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갈대 2013. 8. 2. 02:00

광고 효과, 혹은 광고비에 대한 ROI 얘기가 거론될 때면 늘 이 말이 떠오릅니다.

 

"내가 광고에 쏟아 부은 돈 중 절반은 돈낭비였다.

 그런데 그게 어느 쪽 절반인지는 나도 모른다"

 

  - John Wanamaker (1838.7.11~1922.12.12)

 

미국의 유명 경영인이자 근대적 광고 활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워너메이커는 위와 같은 말로 광고비의 ROI 불확실성을 지적했습니다. 사실 근대적 상업 광고가 시작된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 효과에 대하여 명확하게 증명된 적은 없습니다.

 

물론 닐슨 미디어나 컴스코어, TNS 등 세계 굴지의 마케팅 조사회사에서 이런저런 모델을 통해 광고 효과 측정법을 소개했고 마케팅 분야 학자들이 다수의 아티클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개념적인 틀이거나 일회성 사례에 해당하는 것일뿐 보편적인 이론을 성립한 적은 없었습니다.

 

광고 효과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점은 이것입니다. 도대체 광고 효과란 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여러 가지 광고 효과에 관한 문헌을 살펴보면 시대별 차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1940년대: 판매 촉진(직접 구매 행동을 유발함)

● 1950~1970년대: 설득 및 태도 형성 (직접적인 구매 행동 유발은 아님)

● 1980년대~ : 브랜드 자산 구축

 

그리고 이 시대적 구분은 미디어 혹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진화와 궤를 같이합니다.

 

 

TV라는 폭발력 강한 대중 매체 이전 단계에서 리플렛, 포스터, 옥외간판, 신문, 라디오 등은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개인화된 미디어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매체들과 경쟁할만한 콘텐츠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는 광고 제작물 자체도 하나의 콘텐츠로 고객에게 중요한 정보-어디서 무엇을 얼마에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기에-였으며 소비자들이 찾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광고 효과는 판매의 증대 여부로 정의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주말 예배를 드리는 지역 사회 교회 주보에 한 상점의 설탕시럽 광고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그 상점의 설탕시럽 판매량이 차이가 났습니다. 실험군과 대조군의 비교를 통해 광고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죠.(물론 엄밀한 의미는 아니지만)

 

그러나 TV 대중화와 시장 범위의 확장(글로벌화)이 발생하면서 광고 효과는 실질적인 매출 증대가 아닌 다른 개념으로 대체되기 시작합니다. 그 배경은 일단 공급 우위에서 수요 우위로 시장성격이 변화하면서 행동에 미치는 영향요인이 매우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TV에서 A 과자 광고를 보고 매장에 구매하러 갔을 때 B 과장의 프로모션이나 가격 인하에 B를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한 시장의 경쟁자가 많아야 2~3개였지만, 이 시기에는 경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광고의 복잡성 자체가 증대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설득 이론이 등장하면서 메시지 수용과 이해, 행위간의 단절이 존재한다는 상식이 세상에 통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 시기 광고 효과는 주로 해당 상품을 아는가(인지), 기억하는가(회상), 좋아하는가(선호), 관심있는가(흥미),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태도), 다시 또 구매할 것인가(로열티) 등의 태도적 개념으로 규정되기 시작합니다.

 

80년대 이후에는 지표의 변화보다는 개념의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전 시대의 지표와 거의 차이 없지만 광고비가 1회성 소모비인가 장기적 투자비인가의 성격 규정이 중요한 이슈로 제기된 것이죠. 이러한 논쟁을 불식시킨 개념이 바로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입니다. David Aaker 이전에도 얘기되었지만, 그를 통해 등장하여 체계화된 브랜드 자산 개념은 광고비가 일회성 경비가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의 성격을 지니며 결국 광고 효과는 브랜드 자산의 증대 여부로 결정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형성시켰습니다.

 

※ 광고 효과 = 구매행위 증대 → 상품에 대한 인식 및 태도 증대 → 브랜드 자산의 증대

 

실험법의 등장

 

지금까지 광고인들이나 마케터들은 위와 같은 가정을 하고 광고효과 측정에 매달려 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고 다양한 개인간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상에서의 활동 기록, 그에 따른 그들의 대화, 구매 버튼 클릭,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전파 등이 측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Randall Lewis와 David Reiley의 "Does Retail Advertising Work?"(2008) 연구논문은 온라인 광고가 실제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통해 밝혀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Yahoo Research 소속인 두 연구원은 야후 메인 페이지에 2회에 걸쳐 특정 소매점의 디스플레이 광고를 게재하였습니다. 약 160만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 실험은 광고에 노출된 130만 명의 실험군과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30만 명의 대조군을 통해 광고가 어떻게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 광고는 구매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고 2) 광고가 끝난 후에도 수 주간 지속되며 3) 온라인 광고는 오프라인 구매로까지 이어지며 4) 광고로 창출된 추가수익은 단기적으로 광고비용의 4배 정도로 추산되었습니다. 광고전문가들이나 광고회사로서는 매우 반길만한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03년 Amazon.com이 매체 광고가 서적 판매에 큰 영향이 없다며 매체 광고를 중지했을 때도 실험에 근거한 결정이었습니다. 자세한 자료는 찾기 어렵지만 그들 역시 통제된 환경에서 두 지역간 광고 집행 유무의 차이를 두고 실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매체 광고라 제대로 된 통제 조건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효과에 대한 논란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 증대 기여분을 위한 실험

 

아직까지 광고가 브랜드 자산 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을 위와 같이 대규모 피험자를 대상으로 비교군을 통해 증명한 실험은 없었습니다. 다수의 무작위 실험군을 대상으로 한 쪽에는 특정 브랜드 광고를 노출하고, 다른 쪽에는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행하는 방법으로 설계를 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집행 매체, 기간 등의 요인과 브랜드 자산의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최소한 이런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단순 짐작이 아닌 검증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 수 십 억에서 많게는 수 백 억을 집행하는 기업들, 혹은 광고 관련 기관이나 단체들이 이런 실험 연구를 통해 광고의 ROI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사실을 밝혀내야 수 많은 기업들에서 보다 효과적인 광고 집행을 위한 실증적 전략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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