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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음악을 듣거나 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면서 항시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문화는 젊고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폄하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보면 방송에는 아이돌이나 유명 원로 가수 혹은 방송 활동이 잦은 몇몇 뮤지션들만이 나오죠.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공연 프로그램에서조차 그러니,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새로움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문하생 정도로 치부되긴 하지만.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미술책에서 봤던 이제는 땅 속에서 영면을 취하는 해외 유명 미술가들 작품 아니면, 국내 몇몇 상품가치 높은 작가들이 주를 이루니, 여기가 미술관인지 미술책 화보전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물론 그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지나치게 인정받는 현재의 평판에 안주한 예술가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현실이 불만이라는 것이죠. 마치 한국의 젊은이들이 도전보다는 공무원 시험, 대기업지원, 고시준비라는 현재의 평판에 기댄 직업으로 나아가는 것처럼요.

 

세대 전쟁

 

자신의 세대는 자신만의 목소리와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설사 그것이 전 세대와의 세대전쟁을 치루는 것이더라도.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일종의 문화적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주먹다짐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인간사회는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항시 고인 그대로가 아닌, 전 세대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어 받기도 하고 붕괴시키기도 하면서.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촛불시위와 같이 사회적 참여의 형태에서도,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에서도, 주거환경으로서 아파트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많이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를 위해 노래하다

 

달달한 연애 노래, 이별 이야기, 클럽에서의 불타는 밤과 같은 남녀상열지사가 아닌 노래를 하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혁명을 노래하거나 노래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대를 고발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나와 너의 삶을 노래하는 그런 뮤지션들입니다. <옥상달빛>입니다.

 

          옥상달빛. ⓒ경향신문

 

<옥상달빛>은 여성듀오 밴드입니다. 김윤주와 박세진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이는 동갑내기라고 합니다. 나이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이들의 정규1집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뭐,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네이버 뮤직이나 다음 뮤직을 검색해보시면 인터뷰도 있고 여러 가지 뮤지션 관련 정보가 있으니 그걸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제가 주목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 갖고 있는 느낌과 감각, 혹은 시대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씨앗입니다.

 

제가 처음 들었던 <옥상달빛>의 음악은 EP앨범 '옥탑 라됴'에 수록된 '하드코어 인생아'라는 곡이었습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제 머리 속에 떠오른 영상은  '월 30만원 옥탑방에서 살면서 작가를 꿈꾸는 20대 중,후반의 막내 방송 작가'였습니다.

 

 

하드 코어 인생이라도 난 외롭지 않아.

 

<옥상달빛>의 EP앨범 '옥상라됴'를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위의 제목처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 느낌대로 적은 것입니다. 음반 전체를 흐르고 있는 정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꾸는 20대 여성의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옥상달빛>의 음악은 고단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들은 그 고단함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 객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현실에 순응하기 보다는 조금은 현실을 관조적으로 보면서 현실에 묻혀 휩쓸리지 않는 용기,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어쩌면 객기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수록곡 역시 매우 담백하고 단촐한 형태로 연주되고 녹음되어 있습니다. 물론, 정규 앨범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지만...아마 그 이유가 가장 크겠죠.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매우 잘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없는게 메리트니까, 수고했어 오늘도

 

정규 앨범 역시 기존의 정서와 느낌을 그대로 지니고 있더군요. 여전한 고단함과 그러면서도 낙관을 잃지 않고 있는 여유와 웃음. 어쩌면 이들은 한국의 20대 여성들의 삶을 가장 솔직하고 낙관적으로 노래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으니...어쩌면 어느 블로거가 쓴 것처럼 이들은 결국 지금, 이 땅위에서 치열하게 생과 마주하고 있는 '청춘'을 다독이고 복돋아주는 뮤지션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특히 그들의 정규 1집 '28'에 수록된 '수고했어 오늘도'의 가사처럼.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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