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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맥심>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사실, <맥스웰 하우스>라는 수입 브랜드에서 출발한 브랜드이지만 나름대로 한국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춰 출시된 브랜드이며 80년대 경제성장기에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공략에도 승리를 거둔 장수 리딩 브랜드입니다.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라는 훌륭한 카피와 명사들의 증언식 광고 캠페인은 여전히 좋은 사례로 소개됩니다)
 
그런 커피믹스 시장에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펼쳐졌고 급기야 시장의 판도 변화라는 '나비효과'가 올해 들어 발생했습니다. 시작은 2010년 가을이었습니다. 남양유업에서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를 출시하였습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김태희와 강동원이 광고모델로 기용되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남양유업의 전체적인 마케팅이 '카제인 나트륨'에 집중되고 이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사실 출시 초기에는 소비자들 반응이라고 해봐야 '어, 맛이 다르네', '부드럽다' 혹은 '좀 싱겁네' 이런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카제인 나트륨'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동서식품이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급기야 이 이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1년 2월 남양유업 광고가 '비방광고'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활동들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카제인 나트륨'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 '화학적 첨가물(카제인 나트륨) vs. 자연식품(우유)'라는 대립적 지식을 갖도록 하였고 결국 <프렌치카페 커피믹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료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 추산 <프렌치카페 커피믹스>의 시장 점유율이 18% 정도 된다고 합니다. 2012년 1Q 기준)
 
이런 시장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응 제품을 내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동서식품에서 2월부터 우유를 넣은 프림이 들어간 <맥심 화이트골드>를 출시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두 명의 빅 스타에 맞서기 위하여 그에 필적할만한 원톱으로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했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김연아가 남양유업의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우유 모델을 했었다는 점이죠. 적의 적은 나의 동지인가...)
 
 
이 사례는 마케팅적으로 매우 흥미롭습니다. 거대 브랜드가 지배하던 시장이 새로운 도전자에 의해 흔들린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아마도 그간 누적된 제품에 대한 익숙함 혹은 싫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익숙함 때문에 소비자는 새로운 유혹을 시도해보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마 일부 소비자들은 새로움에 이끌려 프렌치카페를 선택했을 것이지만, 곧 익숙한 맛으로 복귀했을 것 같습니다.

 

둘째, 브랜드 노후화일 것입니다. 사실 맥심은 그간 브랜드 이미지 상에서 그냥 좋은 모습을 보였을 뿐입니다. 익숙하고 좋지만, 어쩌면 그것은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세대에게는 남의 얘기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기존에 익숙한 소비 계층에게도 오래된 브랜드라는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연아로 광고 모델을 바꾸고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은 원래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브랜드 리뉴얼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셋째, 브랜드 노후화와 관련된 것인데 소비자 입맛의 변화입니다. 사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커피전문점의 영향으로 한국은 커피가 가득한 사회입니다. 일회용 믹스 제품에서 로스팅 빈을 갈아 만든 핸드 드립 커피까지. 한마디로 입맛이 고급화된 것이죠. 물론, 실제적으로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지만. 그런데 맥심은 그간 제품 혁신을 게을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새로워진 제품을 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경쟁의 측면에서 본다면 남양의 마케팅 공세는 새로운 제품의 혁신과 고객 니지를 더 충족시키려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시킨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과거 MSG 파동처럼 무조건 '카제인 나트륨'에 여론이 매도된 점이나,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경쟁사에 대응한 방식이나 '비방광고'라고 손쉽게 판단하는 관료주의 등이 그렇습니다. 경쟁사 제품이 무섭게 성장하면 일단 송사로 버텨보자 혹은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로 무마해보자 하는 태도는 자칫하면 해당 기업의 명성이나 브랜드에 더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 동서식품에서 출시한 신제품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에는 '카제인 나트륨'은 아무 문제 없다고 대응하다가 갑자기 우유가 첨가된 프림이 들어 있는 커피믹스를 시장에 내놓는다면 과연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할까요? 마케팅은 인식의 전쟁인데 기존 <맥심 커피믹스>에 대해 로열티를 갖고 있는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다른 무엇보다도 길들여진 입맛과 정서, 이미지에 기초한 커피믹스 시장에서 '우유가 들어간 프림의 커피믹스'가 경쟁사를 공략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기존 리딩 브랜드를 공략할까요? 아니면 뉴 코크 사례처럼 <맥심 커피믹스> 고객들의 불만을 초래할까요? 이런 부분이 동서식품에게 아쉬운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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