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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든 마케팅이든 항상 출발점은 '왜?'라는 질문에 있다. 기업이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이유는 누군가 그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얻고자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니즈 충족, 가치 제공, 문제해결, 고객 만족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소비자나 고객은 무엇인가를 해결하고 거기서 어떤 심리적 상태를 얻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테오도르 레빗이 <마케팅 상상력>에서 레오맥 지네바를 인용한 "그들이 3/4인치 드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3/4인치짜리 구멍을 원한다"는 탁월한 식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문장에도 숨겨진 이면이 있다. 구멍을 통해 그들이 행하려는 행동이 드러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3/4인치 구멍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할까? 액자를 걸어 보기 좋은 사진을 감상할까? 아니면 주방용품을 걸어 보관하고 찾기 용이하려는 것일까? 이러한 총체적인 고객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맥락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결과와 수단에 대한 부분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기업 활동의 목적은 성장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특정한 목표를 설정한다. 영업이익 제고, 시장점유율 증대, 매출 10% 증가 등등. 그런데 이런 목표가 전략일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목표를 전략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의 세계 초일류 기업, LG전자의 Global Top 3 달성, 혹은 2015년 시장점유율 1위 달성 등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전략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렇게 되겠다는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전략이란 수단에 대한 정의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어떤 자원을 어떻게 배분/투입하여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결과(목표)와 수단(전략)을 혼동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시장 창조자(First Mover)가 아닌 시장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늘 해외 업계를 바라보며 그들이 하는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고 해외 시장과 비슷하게 경쟁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를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수단(전략)보다는 목표(결과) 위주의 구호를 전략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던 시점(1990년대 말)에 금융자본주의적 관점, 특히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경영 이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고객 관점의 전략이란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나, 주주의 관점은 얼마나 성과를 내는 것이냐에 있었기에 기업들은 결과적 수치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것이 투영된 것이 결과 중심의 전략 구호였다.
이러한 결과 지향적 전략은 기업의 IR에서 보자면 좋을지 몰라도 기업 내부 고객들에게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무수히 많은 컨설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경영 전략이니 마케팅/브랜드 전략이니 하는 작업을 거쳐도 실행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내부 고객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수단 지향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행동하고 의사결정하여 무슨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인데, 의사결정 층에서 내려오는 것은 온통 결과 관점의 이야기 뿐이니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수 많은 경쟁자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지금은 결과 지향적인 전략 개념을 버려야 한다. 시장 추종자처럼 경쟁자의 행동방식과 제품/서비스를 베끼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시장 창조자로서 수단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어떤 것을 유지하고 또 어떤 것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일 하는 방식의 원칙과 유연성에 대한 것이다. 전략이란 곧 지침, 구체적인 지침이어야 한다.
경영과 마케팅은 학문이 아니다. 이것은 변화 무쌍한 환경 속에서 조직이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의사결정하여 행동하는 방식에 대한 '예술'이다.
결과는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나 개인에 대한 업적 평가란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기업과 내부 고객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기업이 존재하고 임직원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독특한 가치를 남들과 다르게 창조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결과 지향적이기 보다는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전략을 바라보고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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