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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불어온 바람입니다. 그런데 좀처럼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네요. 바로 경영/마케팅 분야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이 그것입니다.

 

사실 인문학은 예전부터 경영/마케팅 분야에 끊임 없는 영양분이자 이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던 젖줄이었습니다. 경영에 관한 많은 실험/연구들이 거의 대부분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태동했으며 특히 심리학은 경영 이론 중에서 리더쉽, 조직관리, 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준 학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은 그런 차원을 넘어선 그 어떤 신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추적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 진원지를 파악하면서 왜 이런 인기 현상이 지속되는가 찾아볼까 합니다.

 

인문학 열풍, 그 이면엔 경영/마케팅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성찰이 있다

 

경영/마케팅 분야에 인문학 열풍이 분 것은 대략적으로 2008년 전후를 기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간혹 고전에서 배우는 경영이나 인문사회과학 이론을 통해 경영관리나 마케팅을 설명하려는 서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접근은 단순히 선조의 좋은 덕담을 현재의 의미로 해석하는 관점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2008년인가? 여기엔 당시의 사회문화경제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기존 경제학/경영의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성과와 보수, 실적 중심의 경제 운용과 경영관리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에 기초한 의사결정이 최선인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인문학적 관점을 경영/마케팅 분야에 접목시키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를 촉발시킨 인물은 경제위기 속에서 홀홀단신 놀라운 혁신과 성장을 보여주었던 故 스티브 잡스였고요.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발표 회장에서 이런 발언을 합니다.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다" 그리고 아이폰4S 발표회장에선 이런 말도 합니다. "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닙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입니다." 게다가 그의 전기 속에 나와 있듯이 그는 대학시절부터 캘리그래픽 등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음악에도 매우 조예가 깊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인물의 성공 스토리와 기존 경영/마케팅의 숫자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인문학 열풍은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였습니다. 결과(실적인 매출, 영업이익 등)가 아닌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차별적 가치)에 주목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목적은 USP, 경쟁우위, 브랜드 자산, 혁신 등으로 불려왔지만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같습니다. 

 

"고객들이 다른 많은 경쟁 브랜드를 제쳐두고 우리 브랜드를 구매/사용하는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Fad로 끝날 것만 같은...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다소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인문학이 마치 기존 경영/마케팅의 빈 틈을 메워줄 수 있으며 새로운 혁신을 구할 곳처럼 말하고 있씁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추측도 해봅니다.

 

많은 경제이론/경영학 이론 등이 유행을 타는 것처럼 인문학 역시 유행처럼 수용되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인문학적 관점이 현업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CEO가 아무런 인문학적 바탕 없이 현업에서 임원들이나 실무자들에게 인문학을 강조해봐야 그것은 단순히 머리 속의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과학은 단순히 머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삶 속에서 축적된 그 무엇입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제가 종종 내세우는 것이 앞서 언급된 故 스티브 잡스의 일화입니다.

 

애플에 복귀한 후 스티브 잡스는 개발팀에게 마더보드도 매우 단순한 디자인에 회로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배치하도록 설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개발팀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마더보드에 그렇게 시간과 돈을 쓸 이유는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느다고 해서 목수는 소파 안에 아무 자재나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설계하지 않는다고. 이런 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고인 것이죠.

 

(음...왠지 그가 그립네요)

 

인문학적 경영/마케팅의 근본은 사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시장으로? 구매 고객으로? 잠재적 구매자로? 모두 아닙니다. 인문학적 경영/마케팅이란 자신이 창출하는 가치의 대상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조작적 정의로 구현된 시장이나 고객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할 한 명의 사람, 혹은 양산품을 구매하여 쓸 한 명의 인간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적 경영/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 비이성적 인간의 태도, 가격이 아닌 가치 기반의 의사결정 등입니다.

 

최근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경영일선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런 사건들의 핵심에는 기업 혹은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고객이나 파트너, 거래처 등을 숫자나 위계적 관계로만 바라보았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바라보지 못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말로는 인문 경영이다 사회적 책임 경영이다 하지만 정작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문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틀에 밖힌 강의나 권장 도서로는 안됩니다. 기업 임직원들의 내외부 인간관계 자체가 변화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문화가 구축되어야 다른 것들도 제대로 작동하게 됩니다. 상호 존중과 배려가 인문학적 경영/마케팅의 가장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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