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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차기 스마트폰에서 '옵티머스'라는 제품 네이밍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기사 참조: "LG전자, G2에는 옵티머스 뺀다") 그런데 이런 일은 LG전자에서는 자주 발생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왜 TROMM이야, LG세탁기가 낫잖아


2002년도인가요, LG전자는 계열 광고대행사인 HS애드와 당시 트롬 광고대행사인 웰컴이 아닌 다른 제3의 대행사에게 TROMM에 대한 브랜드 진단을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트롬은 출시된지 얼마 안된 상태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사실 출시 전부터 국내에서는 드럼 세탁기가 안된다는 것, 전기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 용량이 작다는 것,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그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출시된 제품이죠. 게다가 웰컴에서 당시로서는 세련된 크리에이티브와 전략적 접근을 제안해서 시장에 잘 정착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LG전자 내부에서 네이밍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왜 더 유명한 LG를 붙이지 않느냐, TROMM이 무슨 뜻이냐 등등 여기 저기서 불만의 소리를 제기하자 고육지책으로 브랜드 컨설팅을 받기로 했던 것이죠.


당시 그 컨설팅을 진행했던 대행사 측에서는 '수용 가능한 가격 범위' 개념을 통해 TROMM 네이밍시 소비자 지불 의사 가격이 LG세탁기 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통해 브랜드 프리미엄을 증명했고 이를 토대로 담당 팀은 TROMM 브랜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수용 가능한 가격 범위 조사의 근간이 된 Van Westendorp 가격 모델)


하지만 결국 6~7년 뒤에 LG전자는 기어코 TROMM 브랜드 앞에 LG전자를 붙이고야 말았죠. 당시는 삼성이 하우젠이라는 통합 가전 브랜드를 내세우며 저가 정책을 통해 파상 공격을 가할 때였습니다.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에 시달리던 LG전자는 보다 높은 인지도와 대중화를 명분으로 LG전자 TROMM세탁기라고 네이밍 전략을 실행하였습니다. 그 결과는...누구도 함부로 단정짓기는 힘든 상황이죠.


여전히 TROMM은 LG전자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예전만큼의 가격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네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문제


이번만이 아니죠. LG전자는 엑스캔버스 시절에도, CYON 브랜드 시절에도, 싸이언에서 OPTIMUS로 넘어갈 때도 늘 동일한 논리를 제시합니다. 해당 브랜드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 못해서 대체하거나 변경한다고. 쉽게 얘기해서 네이밍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시각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LG전자의 실수는 언제까지 반복될까-옵티머스LTE2"

"누가 엑스캔버스를 죽였나"

사실 특정한 네이밍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피해야 할 단어는 있어도 피해야 할 네이밍이란 없는 것이죠. 어떤 브랜드가 특정 이미지가 결핍되어 있다거나 프리미엄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네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브랜드 활동이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네임잉 그 자체가 나빠서는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자신이 만든 브랜드에 대한 뚝심 있는 지원과 흔들리지 않는 실행입니다.


많은 브랜드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차이를 그렇게 설명하죠. 삼성전자는 한번 결정된 것은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데 반해서 LG전자는 잘 되던 것도 조금만 실수가 나오면 금새 부화뇌동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저 역시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아마 이러한 차이의 가장 밑바탕에는 브랜드를 대하는 두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보다 전략적인 관점으로 자산으로서 대하는 반면에 LG전자는 전술적 무기 수준 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제 LG전자는 다시 옵티머스가 아닌 그 무언가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지도 모릅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 억 불의 마케팅 비용이 투자된 네이밍을 어쩌면 한 순간에 소멸시키고 또 다시 생경한 그 무엇을 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판단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시장에 출시된 이후 판단하면 되겠지만, 지금 발표된 자료만으로는 참 아쉬운 결정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런 결과를 낳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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