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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조사의 역사는 거의 백 년에 가까워 갑니다. 1920년대 미국의 Daniel Starch에 의해 도입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는 광고가 산업계에 처음 도입되는 시기와 같은데, 그는 좋은 광고란 소비자들이 보고, 듣고, 읽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조사 방식을 창조했습니다(현재로 보면 광고효과 조사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그 후 몇 년 뒤 George Gallup(1901~1984)은 과학적 마케팅 조사라는 개념을 들고 나옵니다. 현재에도 사용되는 "Aided Recall"과 같은 여러 가지 개념들을 제시하며 보다 정교해진 측정 대상과 방식을 통해 마케팅 조사 시장을 크게 성장시키기 시작했죠. 특히 조지 갤럽은 다양한 기법들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그는 마케팅 조사 분야를 사회 여론 조사의 영역으로 확장하였고 린든 대 루즈벨트 대통령 선거 전에서 기존 조사업체의 결과를 부정하면서 루즈벨트의 승리를 예견했는데, 루즈벨트가 당선되면서 사회 연론 조사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조지 갤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인물과 사상)"에 자세히 나옵니다)
(위. 조지 갤럽)
마케팅 조사의 시대
하여간 여러 전쟁을 거치며 마케팅 조사는 확고 부동한 시장을 이루게 됩니다. 특히 60년대를 거치며 많은 기업들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고, 고객평가와 만족을 측정하기 위해 마케팅 조사 기법을 활용하면서 시장 성장에 일조하게 됩니다.
국내의 경우도 1968년 국내 최초의 조사기관으로 유신시장조사기획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아들인 유일선(당시 유한양행 수석 부사장)과 김용한이 유한양행 시장조사부에서 독립하여 설립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마케팅 조사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라 유신시장조사기획사는 2년 동안 두 건의 프로젝트만을 수행하고 1970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 후 김용한은 1970년 S/K마케팅리서치를 John C. Sticker와 함께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1973년 미국의 ASI(Audience Studies Inc.)에 합병되었습니다. 1973년부터 1975년까지 ASI는 4차례 국내 최초로 4대 매체 접촉률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ASI는 1980년에 철수하였고 그 시점에 A.C.Nielsen이 국내에 진출하였습니다.
(참조: 국내 조사업계의 역사)
국내는 다소 늦었지만 여하간 60년대 이후부터 90년대까지 마케팅 조사는 기업에게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수용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마케팅 조사에서 쓰이던 많은 용어들도 마케팅 분야에 자연스럽게 접목되었습니다. 게다가 상품 기획, 시제품 평가, 광고 효과, 고객만족, 브랜드 평가 등 마케팅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 시장 조사 기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도전 받는 전통적 마케팅 조사 기법
하지만 21세기 들어 전통적인 마케팅 조사 기법은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것과 관련 있는 것이 제가 지난 번 블로그에도 몇 번 글을 올린 적이 있는 "New Coke"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마케팅 조사가 소비자의 내면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비자 정보처리 모형: 위에서부터 AIDA, AIDMA, AISAS 모형]
일단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마케팅 조사 기법은 인간의 정보처리가 이성적 차원에서 합리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했습니다. AIDA 모형이든, AIDMA 혹은 AISAS 모형이든 기본적인 가정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가장 합리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간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판단을 합니다. 또한 기존의 습관이나 경험에 의해 편향된 지식과 그런 정보에 의해 발생한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판단하기도 합니다. 즉,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그렇게 일관되지도 않다는 것이죠.
인간의 나쁜 기억력, 그리고 창조적 습관
게다가 인간의 기억력은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고전 영화 <라쇼몽>에서도 등장 인문들이 동일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각각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인지적 활동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① 선택적 지각과 ② 기억의 재구성이 그것입니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만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시험공부를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어들만 기억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한적 기억이 보다 생생하게 기억될려면 제한적 정보들이 이야기 구조로 형성되어야 합니다. 과거 화학시간에 화학 원소 주기율표를 앞글자 따서 노래로 외우던 방식과 유사하죠. 그런데 이런 재구성 과정에서 상당한 기억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령 이런 예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갈증나서 편의점에서 그냥 '코카콜라'를 사 마십니다. 그런데 시장 조사 담당자가 제게 묻습니다. 왜 '코카콜라'를 구매했냐고. 하지만 응답지에 어디에도 '그냥'이란 답안은 없습니다. 무언가 합리적인 근거를 대야 합니다. 조사 설계자는 질문지를 매우 논리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례는 극단적인 것이지만 맞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소비행동 중 상당 수는 '그냥'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합니다. 때론 그날 기분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케팅 조사는 그런 대답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조사 결과는 무엇인가 사실을 밝혀내야 하고 그 사실은 합리적 수준에서 이해 가능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혁신이 필요한 마케팅 조사
최근 마케팅에서 가장 강조되는 단어 중 하나가 '혁신'입니다. 그런데 정작 마케팅 조사 기법에서는 혁신이 그리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위에 제기된 전통적 마케팅 조사 기법의 한계성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익숙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만으로 질문지법과 FGI 같은 방법론만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1990년대 후반부터 Envirosell사의 카메라 관찰 기법이라든가,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 문화인류학자 등을 활용한 Ethnography 기법 등이 몇몇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행동경제학 관점으로 구성된 실험법도 각광받고 있는데 기존의 조사 기법이 밝혀내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보다 심층적인 행동 동기를 밝혀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참조: AdAge 기사 "Behavioral Economics Helping Marketers Better Understand Consumers")
인간의 본성적 특성과 기억의 불완전성, 사회적 영향력 등이 반영된 FGI나 질문지법은 이제 소비자 내면을 파악하는 수단으로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소비자 심리를 읽기 위해서는 관찰이나 정교화된 실험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직은 비용이 비싸단 이유로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마케팅 조사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보다 더 큰 비용을 신제품이나 사업 실패란 이름으로 얻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혁신은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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