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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소비자 행동 이론이 경제/경영/마케팅에서 급부상하면서 다양한 심리학 발견과 가설들이 이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는 특히 두 가지 경로를 따라 발전했습니다. 하나는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것인지, 다른 하나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과 행태에 대한 발견을 어떻게 판매에 활용할 것인지가 그것이었습니다.
이런 소비자 행동 이론이 대중화되고 법규화되면서 대중들 사이에는 이런 상식이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소비자들은 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보다 현실에 가까운 연구를 하면서 위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본적으로 고전 경제학이나 경영이론, 마케팅이 전제하던 합리적 소비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가설이 비합리적임이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이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현대라이프. 보다 많은 정보를 주면 고객에게 도움된다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보험 서류들...)
보다 빈번한 자산가치 평가는 투자 수익성을 높이는가
Richard Thaler, Amos Tversky, Daniel Kahneman과 Alan Schwartz(1997)는 대학생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의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1) 개인이 펀드 매니저로 25년간 투자 시뮬레이션을 담당한다
2) 상품은 오로지 2개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는 100%가 되어야 한다
3) 투자 결과를 알려주는 조건은 매월, 매년, 5년마다,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매월로 나뉜다
피험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정보도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이 실험에서 주어진 자극인데 A라는 상품은 수익률도 낮고 변동폭도 적은 가상의 채권형 상품이었고, B라는 상품은 수익률도 높고 변동폭도 큰 주식형 상품이었습니다.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 속에서 시뮬레이션 투자를 실행했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투자결과를 받으면 다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재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 시뮬레이션 모형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25년간 100%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집단이 가장 큰 수익을 거두었을까요? 매월 투자 결과를 받은 집단일까요, 아니면 매 5년마다 받은 집단일까요?
정답은 매 5년마다 투자결과 정보를 받은 집단이었습니다. 이들은 원금보다 66% 오른 수익을 거두었습니다(매월 받은 집단은 40%의 수익을 기록). 그 이유는 월마다 피드백을 받은 집단은 작은 손실에도 크게 반응하여 계속 포트폴리오를 주식형(B)보다 안전한 채권형(A)상품으로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반합니다. 빈번한 정보의 제공은 소비자의 '손실 회피(Loss aversion)' 경향을 강화시켜 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이 기관보다 더 손실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잦은 정보 습득보다 차라리 적립식이든 거치식이든 묻어두고 오래 동안 잊고 지내는 것이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B. Barber와 T. Odean(2000)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직접 주식 거래를 하는 66,465 가구의 주식거래 실제 자료를 입수하여 '자주 거래 하는 사람'과 '가끔 거래하는 사람'에 대해 비교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실증 연구에 의하면 '자주 거래하는 사람'들이 '가끔 거래하는 사람'들보다 수익에 있어 매년 30% 정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주식거래 시장에서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주 주식 정보를 접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며 적극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는 성과에 있어 덜하다는 것이죠.
주식시장 외에도 이런 현상들은 비일비재합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권익을 옹호한다고 만들어진 수 많은 설명서들, 약품이나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알아야 한다고 해서 쓰여지는 내용물에 대한 상세 리스트, 전자제품의 기능을 보다 정확히 전달한다고 쓰여진 상세 스펙들. 하지만 실증적 연구 중에서 어느 것도 이런 정보들이 소비자 구매행동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는 없었습니다.
소비자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야 함은 옳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조건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그것이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도움이 되는 방법도 모릅니다. 때로는 지나친 정보가 그들의 인지 부하를 가중시켜 더 감에 의존한 구매행동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방식보다 소비자의 브랜드 터치 포인트에 적합한 정보공개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정보 니즈와 의사결정방식에 근거한 합리적 수준의 정보량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과 정부나 시민단체, 전문기관에 공개해야 할 정보량을 구분해야 합니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한 방식은 불필요한 낭비가 되거나 사문화될 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정보 공개에 있어서도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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