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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hooting. 스마트폰의 임계점

속빈갈대 2013. 2. 13. 15:38

Overshooting. 본래 경제학 용어입니다.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하여 장기균형가격에서 벗어나거나, 단기균형가격의 변동이 장기균형가격보다 크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품이나 외환의 수급상 급격한 변동에 의해 공급이 비탄력적이거나 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혹은 환율의 오버슈팅 개념도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화를 팽창시키면 자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데, 처음에는 균형수준 이하로 하락했다가 점차 상승(환율 하락)하여 새로운 균형수준에 이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예상하지 못한 통화교란이 발생했을 때 환율이 새로운 균형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기초적인 요인을 완전히 반영하여 나타나는 장기적인 균형수준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변동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오버슈팅 | 두산백과

 

그런데 오버슈팅은 경영/마케팅 분야에도 있습니다. 이 용어를 처음 경영/마케팅 분야에 도입한 이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입니다. 그는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 1997)>에서 기술 혁신이 진화하는 모습과 기술 혁신의 두 가지 형태-존속적 기술과 와해성 기술-를 설명하면서 오버슈팅이란 용어를 선보입니다.

 

그가 말하는 오버슈팅이란 그림에서 나타나듯 '시장의 요구성능을 넘어서는 기능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Low-end 시장이든 High-end 시장이든 그들의 요구 수준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조금씩 올라갈 수 있지만,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기업의 경험곡선에 따른 비용절감, 경쟁에 의한 지엽적 차별화는 금새 시장의 요구를 초과하는 기능들을 제품과 서비스에 구겨 넣게 만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TV리모콘이죠. 최근 사양의 리모콘은 무려 40가지에 가까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중에 10가지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림2. 어쩌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리모콘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Designing Interaction]

 

스마트폰의 임계점

 

전에 애플에 대한 글을 쓰면서 결국 애플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적인 하이브리드 형태는 결국 개방형 체제를 선택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릴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유야 간단하죠. 아무리 아이폰과 iOS가 훌륭해도 기술적 격차는 금새 줄어들 것이고 OS-제조 연합체의 물량 공세를 단일 모델로 버티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적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제조사간 하드웨어적 차이도 거의 없죠. 그래서인지 제조사들은 지엽적인 차별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역시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적 차별화는 아이폰이 표준화된 스마트폰의 전형을 보여 준 이후로 크기, 무게, 폭, 이용시간 외에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새로운 혁신은 기존 OS 위에서 다른 디바이스나 웹과 연결되어 콘텐츠를 제어 및 제공하는 솔루션이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최근 스마트폰에서 보여지는 현상이 오버슈팅입니다. 제조사들의 강박적인 차별화 욕구가 제품을 점점 복잡하고 쓸모없는 기능들이 잔뜩 모인 Non스마트폰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와해성 제품은 모든 앱을 빼버리고 통화-문자-SNS-앱마켓에 집중한 20만원 대 저가형 스마트폰일지도 모르겠습니다.(아마도 이런 류의 제품으로 치고 나올 통신사는 MVNO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Major 제조사들은 주로 고가형 제품에 집중할테니까요)

 

새로운 경쟁 구도로 스마트폰 시장이 진입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 역시 기술적 차별화의 임계점에 거의 도달하고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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