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혁신, 겨울왕국
디즈니의 2013년작 겨울왕국(Frozen) 관객이 국내에서 650만을 넘었습니다. 기존 국내 개봉 에니메이션 영화의 최다 관객은 <쿵푸 팬더2>(2011)의 506만이었는데 이미 그 숫자를 훌쩍 넘은 것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8억65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으며 이번 주 중국 개봉, 15일 일본 개봉이 이루어지면 그 수익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간 드림웍스에 밀려 번번히 실패하던 디즈니가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에니메이션의 왕좌 자리를 차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간단히라도 함 봐야겠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혁신1. 디즈니의 전통 화법에서 벗어나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기존 디즈니 작품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디즈니스러운 결말, 결국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류는 그대로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이죠. 그건 바로 선과 악의 대립 구도입니다. 과거부터 보면 인어공주(1989) 속의 에리얼과 마녀, 알라딘(1992)의 알라딘과 자파, 라이온킹(1994)의 심바와 스카 등 항상 선한 편인 주인공은 그와 갈등을 빚는 악당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는 그런 대립 구도가 무뎌졌습니다. 사실 악당이 있긴 하지만 이는 이야기의 반전이자 마무리의 극적 장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보 보는 것이 무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이끌고 나아가는 것은 두 자매이기 때문이죠.
사실 두 자매는 대립적이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특히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각성해나가는 둘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며 투 톱으로 구성된 캐릭터는 마치 한국의 아이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 둘 중 한 명에게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투영하여 캐릭터를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죠. 거의 같은 비중의 투 톱 주인공 기용. 이 역시도 기존 디즈니 문법에는 없던 구조입니다.
혁신2. 스스로를 비꼬고 현대적 여성성을 제시하다
자신의 전통 화법에서 벗어난 디즈니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과거 자신들이 보여준 여성상, 예쁜 여성(주로 공주)이 잘 생기고 능력있는 백마 탄 왕자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부정합니다. 한 캐릭터로부터 제기된 이 현대적 모습은 둘의 갈등 시발점이 되지만 결국 또 다른 자아의 각성을 이끌어냅니다. 물론 이런 여성상이 원작 동화들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이번만큼은 디즈니가 본래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은 점은 대단히 창의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드디어 시장의 변화를 읽다니...
혁신3. 음악의 재발견
과거 인어공주나 라이언킹에서도 음악은 디즈니가 드림웍스와 다른 에니메이션 회사임을 증명해준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디즈니는 음악보다 새로운 에니메이션 방식 혹은 기술에만 주목해왔습니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디즈니로 하여금 다시 음악이라는 귀중한 자산에 눈을 돌리게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전에 선보였던 라푼젤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겨울왕국의 'Let it go'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본래 이 작품은 1년 전에 개봉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물 캐릭터도 완성되어 있었고 기본적인 작화도 거의 끝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Let it go'란 음악 스코어가 나오고 그 노래를 듣자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기존 엘자의 캐릭터는 안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기존 엘자의 캐릭터는 마녀에 가까웠다고 하죠.
(아마 이런 모습이었던 듯...)
'Let it go'를 들은 관객들은 모두 느끼겠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은 결코 위의 그림 속 캐릭터가 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완성에 가까웠던 작품은 수정에 들어갔고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하는데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현재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 중입니다). 이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만큼 'Let it go'라는 노래에 디즈니가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은 영화 상영 전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을 봐도 알 수 있죠.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조회수가 77백만이 넘었군요. 대단합니다. 디즈니는 여지껏 이렇게 에니메이션의 중요 장면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찾아보니까 영화 개봉 전에 공개한 것이 없더군요. 그건 아마도 이 음악이 가진 힘을 확신했던 것이고 마케팅에서도 분명히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혁신4. 엄격주의에서 벗어난 마케팅
디즈니는 자신들의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매우 엄격한 관리 방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과거 디즈니는 새롭게 개봉하는 에니메이션에 대해서 공개를 꺼려했으며 자신들의 작품이나 캐릭터를 패러디하거나 이용하는 온라인 사용자들에 대해 상당한 제재를 가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작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매우 체계적인 방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 공간의 자발적 구전 관점에서 본다면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왕국의 경우는 자신들이 먼저 위에서 언급한대로 주요 장면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으며 이에 대해 환호하는 인터네 이용자들의 패러디나 콘텐츠 활용을 용인했습니다. 이로인해 현재 인터넷에는 겨울왕국에 대한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상이 간단하게 정리해본 디즈니의 혁신입니다. 사실 이 혁신이 '겨울왕국'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죠. 이미 '라푼젤'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주먹왕 랄프'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도 제시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겨울왕국'에서 그 혁신성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겨울왕국'의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어느 정도까지 갈까요? 이후에 디즈니는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까요? 앞으로 디즈니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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