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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브랜딩/Knowledge

앵커의 경제학

속빈갈대 2013. 5. 6. 03:00

앵커(Anchor)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많은 사람들은 쉽게 알고 기억나는 왼쪽과 같은 뉴스 진행자를 떠올릴 것입니다. 영어에 익숙한 어떤 이들은 우측의 사진과 같은 닻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맥락이 떠오르는가에 따라 개인이 떠올리는 연상 기억들도 다르고 거기서 파생되는 감정도 달라질 것입니다.

 

기존 심리학/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참조(혹은 준거) 가격(Reference Price)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소비자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했을 때 적정한 가격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설정하기 위해 그와 유사하거나 기존에 경험했던 어떤 것에 근거하여 가격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사용된 용어입니다. 주로 경쟁 제품, 혹은 카테고리 내 유사 상품의 가격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깊은 인간에 대한 숨은 지식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앵커(Anchor) 효과'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먼저 닻을 내린 가격 혹은 첫인상이 그 뒤에 제시되는 것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2가지 실험을 살펴 보겠습니다.

 

같은 금액의 돈이라면 항상 동일한 가치로 인식할까?

 

Amos Tversky와 Daniel Kahneman은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선택 사항을 주었습니다.

1) 새 직장에 입사해 펜을 사러 간다. 가까운 매장에서 멋진 펜을 $25에 판매한다.
    그런데 15분 거리의 다른 상점에서는 
같은 펜을 $18에 판다. 어떻게 할 것인가?

2) 새 직장에 입사해 정장을 사러 간다. 가까운 매장에서 멋진 정장을 $455에 판매한다.
    그런데 15분 거리의 다른 매장에서
같은 정장을 $448에 판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선택의 상황에서 1)을 접한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15분 거리의 다른 매장에 가서 펜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2)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첫 방문 매장에서 정장을 구매했습니다. 같은 $7의 차이임에도 사람들의 행동은 전혀 달라진 것입니다.

 

미팅에서 성공하려면 자기와 유사한 스타일의 못생긴 친구가 필요하다? 

 

두 번째 실험은 Dan Ariely 등이 한 실험으로 다소 복잡합니다.

- 일반 대학생 남녀 사진을 각각 30장씩 수집 후 가장 잘생긴 남녀 3쌍, 가장 외모가 떨어지는 남녀 3쌍을 선정

  (수 백 명의 선택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경우)

- 가장 잘생긴 남자 중 한 명의 사진을 각각 원본 그대로, 포토샵을 통해 다소 못생긴 형태로 조정. 이 과정을 잘생긴 남녀
  3쌍, 못생긴 남녀 3쌍에게 모두 진행

  (결국 아래 그림과 같이 사진은 총 24장이 됨)

 

 

- 이렇게 준비된 사진 총 24장 중 A라는 인물의 잘생긴 사진, 수정된 사진, 잘생긴 B의 사진과 같이 3장의 사진을

  한 set로 피험자들에게 평가 과제로 제시하고 누구와 데이트를 할 것인지 선택하게 함

 

이 실험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결과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이 실험의 가정은 이렇습니다. 동일한 미남(미녀) A와 B가 제시될 때는 A와 B가 유사한 비율로 선택되지만, A, B와 함께 A(혹은 B)와 유사하지만 못생긴 인물 A-가 제시될 때에는 A가 선택될 확률이 높아질 것인가를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설정된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험자들의 76%가 A, B, A-가 제시될 때 B보다는 A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B보다 못한 B-를 제시할 때나 여성으로 제시할 때나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한 정보 하에서 선택 혹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늘 참조가 될만한 기준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새롭거나 기존의 것과 판이하게 다른 것에 대해서는 행동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에서 혁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나치게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수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가령 애플의 뉴튼같은 것이 그렇죠.

 

새로움은 좋은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반드시 익숙함을 근거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객들은 외면하고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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