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혹시 '부종완화제'를 아십니까? 부종이란 인체 조직 중 세포와 세포 사이(간질)에 수분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증상을 얘기합니다. 쉽게 얘기해 '멍'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종완화제'란 이런 멍을 치료하는 약품입니다. 심한 타박상이나 근육통, 멍들었을 때 바르는...아마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멘소래담 로션류와 같은 것이 있죠.

 

 

국내 제약회사인 유유제약에서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998년에 출시한 제품이 '베노플란트 겔'이며 이 제품이 개선되어 2009년에 바뀐 제품이 '베노플러스 겔'입니다. 출시 당시부터 유유제약은 이 제품을 일반적인 진통 소염제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하였습니다. 그나마 차별적 가치로 '피부자극이 적어 유아나 아동에게도 사용 가능한'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미 다양한 제품들이 경쟁하는 시장이었고 운동을 좋아하는 남성들은 강한 자극을 주는 제품이 효능이 좋다는 맹목적 믿음으로 멘소래담 류의 제품을 선호하였습니다. 유아나 아동을 둔 부모들은 멍보다는 흉터 없는 상처치료제에 더 관심이 많았죠. 한마디로 거의 존재감 없는 시장 지위를 갖고 있었죠.

 

그런데 2012년 큰 변화가 일어났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적용하고 '베노플러스 겔'의 매출이 62%나 증가한 것이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이 제품에게 일어났던 것일까요? 

 

빅데이터, 리포지셔닝의 도구가 되다

 

이미 많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 겔'은 빅데이터 성공 사례로 소개됩니다. 유유제약이 다음소프트와 손을 잡고 이 제품의 다양한 효능을 관련 키워드 분석을 통해 검토한 결과 소염진통제나 벌레물려 가려운 곳 등은 이미 선점한 브랜드들이 다수 검색되는 결과가 나오지만 멍든 데 바르는 치료제는 어떠한 약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계란 문지르기, 소고기 대고 있기 정도만이 관련 키워드로 나올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멍에 대한 니즈는 아이들보다 젊은 여성층에서 훨씬 더 높게 검색이 된다는 점을 발견하여 유유제약은 지난 20년 넘게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아이들도 바를 수 있는 순한 진통소염제'에서 '멍들었을 때 바르는 치료제'로 리포지셔닝을 하고 이에 걸맞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기존 포지셔닝 근거한 인쇄 광고)        (리포지셔닝 후 인쇄 광고)

 

또한 제약회사로서는 드물게 제품 패키징에 있어서도 새로운 포지셔닝에 적합한 형태로 개선작업을 했습니다. 위에 소개한 제품 이미지가 기존의 패키지와 제품 형태이었는데 기존의 전형적인 연고류 약품과 차별화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찾는 멍 치료제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에 맞게 제품 포장 디자인과 연고 형태를 마치 화장품과 같은 우측의 모습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분석 기법인가?

 

그런데 이 사례를 접하면서 과연 빅데이터가 새로운 차원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더군요. 왜냐하면 새로운 리포지셔닝을 위해 사용한 데이터가 검색어였고 검색어들이 방대하다는 것 뿐이었지 과연 과거 소비자 조사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베노플러스 겔'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겨진 이야기입니다. 바로 담당자들이 경험을 통해 인지한 "젊은 여성들이 베노플러스 겔을 사용하곤 한다"는 사실이었죠. 왜 젊은 여성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곤 할까? 늘 쓰는 것도 아니고 가끔가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새로운 가치 창출의 시작일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실에 대한 의문 제기. 그리고 그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 하지만 대부분의 유행추종자들이나 트렌드세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 뒤의 검증방법에만 몰두하죠. 

 

하지만 빅데이터 방법론이 가치 있는 도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구 이전의 인사이트에 대해 기업과 마케터들이 더욱 절실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방법론에 현혹되기 이전에 자신들의 관점과 행동양식이 근본적인 질문과 소비자 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가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과학으로 규정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양이 폭증할수록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Copyrights ⓒ 2013 녹차화분 All rights reserved.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