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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과 문화적 경험차이로 심화되는 ‘세대 갈등’

속빈갈대 2013. 2. 11. 13:10

● 전체 90.6%, “한국 사회에 세대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 세대갈등의 원인은 ‘사고방식의 차이’, ‘문화적 경험의 차이’ ‘소통부족으로 인한 낮은 공감대’
● 공동체 의식 결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 전체 85.2%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이념과 지역, 계층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등은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정인 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에는 또 다른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세대간의 갈등이다. 사실 세대간의 갈등은 예전에도 존재해왔지만, 저출산과 핵가족화 등 가족구성 및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는 지금은 보다 복합적인 문제들을 안고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세대갈등의 중심에는 현재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층이 있다. 이들은 처음으로 정치적, 사회적 격변 없이 문화적인 향유를 충분히 누렸던 세대이자, 독립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란 세대이다. 흔히 세대갈등의 요인으로 ‘사고방식과 문화적 경험의 차이’를 꼽는데, 그 어느 때보다 기성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간의 단절이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 20대의 경우 어릴 적부터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을 스스럼 없이 표현해왔었다. 향후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이 세대 갈등을 중심으로 이념, 지역, 계층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세대갈등 및 공동체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전체 90.6%가 한국 사회에 세대간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된다고 생각하는 세대간 갈등은 20대와 50대 사이의 갈등(63.7%, 중복응답)이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20대와 60대 이상(43.9%), 30대와 60대 이상(43.7%), 20대와 40대(38.4%), 30대와 50대(37%) 사이에서 갈등이 많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부분 젊은 청년층과 중년 및 노년층 사이의 갈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대의 경우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과의 세대간 갈등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을 주목할만하다. 그만큼 최근 사회적 주역으로 부각되는 젊은 층이 기존 세대와의 화합에 익숙하지 않으며,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바라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대간 사고방식의 차이(57.9%, 중복응답)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다음으로 세대간 문화적 경험의 차이(46.8%)와 소통부족으로 인한 낮은 공감대(45.8%),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의 부족(40.2%)이 세대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2013년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세대간의 갈등해소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응답(36.8%)과 누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35.2%)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3.7%) 세대간의 갈등이 더 심각해질 것(24.3%)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한국사회의 각 세대별 이미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세대는 단연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세대이자, 정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사회문제와 국가적 문제에도 관심이 가장 많은 세대라는 의견이었다. 위 항목들에서는 40대 다음으로는 50대와 30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수와 진보의 색채도 40대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세대는 60대 이상(58.1%)과 50대(33.9%)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진보적인 세대로는 30대(46.3%)와 20대(24.8%)를 꼽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대는 가장 이기적인 세대(66.8%)로 여겨졌으며, 욕심이 많은 세대(31.5%)를 묻는 질문에서도 30대(26.4%), 50대(15.5%), 60대 이상(13.4%)를 제치고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반면 20대가 배려가 많은 세대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단 3.9%에 그쳤다. 배려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50대(37.2%), 60대 이상(23.9%), 40대(22.1%), 30대(12.9%) 순이었다.

 

20대는 30대(34.9%)와 함께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세대(35.9%)로도 여겨져, 소비의 중심이 현재 젊은 층으로 이동하였음을 보여주었다. 명품을 좋아하는 세대 역시 대부분 20대(52.3%)와 30대(33.8%)를 꼽았다. 문화적 교양수준이 높은 세대로는 30대라는 응답(43.6%)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40대(30.8%)와 50대(13.2%)를 지적인 세대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갈등만큼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꼽히는 공동체 의식의 결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85.2%가 한국사회에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74.9%, 중복응답)라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 가는 것 같고(60.3%), 사회전체의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57.5%) 공동체의 결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의 상태로는 우리사회의 미래가 어두울 것 같다는 의견(32.3%)도 적지 않았다.

 

반면 공동체 의식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함께 살아야 하는 주변 사람들이 이미 너무 이기적이며(57.4%, 중복응답),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사람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49.3%)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에는 사회 전반이 이미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동체의식 자체가 하나의 강요인 것 같고(33.8%), 앞으로 더욱 경쟁시스템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31.8%)도 많았다. 2013년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따른 공동체 의식 변화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과 잘 모르겠다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응답이 각각 37.1%와 36.7%인 가운데, 공동체 의식이 더 희박해질 것이라는 의견(19.5%)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6.7%)보다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패널(panel.co.kr)들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평가해본 결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화와 단결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8명(79.5%)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으며, 대부분(82.7%)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행동과 의식 사이에 괴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공동체의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 73.6%가 나의 행동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면 기꺼이 고칠 것이라고 응답하였으며, 69.2%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행동은 조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전히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친밀감과 소속감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친밀감을 느끼며(55.2%),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52.6%)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일체감을 느낀다는 응답(43.5%) 절반 이하였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은 옳고 그름에 따라 편을 들어준다는 응답(21.1%)은 낮은 수준이었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의 공과에 대해 잘한 것은 함께 기뻐하면서도 잘못이나 어려운 일에서는 다소 회피하는 성향을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면 마치 내가 잘한 것처럼 기쁘다는 데는 전체 74.8%가 동의하였으나, 잘못을 나의 책임인 것처럼 느끼거나(43.6%)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내 일처럼 돕는다는 의견(45.7%)은 적은 편이었다. 특히 스스로를 희생할지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응답(31.8%)이 낮은 수준이었다.

 

출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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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재미난 조사 보고서가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관한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가 그것입니다. 그 조사 보고서에 보면 50대의 81.9%, 60세 이상의 92.9%가 TV를 '필수적인 매체'로 선택한 반면에 20대의 50.7%는 스마트폰을 꼽았으며, TV보다도 PC/노트북(30.7%)이 TV(15.9%)보다 더 필수적인 매체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붐과 IT기술의 발전을 성장과 함께 체험한 현재의 20대 이하 세대는 매체뿐만 아니라 생성, 유통되는 정보에 있어서 50세 이상의 세대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차이가 <트렌드모니터> 보고서에서 언급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이와 함께, 위의 보고서에는 정확히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실질적인 취업 문제가 더더욱 세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문직/공무원/일부 대기업 정규직을 제외한 여러 취업 분야에서 신규 인력인 20대와 기존의 노하우 또는 싼 임금으로 무장한 50세 이상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고 합니다. 취업과 관련된 갈등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사회적 타협이 도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해법이 존재할까요? 누군가의 지적처럼 한국전쟁 이후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진행된 압축성장 모델의 사회적 비용이 현재의 20대에게 지불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압축성장에서 이득을 본 현재의 50세 이상 기득권 세대가 지불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저 고학력 시대의 종말이고 장기 경기불황에 따른 이 시대의 현상이라고 진단한다면 쓸모 없이 학력을 높인 개인이 불운을 홀로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대타협.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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