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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서도 Me too 제품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지난 글 보기: "누가바 vs. 누크바, 브랜드 분쟁은 계속된다"

 

최근 불황 여파로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신상품 개발보다 유명 브랜드 카피 제품, 소위 말하는 Me too 전략에 몰두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신상품만 개발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자원 투입은 많이 요구되지만 실패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e too 전략에도 상도의, 혹은 윤리적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따져도 상표권이나 포장 특허에 대한 분쟁도 있으며, 브랜드 명성 측면의 위험 관리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 한 유통업체의 활동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vs. 롯데 통큰 초코파이

 

(출처. 데일리안)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국 제과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슈퍼 브랜드죠. 1974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굳건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전 세계로 수출되는 브랜드입니다. 가격을 조금만 올리려고 해도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정부의 지침을 받던 브랜드죠. AC닐슨 자료에 의하면 오리온 초코파이의 시장점유율이 78%에 이르며 그 뒤를 롯데 초코파이(19%), 크라운 초코파이(2%)가 멀리서 뒤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롯데마트는 PB 브랜드로 롯데마트 통큰 리얼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오리온 초코파이와 동일한 가격이 ₩7,800으로 책정하면서 갯수는 6개 더 많은 33개 들이로 패키지화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유사한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일은 롯데제과와 오리온간에도 있었습니다. 과거 오리온 초코파이 출시 이후 롯데제과에서 롯데 초코파이를 선보였을 때 패키지는 아래 좌측과 같이 파란색 패키지였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 롯데제과는 우측 사진처럼 붉은 색으로 오리온 초코파이와 유사한 형태로 포장을 변경하였습니다.

 

(좌: 롯데 초코파이 원래 포장 디자인, 우: 새롭게 변경된 롯데 초코파이 포장 디자인과 오리온 초코파이 디자인)

 

1979년 출시 초기부터 상표권으로 분쟁을 겪었던 오리온과 롯데제과. 이제 이 문제는 롯데마트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롯데마트가 PB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롯데제과에 위탁 생산을 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올바른 경쟁의 모습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단기적 성과 vs. 장기적 쇠락

 

최근 인터넷의 개인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롯데에 대한 부정적 글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업무적으로 살펴 본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봐도 그렇게 해석됩니다. 패키지 디자인 변경 이후 매장에서 얼마나 판매량이 증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롯데라는 브랜드가 점점 혁신 없는 모방 전문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글을 위해 찾아본 자료들에서 통큰 에너지바, 초이스엘 브라우니 믹스, 롯데라면 등이 거론되었습니다만, 그것들은 모방 제품이지 위의 초코파이처럼 실질적으로 패키지 모방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출시되어 오랜 노력 끝에 브랜드 자산을 구축한 브랜드를 모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더군요.

 

Me too 전략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본래 Me too 전략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분야에서도 경쟁사의 신규 제품을 복제하여 더 좋은 기능을 싼 가격에 제공하는 후발주자, 브랜드 자산이 약한 기업이 추구하던 전략이었죠. 그러나 현재 롯데제과 혹은 롯데마트에서 보여주는 전략은 식품과 유통업계의 거대 기업이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더군요.

 

지난 글에 쓴 것처럼 최근 이런 이슈가 부각되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 착한 자본주의, 상생의 경제구조 등이 화두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이 부각되기에 임직원의 행위 자체도 기업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제임스 H. 길모어, 조지프 파인 2세가 『진정성의 힘(Power up through Authenticity)』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제 기업의 가장이나 허식, ~척 하는 것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자들 역시 막강한 정보력과 매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진정성과 솔직함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과연 위와 같은 Me too 전략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불황기 싼 가격으로 어느 정도 시장 잠식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이기 때문이니까요. 앞으로도 지켜볼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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