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기보다는 ‘대단해’ 보이는 결혼, 미혼남녀 3명 중 1명만 “결혼 꼭 해야 한다”
● "결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37.4%,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53.3%
● 미혼남녀 55.9% “결혼은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고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
● 미혼남녀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은 ‘공무원’ > ‘사무직’ > ‘교사’ 순
● 결혼 준비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택마련’(81.9%), ‘결혼자금’(73.4%), ‘혼수 준비’(50%) 순
최근 결혼을 바라보는 청춘들의 시선에서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은 늘 존재했다. 생판 남으로 지내온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맺고, 남은 평생을 함께 살겠다는 약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감과 의무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인륜지대사’로 여기는 시선에는 큰 흔들림이 없었고,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삶을 기대하는 마음이 보다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결혼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취업난과 부담되는 결혼 비용, 만만치 않은 내 집 마련과 육아 및 교육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이유들에 부담감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웬만큼 벌어서는 여유 있는 삶이 힘들다는 현실 인식 속에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후에 하겠다는 인식은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 결혼이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언약’이라기보다, 현실 조건이 보다 우선시 되는 ‘계약’ 관계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진 결혼에 대한 태도를 젊은 세대들의 문제로만 몰고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젊은 세대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지를 쫓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미혼 남녀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3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20~30대 미혼남녀는 3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결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가 적은 것으로, 특히 미혼 남성(41%)보다는 미혼 여성(25.2%)이, 20대(38.4%)보다는 30대(27.8%)가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0명 중 3명 정도(26.7%)는 아예 부모 밑에서 월급을 용돈 삼으면서, 연애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인식은 여성(30.8%)과 30대 미혼자(33%)가 좀 더 강한 편이었다. 결혼을 인생의 ‘축복’이라고 여기던 과거에 비해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인식은 37.4%로 낮은 수준인데 반해,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응답은 53.3%에 이른 것이다. 결혼에 대해 미혼남녀의 절반 이상(55.9%)이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고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결혼의 최소 조건으로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분위기가 결혼이 ‘대단한 일’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는 응답(55.5%)도 절반을 넘었으며, 허례허식이라도 갖출 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인식(68.1%)도 강했다.
미혼남녀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은 공무원(34.8%, 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사무직(25.7%)과 교사(22.5%)를 이상적인 직업으로 꼽는 의견도 많아, 미혼남녀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공무원(37%)과 사무직(28.2%)을, 남성은 교사(31.4%)를 이상적인 배우자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그밖에 특별히 선호하는 직업이 없다는 응답도 32.1%로 적지 않았다.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결혼 적정 연령대는 남성은 평균 33세, 여성은 평균 30세로 조사되었다. 연령분포를 보면 남성의 적정 결혼 연령으로는 31세~35세(77.7%)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으며, 여성은 26~30세(45.9%)와 31~35세(50.2%) 연령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40.9%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는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하였는데, 이에 대한 미혼 남성(27.2%)과 미혼 여성(54.6%)의 인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결혼 준비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주택 마련(81.9%, 중복응답)과 결혼 자금(73.4%) 등 ‘경제적’ 문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가주택은 물론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든 어려운 현실과 경제적 부담감이 커진 결혼문화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혼수 준비(50%)에 대한 우려도 컸으며, 임신 및 육아(30.6%), 시대/친정과의 합가/분가(28.9%)에 대한 고민도 많은 편이었다. 결혼 자금의 융통 방법으로는 절반 이상(55.3%)이 저축을 통한 준비를 꼽았다. 그러나 부모님께 의지하거나(25.7%) 대출 등을 통한 준비(19%)를 고려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미혼 여성은 스스로 저축해서 준비하겠다는 의견(60.5%)이 좀 더 많은 반면, 미혼 남성의 경우에는 부모님(27.8%)과 대출(22.1%)에 대한 의존도가 좀 더 높은 특징을 보였다. 결혼 준비 시 불필요한 절차로는 고가의 예물 준비(74.5%, 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금전 예단(62.9%)과 물품 예단(58.3%)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강하였다.
결혼식은 일반적으로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7.7%)보다는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식(50.4%)을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또한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32.5%)에 대한 선호도가 지난 조사(2009년 21.4%, 2010년 25.1%, 2011년 24.3%)에 비해 뚜렷하게 높아진 특징을 보였다. 반면 화려한 결혼식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고 있어(2009년 16.6%, 2010년 11.8%, 2011년 11.9%, 2014년 7.7%), 결혼식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결혼식장의 형태는 일반 전문 결혼식장(40.6%)으로, 지난 조사(2009년 25.7%, 2010년 33.2%, 2011년 36.1%)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비용 부담이 큰 편인 야외 결혼식장(2009년 30.1%, 2010년 25.5%, 2011년 23.4%, 2014년 21.8%)과 호텔 결혼식장(2009년 28.5%, 2010년 23.6%, 2011년 22.9%, 2014년 17.6%)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밖에 종교시설 결혼식장(9.7%)과 회관이나 강당 같은 비전문 결혼식장(7.6%)에서 결혼을 하겠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신혼여행지로는 대부분(87.5%) 해외 여행지를 선호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남유럽(39.5%, 중복응답)과 괌/사이판(37.9%), 서유럽(34.9%)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출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