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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트위터로 접하게 되었던 소식. 그 때까지만 해도 모 그룹의 임원이 사고를 쳤는데 이게 SNS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그 그룹의 위기 관리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지난 주 수요일까지만 해도 그게 어떤 사건이고 어느 정도 퍼질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말을 지나면서 급반전이 벌어지고 있네요. 일단 관련 뉴스를 한번 볼까요

 

(영상 출처: YTN뉴스)

 

역시 네트워크 확산 모형 가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몇몇 소규모 허브 중심으로 공유되던 정보가 어느 순간 메가 허브를 거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인원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그에 따라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행위도 공감에서 실력행사로 변화되어 나타났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에 네트워크에 해당 기업 이름과 임원의 이름이 공개되었고 수 많은 네티즌들이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접속해 직접 의사표현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내용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비난 여론이 해당 기업을 향해 직접적으로 표출되었고 관련된 항공사 역시 여론의 힘에 이끌려 대응행위를 전개했고 해당 기업은 사과문 발표와 조치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보야, 문제는 SNS가 아니라 초기 72시간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현대 경제 시스템에서 SNS가 매우 중요하고 기업이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매체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기업에게 위기관리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사건 발생 후 72시간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업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초기 72시간 내에는 그 전달 범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언론사에서 해당 소식을 접해도 사실 관계 확인과 전후 관계 파악을 위해 언론사에서도 신중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간 내에 사건 당사자인 기업은 신속한 상황 파악 및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실제 사건이 발생한 날짜는 4월15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임원이 출장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올 시점에 이미 해당 기업은 그 내막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그 후 임원이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처리 방안과 언론 대응방안이 수립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초기 뉴스에 다음과 같은 대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해당 임원이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 항의를 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승무원의 얼굴에 스친 것뿐이다."

 

그 결과 소중한 72시간이 지났고 그 동안 수면 아래서 점차 가열된 여론은 일정한 비등점을 지나자 급격하게 분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준비안된 대응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었고...결국 지금과 같이 전체 그룹이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언론의 뭇매를 맞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솔직함, 원칙 그리고 신속함

 

사실 기업 내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상세 내역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사건 초기에는 관련자의 말에만 의존해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당사자가 사실대로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편향된 기억과 본인 중심의 표현은 담당 부서의 실무자가 가려내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안을 좀 더 냉정하게 파악하려 했다면 해당 항공사에 사실 확인을 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입국 거부를 당할 정도까지였다면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 나중에 제대로 다뤄보기로 하고요, 일단 지금 해당 기업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솔직함, 원칙, 신속함이라고 생각듭니다. 사과문에 표현한 것처럼 모든 사안에 대해 진솔함이 느껴질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기업의 철학과 가치가 담긴 실질적인 대응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특히나 해당 기업은 최근 더불어 살고 서로 이해하는 사회를 위한 기업 브랜드 캠페인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일 이후 대응이 진정성이 없다면 지금까지 캠페인이 '말 뿐인 거짓말'로 비춰져 더 큰 이미지 실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속함이 필요합니다. 여론의 추이를 보겠다, 일단 기다려보자 등의 자세로 시간 벌기에 나서기에는 역풍이 더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 가는데 이제 와서 감사 결과 엄중 문책하겠다는...다소 여론 회피용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흐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그 결과와 함께 소셜 미디어 시대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심도 있게 글을 써볼 필요가 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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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4월23일) 해당 임원의 사표가 수리되었다고 하는군요. 사실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해당 임원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해당 기업의 인력운용이나 한 가장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칠 정도인가는...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노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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