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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브랜드의 마케팅은 매우 어렵습니다. 상품 자체도 여러 가지 법률적 제약과 조건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고, 그것을 판매하는 방식도 복잡하고, 금융시스템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투자 상품의 경우 그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보험상품은 특히나 고객들에게 부정적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들 한번씩 가입은 하지만 그 혜택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돈말 소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NPS(Net Promoting Score, 순추천 지수)라는 고객 평가 조사에 따르면 보험산업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최하위에 이른다고 합니다.

 

위험에 의해 비자발적 요인으로 가입하고, 혜택도 먼 미래의 일이고, 가입 이후 특별한 서비스도 부재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은 어떻게 고객에게 긍정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미국 일리노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State Farm은 색다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2011년 8월 State Farm사는 시카고 링컨 공원 근처에 <Next Door>라는 새로운 브랜드 체험 공간을 조용히 공개했습니다. 얼핏 보면 국내 삼성생명사 등이 도입한 파이낸셜 카페와 흡사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목적과 내부 프로그램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Next Door>는 카페입니다. 커피는 유료로 판매하며 나머지 다과류는 무료로 제공합니다. WiFi도 무상으로 사용 가능하고 몇몇 도서류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10시까지 운영하며 전문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커피 매장과 동일합니다.

 

게다가 상품에 대한 정보나 영업 활동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전문 금융 전문가가 상주하긴 하지만 주로 재무설계, 세금, 투자자문 등의 역할만 합니다. 때로는 낮 시간대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세미나나 강좌가 벌어지기도 하고, 일대일 상담의 형태로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결코 판매를 강권하지 않습니다.

 

물론 판매도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고객이 재무 상담에 따른 상품 문의를 할 때 이루어지는데, 이 때도 배치된 전문 금융 전문가가 하기 보다는 해당 지역 영업인력이 방문해서 상품 판매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 곳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지역 사회와의 교류입니다. 위 사진의 우측 상단 사진은 <Next Door>에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습입니다. State Farm사는 지역 사회의 고객들이 <Next Door>에서 풍요로운 브랜드 체험을 이루고 그를 통해 지역 사회의 고객 로열티를 얻고자 합니다.

 

이런 활동 목적은 State Farm사가 본 매장의 역할을 새롭게 부상하는 Y세대, 즉 젊은 소비자 집단과의 관계 형성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지인 관계에 근거한 대리인 판매 방식이 더 이상 미국 보험 시장에서도 효과 및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파일럿 매장을 통해 좀 더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국내 삼성생명 등이 도입한 파이낸셜 카페와 사뭇 다른 점이라고 보여집니다.

 

삼성생명의 파이낸스 카페는 탐앤탐스와 제휴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전10시부터 오후9시까지 운영합니다. <Next Door>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모든 음료가 무료

② 회원제로 운영(파이낸스 카페나 홈페이지에서 가입 가능. 가입하면 회원 카드 발행. 6회 무료 음료 가능)

③ 매장 곳곳에 삼성생명 서비스 소개 및 상품 전단지 비치

④ 지역 영업조직 소속의 설계사가 교대로 근무

 

위의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생명의 파이낸스 카페는 영업 목적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회원 가입을 해야지 음료나 장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비용 편익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삼성생명의 파이낸스 카페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해당 지역 마케팅본부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 가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상담 건수, 가입 건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압박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방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둘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둘의 확장 형태도 상당히 다릅니다. <Next Door>의 경우 내부 평가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확장을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새로운 고객에 대한 탐색, 브랜드에 대한 차별적 경험 제공,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 등의 목적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통해 어떤 형태의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규정하려고 천천히 확장하려고 한답니다.

 

이에 반해 <파이낸스 카페>는 현재(2013.1.22) 45개가 운영 중입니다. 입점형태가 대형마트나 상가, 혹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와 동일한 건물인 것은 아무래도 비용 효율성이나 삼성전자와의 공동 마케팅을 고려한, 영업 위주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Next Door>는 매우 실험적인 접근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역사회와 시민들과 브랜드가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지만, (보험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특히 젊은 세대의 니즈와 생활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고객이 아닌) 시민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 것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아마도 중장기 브랜드 차별화 관점에서는 <Next Door>를, 실적의 관점에서는 <파이낸스 카페>를 우호적으로 평가하겠죠. 두 개의 비교평가를 차치하고 제가 <Next Door>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새로운 고객을 파악하기 위한 접근으로서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변화를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브랜드 공간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방법은 매우 과학적이고 세련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를 통해 State Farm사는 새로운 고객에 대한 통찰을 얻을 것입니다. 기존 설문지나 고객 좌담회가 아닌, 스스로 보험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그것을 판단하려는 새로운 고객들에 대해서. 그들의 미래를 여는 문(Door to Next)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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