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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그 유명한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죠. "죽음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리우스' 역시 그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신들이 인간을 질투하는 이유는 죽음이 있기 때문잊. 죽음이란 유한성으로 인해 젊음이 아름답기 때문이야"

 

죽음. 인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인생의 중대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인생의 이벤트에 비해 자본주의의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식이나 제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죽음 역시 자본주의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가 아마도 장지, 즉 묘지에 대한 것입니다. 과거 농촌 씨족사회 중심에서는 조상 대대로 묻어오던 선산에 조상을 묻고 장손 집에 위패를 모셨습니다. 그러나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농촌이 개발되고 선산이 팔려나가며 장지의 조건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장지는 소규모 단위의 가족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었고 선산이 없기 때문에 묘지를 임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원 묘지입니다.

 

그 후 가족의 분화와 해체는 더욱 심화되었고 비싼 지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시신처리의 형태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장지 역시 공원 묘지에서 납골당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숲 속 나무나 자연 생태계에 납골함을 묻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족의 변화가 장례산업을 키우다

 

하지만 장지보다 더 큰 변화는 장례형식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결혼식은 핵가족 단위로도 충분히 가능한 인생의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장례식은 핵가족이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병원 영안실을 알아보고, 상가를 설치하고, 누군가는 상주를 해야 하고, 병원/경찰/검찰로 이어지는 행정적 절차도 처리해야 하고, 묘지도 알아봐야 하고, 최근에는 거의 기본이 된 화장터도 예약해야 합니다. 시신 관리에서부터 매장 단계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과거처럼 자식이 많은 대가족 단위에서는 서로 나누어 일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자식이 1~2명이고 친척도 적은 경우라면 이 모든 일들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장례서비스(혹은 상조)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전체 시장 규모가 7~8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여러 가지 자료에 의하면 1982년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상조서비스는 잠재된 수요를 깨웠고 현재 300 여개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주로 영세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했으나 최근에는 대그룹 계열사나 중견기업들이 참여하여 보다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계 법률이 정비되면서 자본금이 커지고 고객 예치금 비율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의 인식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래형 서비스로 진화하다

 

아직까지 국내 장례서비스 업체들은 장례에 필요한 절차를 대행하거나 조언해주는 역할, 장지 관련 대행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여기서 파생된 새로운 서비스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Funeral Recording과 1000memories와 같은 웹 기반 서비스 업체입니다.

 

Funeral Recording은 일종의 장례 영상 서비스입니다. 거리가 멀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하여 개인의 장례식 영상을 촬영하여 웹 사이트에 업로드하여 불참자들이 시청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입니다.

 

 

1000memories는 funeralrecording과 조금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고인의 지인들이 직접 만드는 사이트입니다. 일종의 개인 추모 사이트인데 고인에 대한 지인들의 추억, 사진, 에피소드 등이 지인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방식입니다.(최근 이 웹사이트는 장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의 과거 사진을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로 진화하였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장례서비스는 그 필요성에 비해 대중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죽음에 대한 외면, 기존 장례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관행과 낮은 서비스 품질, 장례를 일종의 상거래로 보는 시각에 대한 불편함, 각종 법률 및 규제의 미비 등이 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례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성장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고령화, 가족분화의 심화(1인가족), 장례절차의 복잡함 등으로 인하여 장례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됩니다. 그래서인지 업태의 본질이 유사한 보험회사들이 발빠르게 장례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향후 십 년 뒤, 혹은 오십 년 뒤 우리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지키면서 사회경제적 체계에 적합한 장례서비는 어떤 모습일까요? 많은 기업들이 도전을 통해 새롭게 제시할 모습을 지켜볼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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