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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아마도 1991년 David Aaker가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관리(Managing Brand Equity』를 출간하면서일 것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몇몇 마케팅 전문가들 역시 브랜드의 중요성을 간헐적으로 주장하곤 했습니다. Peter Drucker의 경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혁신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데이비드 아커 이전의 주장들은 브랜드를 대부분 상표나 그에 국한된 요소로 인식할 뿐이었습니다. 마케팅적 요소라고 간주해왔습니다. 현재와 같이 브랜드를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자산으로 개념화시킨 사람은 바로 데이비드 아커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데이비드 아커가 브랜드에 대한 원조라고 불리는 것이겠죠.

 

(출처. Google Ngram Viewer. 브랜드 에쿼티로 검색할 경우 주된 출판물들이 모두 1980년대 후반에 집중됨)

 

국내 기업에 있어서 브랜드가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도입될 때 대체적으로 Top-down 방식이었습니다. CEO나 임원들 중에서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정보를 외부에서 듣거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듣게 되어 회사 내에 브랜드 전담팀이 꾸려지고 그들을 중심으로 브랜드 관련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대부분 광고/홍보 부서나 혁신추진 부서 등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특히 초창기에는 브랜드 전담 부서와 제품/서비스 기획, 개발 부서간 갈등이 참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브랜드 전담 부서 인원들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이나 리서치 경력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사고하는 방식이 물리적인 실체나 프로세스를 다루는 제품/서비스 기획, 개발 부서와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같은 원료나 재료에 기반하여 똑같이 만들어도 고객의 인식은 다르다는 그 개념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물론 이런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덜 하지만 조금 다른 인식틀로 '우리도 제대로 만들면 성공한다'는 저항감이 존재합니다).

 

데이비드 아커의 책에 여러 가지 실증 사례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하는 증거들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2004년에 발표된 'Neural Borrelates of Behavioral Preference for Culturally Familiar Drinks'가 브랜드의 기능적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증 데이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fMRI가 보여준 뇌 반응의 차이

 

Samuel M. McClure, Jian Li, Damon Tomlin, Kim Cypert, Latane Montague, Read Montague가 저술한 위의 논문은 인간이 물리적으로 매우 흡사한 사물에 대해 평가할 때 과거 경험한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fMRI로 확인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매우 학술적이고 재미 없을 것 같지만 여기에 사용된 실험 도구가 코카콜라와 펩시라면 사뭇 다를 것입니다.

 

위 논문은 아래와 같은 가정을 설정하고 출발했습니다.

① 아무런 단서 없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신 사람들은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② 단서가 없는 경우 맛 평가를 위해 주로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될 것이다

③ 단서가 주어질 경우 사람들은 특정한 음료에 대한 선호를 표현할 것이다

④ 단서가 주어진 경우 음료 자체보다 기존 지식에 기반한 평가를 하기에 뇌의 다른 부위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 실험을 위해 실험 참여자들은 아무 단서가 없는 음료, 코카콜라 음료, 펩시콜라 음료를 마시며 fMRI 촬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아무 단서가 없는 음료를 마신 경우 두 음료간 선호에 있어 차이는 없었다.

② 단서가 없는 경우 뇌의 복내측 전두엽 대뇌피질(The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는 감각기관의 정보에 의존한 판단활동이 주를 이우렀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③ 단서가 주어진 경우,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④ 단서가 주어진 경우 뇌의 해마(Hippocampus), 배면 전두엽 대뇌피질(The 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중뇌(Midbrain)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브랜드 단서가 없을 경우 사람들은 오로지 감각 기관에 의존하여 제품(음료)을 판단합니다. 단서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단서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다른 판단 경로를 이용합니다. 특히 기업과 관련 있는 해마, 중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기억 정보들이 감각 기관 정보와 함께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역할

 

이 논문은 그간 가설적인 브랜드의 역할에 대해 보다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그것과 연관된 다양한 의미들을 뇌 속에서 활성화시킵니다. 이런 활성화된 정보가 제품 구매 시 다른 정보들-가격, 판매원의 세일즈 토크, 프로모션 여부 등-과 함께 고려됩니다. 그 의미들은 과거 사용 경험일 수도 있고,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일 수도 있고, 어제 본 리뷰 사이트의 소비자 평가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와 연관된 다양한 의미망입니다. 그 의미망이 고객들의 판단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위의 논문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란 브랜드와 연관된 의미들을 관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브랜드에 대한 인기는 다소 수그러들었죠. 최근 몇 년간은 혁신이 유행의 가운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의 논문이 보여준 것처럼 고객들은 여전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합니다. 증대하는 정보 속에서 선택된 정보들의 총합체로서 브랜드는 여전히 중요한 것이죠. 게다가 정보의 양과 채널이 증가할수록 브랜드의 역할과 중요성 역시 증대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의미를 제품 속에 구현하는 구현화(Embodiment), 서비스 프로세스에 내포시키는 의례화(Ritualization)는 매우 중요한 업무 영역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기업이 보다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다양한 의미를 제품/서비스에 표현하는 이런 과정이 보다 향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집단 간 상호 이해와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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