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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의 이 유명한 문구는 마케팅이나 브랜드 관련 글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마케팅이나 그 상위의 개념인 경영에 있어 성과에 대한 측정은 당연한 것이고 실행에 있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위성, 혹은 강박관념으로 마케팅 분야는 항상 여러 가지를 측정하려고 하였습니다. 1920년대 설득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등장하면서 광고 효과에 대한 측정이 시작되었고, 1950년대 고객 가치가 대두되면서는 고객 만족 등에 대한 측정이 활발해졌고 1990년대에는 브랜드 자산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혹은 부정

 

하지만 과연 이런 측정이 효용성이 있는지, 방법론이 타당한지, 측정한 값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생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광고효과 측정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광고심리, 경영/마케팅 관련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광고효과를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효과라고 정의한 것과 실제 고객행동(구매)간에는 어떤 의미 있는 관계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소비자정보처리모형인 AIDMA와 최근 변형모델인 AISAS.

개념적으로는 논리적이지만 각각의 단계를 측정하는 세부 기술로 보면 유효성이 떨어집니다)

 

개념적인 모형은 위에 제기된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결국 광고효과로 현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인지도(광고를 보았느냐/기억하느냐), 선호도(이 광고가 얼마나 좋으냐), 구매촉발(이 광고로 얼마나 구매하고 싶으냐) 정도입니다.

 

고객 만족이나 브랜드에 대한 측정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기업에서 행하는 다양한 고객 서비스 활동에 대해 고객들에게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긍정적/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 이로 인해 해당 브랜드를 얼마나 좋게 생각하는지, 타인에게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 등을 측정합니다. 브랜드 자산 측정 역시 인지도, 선호도, 연상 이미지, 품질 등을 측정하는데 다른 측정법과 대동소이합니다.

 

이런 측정법이 갖고 있는 한계는 모두 같습니다. 우선 대부분이 불완전한 소비자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측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지도나 태도에 대한 측정값이 정확히 행동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 기업들은 매출 등과 연계시키지 않고 별도의 지표로만 관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자들은 항상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브랜드 지표가 그렇다면 매출이 증대(혹은 감소)해야 하는 것 아냐? 그런데 그렇지 않잖아' 거기에 대한 실무자들의 대답은 이렇죠. '중장기적으로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가치와 측정해야 하는 업무

 

측정값이 갖고 있는 한계, 즉 매출이라는 행동 지표와 질문에 대한 태도 지표간의 약한 상관 관계보다 더 큰 문제는 측정값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입니다.

 

대부분의 광고효과, 고객만족, 브랜드 자산 측정값은 5점, 7점, 9점 등의 척도값에 근거하여 구성됩니다. 그런데 이 척도값이란 순전히 통계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1점에서 5점(혹은 7점, 9점)간 간격은 결코 동일한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응답자가 5점을 표기하더라도 그 5점이 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3점과 4점간의 1점 차이와 4점과 5점 사이의 1점 차이 역시 동일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2005년에 출간된 서적 『측정할 수 없는 이익』은 측정의 대상이 그런 결과치와 같은 대상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결과를 낳는 수단에 대해서 측정이 이루어져야지 결과치에 해당하는 것들을 측정하게 되면 결국 마케팅 혹은 브랜딩에서 공들인 가치가 등한시되어 결국 결과마저 악화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광고효과나 고객만족지수, 브랜드 자산은 가장 단순한 지표 1~2개로 측정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관리 지표일 뿐이죠. 긍정적 기억, 순추천지수, 최초상기도/비보조 상기도 정도가 그런 지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러한 관리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측정 가능한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 여러 기업에서 도입한 순추천지수(NPS, Net Promoting Score)같은 지표도 기업 현장에서 여러 가지 구조화된 문항들을 세세하게 묻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저 형식적인 질문일 뿐입니다. 보고를 위한 항목들일 뿐 결국 무슨 업무가 문제인지, 기업 활동의 어떤 것이 유효하거나 무익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나의 질문지 형태에서 정량화된 데이터로 나타내기 위한 항목들인데, 실제로 그 결과가 업무 개선으로 이루어지기엔 역부족인 경우죠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의 업무를 들 수 있습니다. 콜센터에 대한 고객 만족에 다음의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요? ① 전화 대기시간 단축을 위한 1인당 전화 응대수에 따른 평가 ② 충분한 전화 응대를 위한 시간 보장

과거 기업들은 ①과 같은 방식이 생산성이 높으며 대기자의 불만도 줄인다고 하여 선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②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 한 명의 고객에게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각자의 개성으로 응대하는 Zappos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 측정 모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 빈도에 기반한 인지 지표와 태도에 대한 척도값을 억지로 단일값을 만들어 브랜드 지표화하는데 이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각각의 측정 영역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기에도 역부족인 형태죠.

 

고객 지각/행동 모델링이 필요하다

 

측정해야 할 것은 고객의 인식, 태도, 행동이라는 종속 변수와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라는 독립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간을 연결짓고 논리적인 인과 형태를 만들어주는 고객 (지각/행동) 모델링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특정 기업이나 마케팅, 광고 활동에 어디서 어떻게 노출되는지 그 노출은 기업의 구체적인 무슨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구조화하는 것이 고객 지각/행동 모델링이다.

 

지금까지 측정의 방법론들은 고객들의 기억에 의존하여 여러 가지 경험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최소한으로 남게 되는 고객들의 기업에 대한 잔영, 잔상, 단편적인 평가를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기억에 근거한 단편적 생각을 갖게 된 여러 가지 이유와 조건, 의사판단에 관해 세세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결과가 측정값에 대한 근본적 의문, 불신 등을 낳게 된 것이죠.

 

이제 경영/마케팅에서는 측정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야 합니다. 측정은 고객들이 의사판단하거나 행동하는 그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업/일 현장에서 임직원들이 행하는 활동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접하게 되는 고객 터치포인트와의 관계 속에서 측정되어야 합니다. 즉, 사전에 면밀한 조사와 프로세스 맵핑을 통해 고객 지각/행동 모델링이 구조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능이나 행복, 자존감, 교육 수준처럼 근본적으로 측정 불가능한 것까지 측정하려 들고 이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 Robert P. Crease, 『측정의 역사』중에서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자산이니 평가모델이니 하며 모델링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 수 백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지에 무엇 하나 빠진 것 없는지 세밀히 검토합니다. 하지만 잠깐 멈춰서서 근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궁극적으로 그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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