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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나는 왜 캠핑을 가는가?

속빈갈대 2015. 9. 21. 14:50



캠핑을 왜 가는 것일까.


오랜만에 주말 캠핑을 갔다 오면서 머리 속으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캠핑에 열광하고 경쟁하듯이 캠핑을 다니는 것일까? 굳이 한국 사람이라고 지칭할 필요 없이, 난 왜 캠핑을 가는 것일까?


캠핑의 시대


캠핑을 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보이스카웃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야영 활동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방학이 되면 1박2일이나 2박3일로 텐트와 장비들을 들고 지도 선생님들과 캠핑을 다녔다. 물론 그 당시는 자가용이 그리 많지 않은 시대라 어디선가 빌려온 차량이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곤 했다.


그 당시의 캠핑은 보이스카웃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역할을 나눠 일부는 캠프 파이어를 할 나뭇가지와 낙엽을 수집하고, 일부는 식사를 준비하고, 일부는 그 날 저녁에 진행할 과제물 준비를 했었다. 지금과 같은 일상에서의 탈출 보다는 교육의 연장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다시 캠핑 바람이 불었다. 대체적으로 그 분기점을 2000년 쯤으로 보는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일부 낚시광들이나 산악인들이 주로 소규모 텐트와 장비들을 갖고 레저 활동의 일부로 캠핑을 즐겼다면, 그 이후부터는 캠핑 그 자체가 하나의 레저 활동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관련 자료들을 보면 일단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주말 여행이 증가했고, 가족 중심의 문화 활동 증가와 미취학 아동을 둔 열정적인 부모들이 증가한 점도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거기에 해외 여행 경험이 늘면서 주요 선진국에서 캠핑 문화를 접한 사람들의 소개가 늘었고 이에 따른 캠핑 장비들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남과 다른 과시적 행위와 따라하기 역시 캠핑의 급증세를 견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표현은 꼭 나쁜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레저 트렌드를 보면 이러한 성향적 특성이 다수의 레저 산업을 성장시켜왔기 때문이다(등산 > 배낭여행 > 골프 > 싸이클링 등으로 이어지는 트렌드)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었을까 한다. 주중 5일간 쉴 틈 없이 일에 파묻혀 살다가, 위아래옆으로 둘러쌓인 아파트 혹은 다세대/연립에서 생활하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없는 여유로운 공간, 그것도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캠핑을 성장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캠핑은 그 전에 존재하던 주말 콘도 여행과 주말 농장 등이 융합된 형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아니면 자유?


그런데 어느 순간 캠핑을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묻고 싶다. 왜 캠핑을 가는가.


단순히 일상, 늘 반복된 장소로부터의 탈출인가? 아니면 익숙한 내 자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함인가? 똑같은 질문 같지만 이번 캠핑이 내게 던진 물음이다.


이번에 캠핑을 가서 모두가 잠든 밤 화롯대의 마지막 타는 재를 바라보며 이 시간까지 내가 했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새벽에 짐을 싣고 운전을 해서 캠핑장에 도착, 짐을 내리고 장비를 셋팅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석식 준비와 식사, 그리고 일행들과 간단히 술 한잔 하면서 담소. 늘 그랬듯이 꽉 짜여진 일정이 지났다.


그 때 문득 바라본 밤하늘이 물었다. 왜 캠핑을 왔냐고.


내 머리 속에 부유하던 단어는 '자유'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난 캠핑을 시작했던 것 같다. 장비 설치나 식사 준비야 잠시 빌린 자연 속에서 해야 할 활동이기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활동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이 아닌가.


어쩌면 캠핑은 그런 무위도식, 게으름의 실천이 아닌가 싶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거나 설령 시간이 흘러 놓쳤어도 그만이다라고 여길 수 있는 시간이 캠핑의 시간아닐까.


물론 아직까지 이런 '자유'를 만끽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가족, 특히 아이와 함께 가는 캠핑을 오롯이 내 '자유'만을 위해 보낼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이런 '자유'를 늘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도, 혹은 동행자에게도 그런 '자유'의 시간을 설명하고 각자 스스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적어도 2~3시간 차를 타고 나간 그 자연 속에서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캠핑이다,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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