 기술 사용에 대한 권리를 이전 받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외 지역에서의 구글 사용에 대한 수익금은 고스란히 버뮤다 소재의 구글 자회사들로 입금됩니다. 버뮤다 조세 규정은 이런 수익금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조세 회피 지역으로서 당연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1년 한 해에만 버뮤다로 이전된 구글의 수익액이 98억 달러라고 합니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두 번째 충격
1990년대 중반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의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하청 업체가 밀집해 있는 국가들에서 연이은 폭로 기사가 터져나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네팔의 작은 소도시에 위치한 빈민가 공장에서 8살 짜리 어린 소년이 자신은 한 번도 신을 기회가 없는 나이키 축구화를 만들고 축구공 바느질을 하면서 시간당 0.8불의 임금을 받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지자 전 세계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디다스, 버버리, 프라다, 애버크롬비 등의 브랜드들 이면에 감추어진 생산 현장의 열악하고 반인권적인 노동력 착취에 대한 폭로들.
전 세계적인 반 브랜드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곧이어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불매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수 많은 인권단체들의 압력 속에서 주요 정부들도 해당 브랜드들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급기야 나이키를 위시한 주요 브랜드들이 기존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및 현지 노동현실 개선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 등을 발표했습니다. 특히나 주 표적이 되었던 나이키는 전 세계적인 공개 사과와 그에 따르는 실행방안 마련 등으로 수 년간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란 주제였죠. (이 사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이 책에 매우 자세히 묘사되어 있죠)
그리고 이십 여 년이 지난 오늘. 전 세계 글로벌 브랜드들은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해 가는 모습입니다. 전 지구적 글로벌 시장 체제가 이룩되면서 거대 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불법은 아니지만 전 세계 국가들의 법차이를 교묘히 이용해 만든 조세 회피 방식을 도입하였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경영 합리화란 이름으로 진행되던 것이 점차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전문화되고 교묘하게 진행되었죠.
그런데 이런 그들의 행위가 사회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조세회피가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각국 정부의 재정 불건정성이 드러나고 복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재정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야기된 불평등의 심화도 존재합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 역시 조세 회피 지역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일반 시민들과 세무 당국의 관심을 받고 있죠.
서서히 끓어 오르는 뜨거운 물처럼 조세회피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연합 등에서는 본격적인 실력행사를 정부와 소비자가 시작하였습니다. 아마도 2012년 영국에서 벌어진 스타벅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매/반대 운동과 영국정부의 압박은 이러한 사회 변화의 시초로 인식될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1998년 영국에 진출한 이후 30억파운드(약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850만파운드(144억원)에 되지 않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아왔었죠. 급기야 영국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피켓 시위와 함께 불매 운동을 전개하였고 영국 정부의 캐머론 총리가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깨어나서 커피 냄새를 맡으라"는 표현으로 우회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영국 스타벅스는 향후 2년간 2천만 파운드(약 340억원)를 자발적으로 세금으로 납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장을 보호 중인 영국 경찰)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태동한 비윤리적 기업 행위에 대한 시장의 저항들.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이보다 더 혹독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 많은 브랜드들은 절세라는 명칭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겠지만 시장 구성원인 시민사회, 정치계와 소비자들이 보기에 그것은 적절한 사회적 책임의 모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말하듯이 실제와 인식간에는 늘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결국 유명 브랜드들의 조세회피 활동은 지난 이십 여 년전 벌어진 슈퍼 브랜드들의 비윤리적 노동 활동과 마찬가지로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입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새롭게 바뀐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한 기업의 임원 행동이 관련 기업과 그룹 전체의 명성을 해친 사례도 발생했고 또 몇일 전에는 잘못된 영업 행태를 폭로하여 유제품 기업이 혹독한 후폭풍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브랜드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시기인데 조세회피 문제까지 수면 위로 부각된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과연 유명 브랜드들은 이 잠재적 위협을 어떻게 회피해 나갈까요? 개인적으로는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 의식과 함께 그에 걸맞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 사회를 위한 고용뿐만 아니라 성실한 세금 납부를 통해 진정한 "Don't Be Evil",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는 실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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