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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협회의 존재 이유

속빈갈대 2013. 7. 16. 03:00

국내 맥주시장은 제게 주요 관심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몇 편의 관련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HITE의 새로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HITE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아이스 포인트?

국내 맥주시장의 지각 변동?

 

그런데 갑자기 이런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기사 보기: "주류업체, 맥주업체 점유율 돌연 비공개")

 

해당 기사에 의하면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매월 해 오던 회원사별 출고량과 점유율 집계 및 공유를 지난 4월부터 돌연 중단했다. 명분은 과동한 경쟁 우려다. 협회는 16개 회원사에 보낸 공문을 일부 회원사가 자사에 유리한 특정 부분만을 기사화해 논란이 되고 있따면 주류산업 발전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통계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사진1. 한국주류산업협회 홈페이지)

 

협회의 존재 의의

 

특정 산업의 기업들이 협회를 만드는 이유는 자신들이 속한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것입니다. 산업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산업의 주요한 지표들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립하여 협회 산하 기업들이 사업전략 혹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정부 정책이 해당 산업에 영향을 미칠 때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전체로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런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협회의 그런 로비 활동을 문제삼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선택한 국가에서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나 반대하듯이 불법적인 방법이면 안되겠죠.

 

규제 방어를 위해 산업과 시장의 이익을 지키는 차원이 있다면 산업과 시장의 발전을 위해 보다 정확한 정보와 시장 트렌드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과 시장의 심판으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개별 회사 차원에서 파악하기 힘든 정보라든가 인접 산업의 신기술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든가, 시장 관련 공정한 정보를 제공한다든가...뭐 그런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시장정보 비공개 방침은 매우 퇴행적인 행태입니다. 만일 기사에 나온 내용처럼 몇몇 회사의 언론홍보 방식이 문제였다면 그에 대해 지적하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정한 통계 인용 언론홍보 가이드를 제시했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니 협회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스와치의 교훈

 

 

1960년대와 70년대 막강한 일본의 전자 시계에 무릎을 꿇던 스위스 시계산업이 1980년대 SWATCH를 통해 부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중 하나가 스위스의 약 6,000여 개 제조 및 부품업체가 속해 있던 신계산업 협회였습니다. 협회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당시 스위스 시계산업을 주도하던 ASUAG(Allgemeine Gesellschaft der Schweizerischen Uhrenindustrie와 SSIH(Societe Suisse Pour l'Industrie Horlogere)의 합병을 통해 SMH, 현재의 스와치 그룹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스와치 사례는 시장에서 협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협회는 엄정한 심판으로서 경쟁이 잘 이루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속한 시장 외부를 항상 주시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파악, 알려주어 소속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도와야 합니다. 협회는 퇴직 임원들이나 관계 기관의 노인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수입 맥주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는 가운데 대략 6~8% 정도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국내 브랜드들이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국내 맥주회사들은 전체 출고량의 절반이 넘는 유통을 확실히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유율의 의미를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 담배 브랜드도 그런 길을 걸었고 최근 수입차들도 야금야금 국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체제라고 말하며 해외진출만 바라보는데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진입도 상당한 속도로 진행된다고 봐야 합니다.

 

애국주의 이런 것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국내 각 산업이 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생산적인 협회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업 내외를 아우르며 전체적인 산업 성장의 관점을 기업들이 제공받아야 보다 경쟁력 있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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