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브랜딩/Knowledge

실패와 성공 사이

속빈갈대 2013. 12. 12. 04:30

2012년 국내에 출간되어 그래도 꽤 좋은 성적을 올린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디맨드』에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매우 인기를 끌고 있는 네슬레사의 1인용 에스프레소 머신 '네스프레소' 사례가 그것입니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마케팅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란 과연 얼마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해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네스프레소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네스프레소 이야기]

 

1인용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습니다. 이미 1970년대에 그 기술이 검토되었고 1974년 이 디자인 상용화 권리를 인수한 기업이 네슬레였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네슬레 연구진은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의 추가적 기술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실제 사용 제품이 선보인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판된 것은 1986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은 형편 없었죠.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당시 사업팀을 이끌던 장 폴 가이야르는 직접 판매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내세워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고 1990년에 2,700명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원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1996년엔 22만명, 1997년엔 30만명에 이르게 됩니다.

 

네스프레소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무려 22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개발 과정의 굴곡, 제품 출시 후 비즈니스 모델 정착까지 또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죠.

 

마케팅은 시간과의 싸움

 

사실 대부분의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저가 잡화 체인점 모델을 만든 울워스는 1987년에 최초로 설립되어 1904년에 이르러서야 120개 점포를 확보했고 1961년에 이르러서 연 매출 10억 딜러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식 할인매장의 선두주자인 월마트 역시 1976년 센디에이고에 프라이스 클럽을 오픈하면서 1990년에 이르러서야 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전의 글에서도 썼지만 아이폰은 첫 해 판매가 애플의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뉴튼 판매량에 미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지속한 결과 스마트폰의 절대 강자가 되었죠.

 

여러 가지 마케팅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보면 매우 성공한 브랜드들이 사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화시키고 체계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이룩하기 위해 매우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때때로 어떤 브랜드들은 그 기간을 못 버티고 사라졌고 (미국 IT 버블 시 유명했던 펫닷컴), 또 다른 브랜드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현재의 시장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이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거기엔 정답이나 과학적 이론이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영서적, 마케팅 서적들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정립하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 혹은 마케팅 환경은 박제된 동물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그 당시가 특별하고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활동은 성공을 거두지만 다른 활동은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운 51% 기업의 노력 49%

 

어떻게 보면 경영이나 마케팅에서 말하는 성공이란 기업의 노력보다 외부 요인-이것을 운이라 칭합니다-에 의해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그 운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갈고 닦아도 때가 맞지 않거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많은 경영서적이나 마케팅 서적들은 합리적 설명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연히 성공했어요라고 말하면 경영이나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인식될 것을 우려해서겠지요. 그 이유와 함께 인간은 우연보다 납득할만한 스토리텔링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면 매우 합리적 설명을 찾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진 않죠.

 

위의 네스프레소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죠. 만일 네슬레가 개발 초기 포기했다면? 시제품 출시 후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사업을 철수했다면? 직접 판매 이후 단기간 내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접었다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았겠죠. 하지만 네슬레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했고 이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까지 뚝심 있게 밀고 나갔습니다. 결국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사례 연구는 매우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면 예측을 하지 않죠. 그것이 또한 생명체처럼 살아 있는 경영과 마케팅의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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