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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기존 블로그(2010년 12월 14일)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이동통신서비스/모바일폰 시장에 대한 연대기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재미있는 글이다 싶어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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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 '휴대폰 시장, 4차 대전으로 진입'은 휴대폰 제조사간의 경쟁에 대해 작성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말, 이제는 휴대폰이란 기기 차원을 넘어서 이동통신시장의 대 변혁이 찾아오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통신시장의 변혁을 이끄는 요소들에 대해 검토해 보고 향후 미래를 전망해 볼까 합니다.

 

  통신시장을 이끄는 3대 축: 망, 기기, 플랫폼

 

전통적 통신시장은 애플의 아이폰 이후 종료되었습니다. 개별 사업자의 폐쇄적 망과 제한적 서비스 플랫폼, 하드웨어 사양 기준의 휴대폰, 퀄컴과 심비안류의 제한적 플랫폼. 이런 구조는 아이폰 등장 후 종말론에 휩쌓여 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퇴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저가 GSM 단말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통신시장을 이끄는 힘은 이미 아이폰으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핵심 가치인 망은 유선과 무선의 컨버전스와 다양한 무선통신 방식의 융합에 의한 seamless 망, 그리고 LTE/WiMax 등의 초고속 브로드밴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망의 프로토콜이나 형태, 지원장비의 형태, 주파수 대역과 상관 없이-사용자 입장에서 보면-"끊김 없이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망으로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기와 망을 웹/앱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시 아이폰 등장 이후 독보적으로 통신시장의 주축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마치 Beta vs. VHS의 경쟁을 보는 것처럼 애플의 i 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경쟁하고 있는데 그 결과에 대한 예상은 뒤에서 해보겠습니다.

 

이 세가지 축이 현재의 통신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이 세가지 축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시장의 변화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이제 근 미래에 벌어질 변화방향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1. 망의 중요성 재부상과 과금제에 대한 민주적 요구

 

가장 먼저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스마트 기기 보급 증가에 따른 데이터 용량 증대일 것입니다. 먼저 아래의 표에 나와 있듯이 아이폰 사용자들은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리어답터라서 그럴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3사의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출처: 디지털 타임스)

 

아이폰과 스마트폰 몇 종이 출시된 초기에 벌써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트래픽은 현저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스마트폰 가입자가 50만 수준이었는데, 올해 말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사 통틀어 500만명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데이터 트래픽 증가량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확히 수치가 공개되면 알 수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전체 스마트 기기 사용자가 1천만명 수준이 되었을 때 그들이 유발하는 데이터 트래픽량은 어쩌면 통신사들의 역량을 넘어버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 음성 통품에 이은 데이터 통품 이슈가 시장에 제기될 지도 모르죠.

 

물론, 통신사들 역시 나름대로 대응할 것입니다. WiFi 등 우회망 확장을 통해 데이터 트래픽 분산을 유도하거나, LTE 등 광대역 망을 조기 구축할 것 같습니다(전자는 KT, 후자는 SKT/LGU+의 행보죠). 하지만 Hardware적 대응은 어디까지나 중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그리고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기에 예상보다 더 빨리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한다면 이런 대응은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데이터 이용 요금에 대한 대응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무제한 정액제에서 트래픽 유발량에 따른 차등 과금이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대안일 것입니다. 물론, 유선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한적 환경에서 사용하는 유선과 달리 장소에 국한받지 않는 모바일 환경에서 과도한 트래픽 유발자와 저용량 사용자 사이의 차별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애플이 가져온 앱스토어 에코시스템이 낳은 결과입니다. 망사업자를 배제시켜 놓고 기기/플랫폼을 일체화한 애플이 고유의 마켓플레이스인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기존 망에 무임승차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어플들이 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수익원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치명타는 통신업자들이 망에 대한 과금체계를 기본부터 다시 검토하고 원칙을 재정립하면 앱스토어와 앱 이용자들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갈 것입니다. 쓴만큼 내야 한다는 논리로.

 

물론, 이 변화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용한 만큼 내라'는 원칙이 아무리 강력하고 상식적이라고 해도, 우선 유선망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테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통신에 대한 그 사회의 철학의 문제, 통신사업자와 플랫폼업체/사용자간의 이권 다툼, 헤비유저와 일반 사용자간의 형평성 문제 등이 얽힌 복잡한 투쟁으로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생각됩니다.

