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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조품 시장 규모는 소비자원과 관세청 자료를 종합해 보면 대략 260억 달러(27조 4000여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죠. 그에 따른 위조상품 단속 규모도 해마다 늘아나다가 최근에는 다시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위조상품 수출입 규모가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최근에는 더욱 더 지하화, 개인화되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하여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브랜드 제품들 및 기타 경제적 손실 효과가 수십 조가 된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런데 과연 짝퉁제품(모조품 혹은 위조품을 통칭하여)이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경제적 수준으로만 그칠 것인가? 혹시 그 이상의 영향력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짝퉁제품 구매가 나쁜 행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의 짝퉁제품 구매를 반대하기 때문입니다(때론 그런 이유로 등골브레이커 같은 부정적 사회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문을 독창적인 실험법을 통해 밝혀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Francesco Gino,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Michael Norton, 듀크 대학의 Dan Ariely입니다. 이들의 실험법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① 실험집단, 비교집단으로 그룹을 나누고 실험 조건이 되는 상황을 실험집단에만 제시한다
② 실험의 목적을 숨기기 위한 위장 행동을 유도한다
③ 특정한 과제를 제시하고 수행케 한다
자, 그러면 그들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 볼까요.
실험1. 짝퉁제품 구매가 부정행위를 증대시키는가?
이 실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실험집단, 비교집단, 준거집단에게 동일한 썬글라스를 제공합니다. 실험집단에게는 짝퉁제품이라고,
비교집단에게는 진품이라고, 준거집단에게는 아무런 설명 없이 주고 쓰게 합니다.
② 썬글라스를 쓰고 복도의 포스터, 창 밖의 풍경 등을 보고 기억하라고 시킵니다.
③ 다시 실험실로 불러와 매트릭스 퀴즈를 풀게 합니다.
(매트릭스 퀴즈는 연구자들이 개발한 퀴즈로 가로세로 선이 그어진 12셀의 매트릭스에 소수점 단위의 숫자들
합이 10이 되는 연속적인 합을 찾는 과제임. 사전 수 많은 검증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5분 안에 4개를 찾음)
④ 5분 후 각각의 집단에게 자신들이 몇 개를 찾았는지 실험 진행자에게 보고하게 한 후 퀴즈 문제지는 파쇄기에
넣어 파쇄하게 함
실험 결과, 짝퉁 썬글라스를 쓰고 본 과제를 수행한 실험집단은 평균적으로 기준보다 더 많이 퀴즈를 풀었다고 보고했습니다(74%). 이에 반해 진품 썬글라스를 쓴 비교집단은 30%만이 결과를 부풀렸습니다. 학술적 통계분석에 따르면 둘 사이의 차이는 유의미한 것이었으므로 짝퉁제품 사용과 진품 사용은 윤리적 행동의 차이를 유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 행동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짝퉁이 비윤리적 행위를 조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품이 윤리적 행위를 촉진시키는 것일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아무 정보를 받지 못한 준거집단의 부정행위도 같이 측정해보았는데 결과는 응답자의 42%가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비교집단과 12% 차이가 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입니다. 결론적으로 진품보다는 짝퉁 사용이 비윤리적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험2. 한 번의 규칙 위반이 점진적으로 부정행위를 증대시키는가?
이 연구자들은 유사한 방식의 다른 실험 설계를 했습니다.
①과 ②의 과정은 동일합니다.
③ 이번 과제는 컴퓨터 화면에 제시되는 도트과제를 푸는 것입니다.
(도트 과제는 화면 위에 1초 동안 사각형이 등장하는데 그 사각형 안에 점들이 분포해
있고 대각선으로 사각형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피험자는 두 개의 삼각형 중 어느 쪽에
점이 더 많은지 선택해야 합니다)
④ 첫번째 테스트에서는 100회 문제를 풉니다(이건 예행 연습에 해당)⑤ 이제 200회를 더 풀게 되는데 새로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정답 여부와 상관 없이 우측
삼각형을 선택할 경우 5센트를, 좌측 삼각형을 선택할 경우 0.5센트를 받게 됩니다.
이 실험 역시 짝퉁 썬글라스가 피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정답(좌측 삼각형 내 점이 많을 경우)과 보상(우측 삼각형 선택시 5센트를 받음) 사이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밝히는 것이죠. 물론 실험 결과는 실험1과 동일하였습니다. 짝퉁 썬글라스를 쓴 집단이 훨씬 부정행위(정답과 상관 없이 우측 삼각형 선택)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더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집단에서 부정행위가 증가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특정 순간을 지날 때 부정행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두번째 발견은 일상적 행동에 있어 "어차피 한번 어긴거"라는 준거를 설명해준다고 합니다.
즉, 인간은 자신 스스로 혹은 외부의 규범에 의해 규정을 지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아야지 뭐 이런 것이죠. 그러다 우연히 유혹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나면 이런 말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어차피 한번 먹은거 오늘은 왕창 먹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 그리곤 반복이 시작되죠.
이들의 실험은 사소한 부정행위가 결국 다른 부정해위를 정당화하고 이런 행위가 누적될수록 더 큰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을 증명하는 것이죠.
최근 새 정부의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에서 후보자들의 사소한 부정행위가 이슈가 되곤 합니다. 이 실험에 따르면 그들이 의도했건 안했건 논문표절, 탈세, 증빙누락, 공금의 개인유용, 허위 학력 등이 중요한 것은 그런 행위가 언제든 더 큰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정행위가 사회적으로 용납된다면 대중매체와 언론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부정행위에 대한 사회적 준법의식이 무뎌진다는 것이죠.
기업 내부적으로도 이 연구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소한 부정행위, 혹은 규정위반이 결국 더 큰 부정행위나 규정위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사소한 행위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엔론 사태나 삼성 불산누출 사건과 같은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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