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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ONY는 세계 최초의 상용 E-BOOK Reader기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Librie라는 브랜드의 제품입니다. SONY와 Philips, Toppan Printing 그리고 E-Ink Corp.의 합작품이었습니다.
[EBR-100EP 제원]
- E-INK system
- 800*600 SVGA 급 화질
- 내장 메모리 10MB
- 길이 190mm 너비 126mm 두께 13mm
- 무게 190g
좌측 사진에서 보이듯이 당시 E-INK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가히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기존에 출시되었던 LCD 디스플레이나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질감, 햇빛 아래서의 선명도, 문자의 유려한 느낌 등 모든 것이 일반 책과 거의 흡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모델은 일본에서만 출시되었고 일본어만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출시된 모델은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개발되었고 다국어 지원에 아이튠즈와 유사한 온라인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인 'Connect'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출시 제품의 브랜드는 SONY Reader 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가히 혁명적인 Librie는 철저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실패로 전자책 산업 자체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림1. SONY Librie]
그러나 2007년 11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Kindle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킨들 초기 모델의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Kindle 제원]
- E-INK system
- 800*600 SVGA
- 내장 메모리 256MB
- 길이 191mm 너비 135mm 두께 18mm
- 무게 292g
3년이나 지나서 나온 모델치곤 Librie에 비해 나아진 것이라곤 내장 메모리 외에는 없는 제품이었습니다(Librie의 경우 메모리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큰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디자인적인 면에서 보면 SONY Librie가 훨씬 날렵하고 유려한 외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킨들은 출시 첫날 5시간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후속 모델들도 모두 성공을 거두어 명실상부한 E-BOOK Reader 시장의 최고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진2. Kindle 최초 모델]
단순히 이 사실들만을 놓고 본다면 과연 시장의 최초가 된다는 것만으로 강력한 포지셔닝을 이루고 성과를 창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완성도나 기술적 우위가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둘의 결과를 다르게 만들었을까요?
기능적 차이는 기업의 가치를 보는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가장 크게 지적되었던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SONY Librie는 e-book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PC 씽크가 필요하지만 Kindle은 무선 인터넷 접속(WiFi)으로 가능하다. 둘째, 리브리는 출시시 약 1천권 정도의 e-book library 정도만 보유했지만 킨들은 거의 2만권 수준을 확보하고 있었다. 셋째, 리브리는 다운로드 된 콘텐츠가 6일(나중에 60일로 연장됨) 후면 사용권 종료되지만 킨들은 지속 보관/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간 비교로 드러난 기능적 차이는 e-book 리더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입니다. SONY는 "혁신적인 전자 제품"으로서 e-book 단말기를 개발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최고의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를 통한 시각적 재현능력, 다양한 음성 등 파일 지원,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과 슬림하고 단순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Amazon은 "사용하기 편리한"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으로 별 다른 장점은 없지만(심지어 3년 전 모델인 Librie에 비해 형편없는 디자인) 기능적인 개선-무선 인터넷 접속, 콘텐츠 다량 확보 등-만으로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가치에 대한 관점 혹은 철학의 문제입니다. 한 기업은 매우 혁신적인 e-book 리더기에 집중했지만 다른 기업은 사람들이 e-book 리더기를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인 것입니다. 이런 가치의 관점을 이해하다보면 기존 마케팅 서적에서 나오는 '최초가 되라'라는 경구보다는 하버드 대학교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얘기한 "파괴적 혁신" 개념이 최소한 IT산업에서는 유효한 설명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은 제품 Spec.을 표로 정리하고서 경쟁사 대비 무엇이 우위고 무엇이 열위인지 열띤 논쟁을 합니다. 그런데 많은 논의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치"입니다. 세세한 기능적 효익이 무엇인지 말고 그 제품 혹은 그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무엇 때문에 그것을 구매하는지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효용성 떨어지는 기능적/감성적 편익이란 용어는 이제 마케팅 분야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이미 십 여 년 전부터 인간의 지각 능력은 이성과 감성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혀졌으며 행동경제학 역시 그런 구분 따위는 효용성이 없음을 증명했음에도 유독 마케팅 분야는 그 구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혁신이 필요한 분야가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보다 근본적인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마케팅은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질적으로 우리가 왜 구매하고 무엇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차별화와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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