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달] 그들이 꿈꾸는 두번째 세상
월드 뮤직. 참 이상한 이름입니다. 원래 세상에는 음악이 존재했죠. 마야 문명이든 이집트 문명이든 그 어떤 고대 문명이든 유럽의 집시든, 북극해의 바이킹 음악이든 남미의 탱고든. 인간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언제나 음악이 존재했고 그것을 연주하는 음악인이 있었죠. 그런데 국내 음악 매장을 가보면(요즘은 쉽게 찾기도 힘들지만) 월드 뮤직이란 코너가 있습니다. 마치 동물원의 신기한 코너처럼 한 귀퉁이에 슬그머니...
한국 음악이 지구편 반대쪽의 브에노스 아이레스 연주가에게 생경한 음악인 것처럼 아이리쉬 민요, 동유럽 집시 음악, 아프리카 부족 음악,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 등은 우리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과 영국 중심의 팝 음악만 듣고 자라다 보면 마치 세상의 음악이 전부 그것들인 것 같지만, 실제 존재하는 음악들로 치면 그런 음악들 역시 전 세계 음악의 20%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달]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밴드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기반의 팝 장르가 아닌 타 국가와 지역의 전통 음악에 기초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아이리쉬 전통 민요풍인데 왠지 듣고 있으면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이들은 그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의 음악이 다양한 세상과 교류하며 그들의 역사와 음악적 언어를 흡수하여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는 편협된 미국/영국 중심의, 그 상업적 코드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음악 그 자체를 즐기고 그 음악이 삶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달이 두개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들은 밤의 여행자들이 악기를 들고 음악으로 초대하는 그 두번째 달이 떠오르는 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이 참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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