 

  2. 기기간 국경 없는 전쟁, 그 중심은 인간 행태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가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근거리 통신망 지원이 가능한 PMP/Navigation, WiFi/3G 지원이 되는 전자책, 이동성을 강조하면서 터치패드를 탑재한 노트북/넷북 등 이젠 거의 모든 Computing device들이 buletooth/WiFi/GPS/NFS 솔루션을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기기간 컨버전스와 디버전스가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기기간 장벽의 붕괴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젠 아이패드 하나면 아이폰과 넷북이 필요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물론, 아이패드엔 전화 기능이 없지만 향후엔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갤럭시탭 같은 경우는 번호이동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과거의 시장 변화를 보면 어느 한 제품이 다른 제품을 다 몰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행태가 단일한 니즈에 기반해도 다양하게 발현되기 때문인 것이죠. 가령 저 자신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전 지금 스마트폰과 넷북, 데스크탑 PC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닌텐도DS도 있고, 네비게이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통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 하나를 위해 사용상황의 편리성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넷북이나 데스크탑PC가 좋고, 자료 받기나 편집할 때는 데스크탑PC를, 이동 중 글올리기에는 스마트폰이, 카페에서 서핑할 때는 넷북이나 스마트폰을, 게임할 때는 닌텐도DS나 스마트폰을, 차량 운전할 때는 네비게이션을 주로 사용합니다. 게을러서 그렇다라고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인간들마다 컨버전스에 대한 니즈가 다르고 행위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한 기기로 모든 행동이 수렴되는 결과는 극히 희박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이유로 서로 다른 기기간 컨텐츠와 서비스 단위의 통합을 이끌어줄 기반, 즉 플랫폼이 가장 강력한 축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사용자의 경험을 좌우할 플랫폼

 

최근 SKT에서 새롭게 시작한 알파라이징 광고는 SKT의 오픈 플렛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이 중요해진 이유는 아이폰 때문이죠. 아이폰에서 촉발된 '생태계'라는 용어는 앱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개발자가 만날 수 있는 기본 토대와 그 유통구조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플랫폼 시장의 리더쉽은 애플과 구글이라는 새로운 시장참여자로 넘어간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이전에도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RIM OS, MS의 윈도우 모바일 등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입지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싸움은 모바일 기기에서만 이루어진 것이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듭니다. 물론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기기에 이어 TV영역 진출을 선언했고 이미 그 시제품을 출시한 상황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직계열화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기존 전자업체의 선두그룹인 소니, LG전자 등과 컨텐츠/미디어 업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찌되었건 플랫폼 경쟁은 이제 하나의 영역에서 표준을 이루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플랫폼은 기기의 한계를 벗어나 동일 컨텐츠를 다양한 화면에서 재생시키는 수준, 소외 말하는 N-스크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과 구글의 방식은 다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생태계인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에 반해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사업모델 핵심인 검색이 다양한 기기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사업모델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플랫폼 경쟁의 또 다른 변수는 아마도 MS의 반격과 이통사 연합에서 만들어낼 새로운 플랫폼일 것입니다. MS의 반격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윈모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제조사들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이통사 연합에서 만들어낼 플랫폼은 아직 명확히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LTE 망진화와 함께 향후 플랫폼의 대안으로 충분히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대안 모두 중요한 우군, 삼성전자, 모토롤라, LG전자, 소니에릭슨 그리고 HTC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어찌보면 플랫폼의 다양화 속에서 기존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통신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디로 갈지는 저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동향을 볼 때 향후 1~2년간의 예상은 위에 언급된 이슈들로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런 변화와 그에 대한 각 사업주체들의 대응 속에서 또 다른 변화의 씨앗이 뿌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되지 않은 이슈들도 있습니다. 특히 보안 및 망중립성 이슈는 그 영향력에서 위의 세 가지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없는 이슈이나 산업 영역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라 보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2011년이 되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천만이 될 상반기쯤에는 통신산업은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 때 망사업자와 제조사, 정부와 사용자들이 어떤 합의를 거쳐 새로운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지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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