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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이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반응, 새로운 기회 탐색, 브랜드에 대한 태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마케팅 리서치 기법을 사용합니다. 보통 정량조사/정성조사라는 큰 틀 안에서 샘플링 방식이나 구조화된 질문지 형태, 대면/비대면 방식을 적용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조화된 질문지에 기반한 정량조사는 소비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조사방법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조사 목적에 부합하는 질문지를 통해 답변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정량조사 중 하나인 투표 후 출구조사 모습)

 

기억,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질문지에 기초한 정량조사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응답자들의 성실도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가 입니다.

 

성실도는 의도적인 것이죠. 본래 사람들은 다소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 표현에 있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의 답변을 주로 합니다. 또한 중앙치 경향서이라고 해서 척도 응답에 있어 극단값 보다는 보통에 근접한 값을 선택하는 경향도 있죠. 이런 것은 어느 정도 스크리닝과 해석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기억이 작위적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응답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다릅니다. 조사 자체의 근본이 휘청거리는 일이죠. 그런데 실제로 이 부분을 의심케 하는 실증적 자료들이 있습니다.

 

기억의 작위성, 창작하는 인간

 

심리학자인 William Brewer와 James Treyens는 이를 밝혀보고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고 모집하여 학생사무실에 대기하게 한 후, 30초 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 대기하던 방 안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응답자 중 30%는 책을 봤다고 말했고, 10%는 파일 캐비닛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대기하던 학생사무실에는 아무 것도 없이 의자와 책상만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이런 응답을 한 이유는 자신이 대기하던 곳이 학생사무실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사물들로 기억을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억의 재구성은 종종 영화에 옥의 티를 만듭니다. 아래의 영화 'Pretty Woman' 중 장면을 보시죠.

 

 

줄리아 로버츠가 먹던 크로와상이 팬케이크로 바뀌어 있죠. 이런 상식 밖의 실수가 벌어지는 이유는 수 많은 촬영장의 사람들조차 앞 전에 찍었던 장면의 소품이 다른 것이었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크립터가 아무리 촬영장에서 이런 차이를 체크한다고 해도 그(혹은 그녀) 역시 기억의 재구성이 만들어낸 착각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이런 기억의 재구성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일은 오직 그 한순가에 발생한 것이기에 다시 확인할 길이 없죠. 그저 우리는 우리의 기억이 옳다고 여길 뿐입니다.

 

자기 합리화

 

게다가 구매경험은 자기 자신의 의사결정을 합리화하죠. 설령 그 제품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낮더라도 구매자는 구매 당시 시점에는 그것이 최상의 결정이었음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란 것이 작위적이고 과거의 행태에 대한 자기 합리화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과연 질문지를 통한 정량조사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나 있는 것일까요? 과연 그 데이터가 믿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소수의 샘플에 대한 다이어리 기법, 접점에서의 관찰법, 몰래 카메라 기법 등 고객이 조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소비자 조사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규모 샘플을 통해 정량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도출하는 마케팅 리서치는 아직 필요한 기법입니다. 그러나 그 한계성이 점점 드러나고 보다 근본적인 소비자의 숨은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려 한다면 전통적인 리서치 기법을 벗어난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응답 숫자 이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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