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땅콩 회황 관련 위기 관리 방식을 보며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4년 12월 5일 뉴욕발 서울도착 대한항공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주었다고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사무장을 내보낸 것입니다. 그것도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운행되는 도중에 그런 일이 발생해 다시 탑승구가 있는 게이트로 돌아왔다(램프 리턴이라고 하더군요)고 합니다.
이에 대한 기사와 블로거들의 글들은 많으니까 부사장의 행위에 대한 평가는 제외하고 이 글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한항공의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활동입니다.
일단, 사건이 몇 일 지나고 나서 언론에서 문제가 된 이후에도 무려 하루가 지나서야 대한항공의 사과문이 공개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일단 다수가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고 아무래도 사주의 가족이자 직급상 부사장과 관계된 것이라 고심이 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다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응이 늦은 감은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응 방식도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은 다소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은 당시 상황을 공식적인 경영 관리 차원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현재 항공 전문가들의 의견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비행기가 브릿지(탑승구)에서 떠나 활주로로 이동 중인 상황이었고 이 때를 대부분의 항공 전문가들은 기장의 책임에 따른 운항 상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만일 대한항공이 현 상황을 회사의 공식적 상황이라 인식하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부사장 개인의 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상황에서 입장 표명을 회사가 나서서 한다면 이는 회사, 즉 기업 브랜드 전반적인 차원의 문제로 더 확대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간 쌓아온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부사장 한 개인의 행위에 의하여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꼴이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사과문에 있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2.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
-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위의 사과문은 소비자들에게 더 안 좋은 인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논리상 1.에서 '승무원 하기'가 지나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는데, 2.에서 '하기 조치한 부사장 처신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 사과문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 내용일까요?
기업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근본에 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진정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까지 보여준 대한항공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항공사이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한다면 안될 것입니다. 브랜드 관점에서도 크나큰 과오가 될 것이고요. 앞으로의 대응은 좀더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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