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브랜딩/Technology

혁신확산, 캐즘 그리고 Hype Cycle

속빈갈대 2013. 12. 27. 10:56

경영과 마케팅 분야에서 늘 관심있게 지켜보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혁신'에 대한 것이죠. 사실 많은 기업들이 혁신, 특히 기술의 혁신을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하여 산업계의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과거의 리더가 밀려나고 새로운 리더가 등장하기 때문이죠. 뭐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최근의 휴대폰 산업분야에서 노키아가 몰락하고 애플과 삼성이 부상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혁신확산곡선(Diffusion of Innovation)

 

Everett Rogers에 의해 1962년 도입된 혁신 확산 모형은 새로운 기술, 혹은 혁신이 시장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널리 퍼져나가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모형입니다.

 

(그림1. 혁신 확산 모형)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기술은 초기에 혁신가 혹은 초기 수용자들에게 전파되고 이후 다수로 전파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증기기관, 자동차, 전신, 전화 등이 이러한 모습을 띄면서 시장에서 수용되었죠. 실제 사실을 보면 이렇게 수리적으로 구분되는 종 모양의 곡선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개략적으로 구성해보면 이렇다는 의미죠. 그런데 이것은 시장에서 수용자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누적적인 모습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띄게 됩니다.

 

(그림2. 혁신 수용 누적 그래프)

 

혁신에 대한 수용을 시간 흐름에 맞춰 누적된 형태로 보면 완만한 S형 그래프 형태를 띕니다. 결국 신기술 혹은 혁신은 초기에 일부 수용자들에게만 전파되다가 기업체들에 보편화되면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다 충분히 보급되면 다시 완만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형은 그 후 현실과의 괴리를 보이게 됩니다.

 

캐즘(Chasm)의 등장

 

1991년 Geoffrey Moore에 의해 제기된 '캐즘(Chasm)'은 본래 협곡을 뜻하는 단어였죠. 무어는 이 단어를 신기술이 초기에 수용되는 모습을 보이다 판매가 급감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IT 신기술이 선보이기 시작했던 80년대 말에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나면서 각광받은 개념입니다.

 

 

(그림3. 캐즘)

 

캐즘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기술이나 혁신에 열광하는 혁신가나 초기 수용층과 대중간의 가치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혁신가들이나 초기 수용층은 새로움에 열광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새로움보다는 효용성이나 편리함, 혹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기술적 쓰임새, 가격 등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죠.

 

그런데 캐즘은 사실 소비자들의 가치판단이나 관점의 차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즉,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분야죠. 만일 무어의 캐즘 이론이 맞다면 혁신이나 신기술이 캐즘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아닐지는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결론 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도 다수 시장의 선택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물론 이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디자인이나 빅데이터 같은 방법론이 대두하고 있긴 하죠)

 

이 캐즘 이론을 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Hype Cycle 가설이죠.

 

혁신의 과대포장 주기(Hype Cycle)

 

Gartner가 1995년부터 기술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선보인 것이 신기술의 '과대포장 주기(Hype Cycle)'입니다.

 

(그림4. Hype Cycle)

 

이 모형은 기존 혁신 확산 모형과 X축은 시간의 흐름으로 같지만 Y축은 수용자의 규모가 아니라 현시성(=주로 언론이나 세간의 관심으로 해석)으로 바라봅니다. 즉, 사회적인 관심도로 인해 특정한 신기술이나 혁신이 과장된 형태로 부각된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초기 혁신가들에게 수용된 이후 그 기술이나 혁신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기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수용층은 감소하게 됩니다(이 부분이 캐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죠. 부정적 평가에 대한 개선책이 지속 나오면서 어떤 기술이나 혁신들은 다시 그 가치를 재조명 받고 시장에 다시 수용되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가트너는 이 모형을 통해 매년 신기술에 대해 평가를 하고 위 그래프 상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발표합니다.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은 신기술에 대한 시장 내 위상을 파악하게 되죠. 물론 이 모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됩니다. 과연 이것을 사이클(순환주기?)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단순히 신기술의 시장수용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것이죠. 매우 일리 있는 지적이죠. 왜 그런가에 대해 그저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어서(그 배경엔 부정적 평가가 늘어서)라는 설명 외엔 없으니까요.

 

신기술 혹은 혁신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

 

위 개념적 모형들이 마케팅이나 경영에 접목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움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이폰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근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개발 기간까지 더하면 약 7년 정도 되죠. 개인용 캡슐 커피 머신인 네스프레소는 1980년대 초에 개발되었지만 실제 상용 제품은 1991년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많은 신기술과 혁신은 무수히 오랜 기간을 거쳐 시장성을 갖추고 시장에서 수용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은 마치 신제품 하나 나오면 하루 아침에 영광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하곤 합니다.

 

신기술, 혁신, 전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는 우선 소비자들에게 인지되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히 그것을 아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의 효용성을 이해하고 가치 판단하기 위해서요. 알 리스나 잭 트라우트가 말하듯이 새로운 개념의 포지셔닝은 그리 쉽게 구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사 카테고리를 활용한 포지셔닝이 유용하다고 얘기하는 것이죠(아이폰은 처음에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었을까요?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 아니면 폰기능이 있는 컴퓨터?).

 

위 세가지 모형 속에 담겨진 why?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해당 신기술이나 혁신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평가 받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존재를 알고 효용성을 판단하는 것과 다릅니다. 전체적인 가치판단(Holistic Valuation)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의사과정에 포지셔닝해야만 수용되거나 캐즘을 뛰어넘거나 환멸의 골짜기를 가로지를 수 있는 것이죠.

 

(그림5. 2013 Hype Cycle)

2013년 Hype Cycle은 위와 같습니다. 벌써 NFC와 같은 기술들은 하향세를 탔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기술들이 새로 등장하고 환멸의 골짜기로 떨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의 신기술 혹은 혁신은 어디에서 올까요?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죠. 다만 이러한 도구를 통해 기업은 좀 더 성공의 확률을 높이려고 할 것입니다. 도구는 도구일뿐이니까요. 결국 최종 판단은 소비자, 시장의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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