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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C. Product Life-cycle의 줄임말이죠. 경영학이나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개념입니다. 특정 제품은 나름의 생명주기가 있어 최초에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고객들이 구매하고 인기를 얻어 성장세를 보이다가 경쟁이 격화되면서 성장이 정체되었다가 나중에 다른 경쟁 제품이나 대체품에 의해 소멸하게 된다는 개념이죠. 이를 통해 그 유명한 S곡선이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원래 Product Life-cycle 개념은 마케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본래는 경제학 이론이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제품 수명주기가 아니라 국가의 교역(Trade)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국제 교역에 대한 이론
원래 국제 교역에 대한 이론으로 헥셔-오린(Heckscher-Ohil) 이론이 존재했었습니다. 헥셔-오린 이론은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개념에 근거하여 국가간 상품 교역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제 현장에서는 단순히 비교우위가 있다고 해서 국가간 상품 교역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비싼 제품을 찾는 경우도 있었고 브랜드 제품처럼 보다 신뢰 받는 제품을 더 교역하려는 현상도 발생했죠. 게다가 리카르도의 개념은 정태적 상태만을 가정하고 있는데 사실 경제나 경영은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활동이기에 헥셔-오린 이론은 그 설명력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나온 것이 Raymond Vernon(1913~1999)이 제안한 위의 '제품 수명주기'(1966)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기존의 헥셔-오린 이론의 정태적 성격을 극복하고 시간 변화 속에서 단일 상품의 교역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를 상품 판매량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게다가 이 이론은 국가간 교역의 변화 형태를 단순한 비교 우위 개념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생산 필요 자원과 개발도상국의 혁신, 선진국의 대응 등을 포함한 동태적 개념을 반영한 이론이었습니다.
위 이론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그래프를 기반으로 가장 최근 시장이 태동하여 성장, 성숙 단계를 지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묘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도입): 애플사가 아이폰을 개발. 시장에 진입하며 수요가 확산됨. 2단계(성장): 수요 증가로 애플사의 제품이 유럽, 일본, 중남미로 확산됨. 경쟁사들 카피 제품 개발 3단계(성숙): 경쟁사들 제품 출시. 시장 급성장 후 성장 둔화. 미국으로 카피 제품들 역수입. 가격 하락 4단계(포화): 시장 내 플레이어 급증. 가격 중심의 경쟁. 고급 시장과 중저가 시장으로 이원화. 5단계(감퇴): 중국 등 생산우위 확보 국가 저가 제품 급증. 수요 둔화 및 평균단가 하락. |
마케팅 개념으로 전환
이처럼 국제 교역에 대한 이론이었던 '제품 수명주기'는 1960년대 중반 경제학에 이것이 도입된 비슷한 시기에 마케팅 학계에도 도입되었습니다(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60년대 후반 코틀러 교수의 <마케팅 관리론>에 실렸다고 합니다. 직접 확인은 안되었지만). 하지만 경제학의 이론적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수용되었습니다. 국가간 교역이 아닌 단일 기업 혹은 단일 시장의 제품이 시장에 도입되어(혹은 출시되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지금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알고 있는 역동적 개념이 된 것이죠.
마케팅 이론의 하나로 흡수되면서 기존의 5단계는 위 그래프의 4단계로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포화(Saturation)'가 순간적으로 성숙에서 감퇴로 넘어가는 일시적 단계이기에 별도로 구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제품 수명주기 이론은 마케팅 분야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존의 단편적인 제품 개발-출시-판매-절판 순으로 이해되던 제품 관리를 보다 동태적이고 경쟁적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프레임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마케터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제품에 대해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른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Category Lifecycle, Brand Lifecycle 등으로 개념이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와 유사한 개념틀로 혁신확산(Innovation Diffusion) 모형이 존재하죠.
제품 수명주기는 앞으로도 시장과 제품의 관계를 바라볼 때 중요한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그것이 모든 것이 될 수는 없겠죠. 아마도 경쟁시장 밖 대체제 혹은 대체 가치를 고려한 새로운 제품 수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PLC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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