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여도와 관련성이 브랜드 체험을 강화한다

오늘도 많은 마케터들이 새로운 브랜드 이벤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니며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그러다 새롭고 놀라운 사례를 찾거나 팀내에서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말하면 일순간 그에 경도됩니다. 부랴부랴 보고서를 정리하고 대행사와 실행안을 구체화하고 임원진에게 보고합니다. 임원들도 그것이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이면 대부분 시도를 합니다. 특히 최초로 한다거나 전에 해외에서 이런 사례가 있는데 성공적이었다거나 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된 이벤트들 중에서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들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맥락에서 벗어난 이벤트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나 충성고객 로열티 제고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지 판매나 가입권유라는 매출 지표로 이어지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관여도(Involvement)와 관련성(Relevance) 여부에 따라 인식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Hellmann's Recipe Receipt 프로모션

 

Hellmann's은 유니레버의 마요네즈 브랜드입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리차드 헬만과 그의 부인이 1905년 식료품점을 개점하면서 마요네즈를 판매한 것이 시작입니다. 상표 레이블에 보이는 블루 리본이 매우 강력한 상징물인데 당시 마요네즈통 뚜껑에 블루 리본을 묶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유니레버는 2012년 브라질 시장에서 Hellmann's 마요네즈 인지도 제고와 구매 증대를 위해 Recipe receipt라는 이색 프로모션을 전개하였습니다. 이 프로모션은 마요네즈를 사는 고객에게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영수증에 프린트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유니레버는 브라질의 유명 식품 체인점과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였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Recipe receipt 프로모션을 위해 유니레버는 브라질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St. Marche 100개의 매장 내 계산대에 독특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POS 데이터로 고객의 구매 리스트를 인식해 가격 합산을 할 때 그 리스트를 분석하여 마요네즈와 함께 만들 수 있는 음식 목록과 Recipe를 찾아내 인쇄해주는 기술입니다.

 

Recipe receipt 프로모션은 약 3개월간 진행되었는데 마요네즈 매출이 약 44%까지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이 프로모션을 기획, 실행한 Ogilvy Brazil은 2012년 칸 광고제에서 4개 부분,  2012년 London International 광고제에서 Silver를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관여도와 관련성이 메시지 집중도를 높인다

 

유니레버의 Recipe receipt 프로모션은 관여도와 관련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일단 소비자가 슈퍼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구매한다는 것은 요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 저녁 무엇을 요리해 먹지?'라는 의식이 조리법에 대한 관여도를 매우 높이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마요네즈와 함께 이런 저런 식자재를 구매했는데 결제 순간(즉, 구매가 모두 완료된 순간) 새롭게 마요네즈로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을 제공한다는 것은 제품과 관련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제고까지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카운터에 표지판이나 스티커 등으로 매체를 사용했다면 그냥 힐끗 지나쳤을 것을 영수증이란 아주 강력한 매체 크리에이션을 했다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사실 쇼핑이 끝나고 결제하는 그 순간 가장 주의력이 집중 되는 것은 내가 산 물건들이 제대로 계산이 되었는가이기 때문이죠.

 

아직도 국내에는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더 많습니다.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를 선정해서 프로모터 세우고 마이크로 떠들고 샘플이나 기념품 나눠주면서 지나가는 행인 많이 모으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브랜드를 체험한 고객들이 그 브랜드를 인지할까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할까요?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그 브랜드를 선호할까요? 조금 더 진지하게 On-the-ground 프로모션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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