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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케팅 분야의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코 애플의 행보인 것 같습니다.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연속적으로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거두면서 과연 애플의 다음 행보가 어디인지, 어떤 혁신적 제품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인기는 인터넷 게시판과 커뮤니티, 서점에 가면 쉽게 알 수 있죠. 컴퓨터 서적, 경영학 서적 코너에 가면 애플에 관한 책들로 넘쳐납니다. 모두가 애플을 따라잡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하고 있다 할 수 있죠.

 

애플의 성공에 대하여 회의적인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거 스티브 잡스를 내치고 새로운 CEO를 영입한 후 추락하던 회사라는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젠 애플의 미래에 영광만이 남은 것처럼 칭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취할수록 마케팅 전문가들은 좀더 기본에 충실한 분석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피상적인 분석이 아니라, 진정 애플의 성공을 일궈낸 요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과연 그것이 다른 기업들이 따라할 수 있는 것인지, 경쟁우위는 무엇인지, 사업모형의 차이점은 어떤 것들인지 등.

 

그래서 이 졸고에서는 경영의 기본 원칙들에 입각한 애플 분석을 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인 분석의 개념은 조안 마그레타가 쓴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들의 혁신에 대한 분석틀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개념을 사용해보고자 합니다.

 

애플의 가치: 객체지향성

 

애플이 지항햐는 가치제안은 "객체지향성"입니다. 사실 이 용어는 기술적 용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정한 OS가 자기 중심적이기 보다는 그 OS에서 구현되는 응용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도록 한다는 의미이죠.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표현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로 "사용자 중심주의"란 의미가 그것이죠.

 

"객체지향성"을 이렇게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물리적 속성으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글 중에 하나(원문보기. 딴지일보의 독투불패 중 문화불패에서 아외로워님이 쓰신 "제2의 매킨토시?IPad의 불안")에서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폰트를 개발할 때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폰트는 똑같은 공간 속에 문자가 하나씩 위치하도록 디자인합니다. (그림1의 상단에 표기된 형태가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그림1]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기술적으로 정확할지 몰라도 사용자(객체)가 보기에는 형태적으로 이상합니다. 글자의 형태에 따라 간격이 불일치하게 보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형태로 인식되죠.

 

그렇기 때문에 애플사의 맥킨토시에서 구현되는 폰트는 [그림1]의 하단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술적 관점에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사용자(객체) 입장에서 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유명한 객체지향성으로는 맥킨토시에 구현된 GUI-나중에 MS의 윈도우와 유사성으로 원조 논쟁도 있었던-도 들 수 있습니다.

 

[그림2. MS사의 운영체제 DOS (1983)]

 

[그림3. 애플사의 맥킨토시에 적용된 GUI (1984)]

 

이처럼 애플은 객체지향성이라는 가치에 집중하여 고객들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사용이 편하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글자의 모양에서부터 제품의 외관 디자인까지.

 

애플의 사업모형: 하이브리드

 

애플은 제조업에 종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소프트웨어에도 속해 있습니다. 과거 컴퓨터 산업의 기린아일때도 그랬고, 아이팟 / 아이폰 /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혁신 속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분하지 않은 형태로 기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젠 대부분 사람들이 다 알듯이 컴퓨터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이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컴퓨터 제조기업들은 조립만 할 뿐이죠. OS는 마이크로소프트, CUP는 인텔 등 주요 부품 업체들의 부품을 조합하는 형태죠. 그렇기에 컴퓨터 제조기업들의 핵심가치는 이미 성능이 아니라 빠른 제조능력이나 재고 유지, Cash Flow 영역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대로 애플은 하이브리드 모형을 추구합니다.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인 "객체지향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쟁사들처럼 부품들을 조립하는 형태로 컴퓨터를 제조하려면 "객체지향적" 가치를 상당히 희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퀄컴의 칩을 사용하는 국내 휴대폰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휴대폰에 공급되는 여러 부품들은 그 자체로 보면 상당히 고성능입니다. 거기에 퀄컴의 칩 역시 매번 출시되는 고사양 급에서는 거의 컴퓨터에 못지 않는 기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최근에 발표된 스냅드래곤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퀄컴에서 장담한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퀄컴의 소스코드가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최적화된 형태로 운영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OS와 응용 프로그램 등이 나뉘어져 있는 조립형 사업모형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과감하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하이브리드형 사업모형을 채택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국내 휴대폰 제조기업들이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사양을 포기하더라도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출 수 있는 "다양성"을 추구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제품 라인업 전략을 애플은 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전략 부분입니다.

 

애플의 전략: 집중

 

집중이란 용어는 마케팅에서 주로 "선택과 집중"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애플에게 "선택과 집중"이란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니 없다기 보다는 "선택과 포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재직 중이던 시절 내놓은 맥킨토시는 IBM 소프트웨어와의 호완성을 포기했었습니다. 그가 복귀한 후 내놓은 아이팟 역시 외부의 음원 서비스에서 공급되는 음원 파일 재생을 차단했죠. 그 뿐만이 아니라 아예 외부 응용 소프트웨어와 차단된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은 일반 스마트 폰이 아닌 그 자체가 아이콘인 '아이폰'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이런 소프트웨어에서만 집중이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의 부활을 알려준 아이팟의 경우 세대(Generation)의 개념만 있을 뿐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맞추려고 한 흔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아이팟 셔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고, 아이팟의 하드 드라이브에 따른 다양화 전략을 언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시장 확대 및 몇몇 저가 제품에 대한 '방패 제품'이었을 뿐이고, 후자의 경우는 스펙의 다양화이지 제품의 다양화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아이팟, 아이폰에서 등장하고 있는 세대의 개념일 것입니다.

 

세대란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의 집중 전략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애플은 다양한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입니다(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심지어 아이TV까지 거론되고 있듯이). 하지만 철저히 제품은 한가지 형태로 출시될 것 같습니다. 이는 최적화된 제품이라면 포드T 자동차처럼 한가지 디자인으로도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디자인 다양화를 하면서 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다양화한다면 부품 소싱, 로지스틱, 생산관리 등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는 애플의 고유한 "객체지향성"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나아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애플의 디자인 역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어떤 책들이나 전문가들은 애플의 성공요인 중 디자인을 비중있게 다루는데, 뭐 디자인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봐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플의 디자이너로는 조나단 아이브가 유명하죠. 스티브 잡스가 직접 탠저린에서 스카웃트하여 그 젊은 나이에 수석 디자이너 부사장으로 앉힌 사람이니까요. 그에 대한 얘기부터가 다음 주제입니다.

 

애플의 조직: 유연성

 

먼저 조나단 아이브에 대한 영상을 볼까요.

 

 

대단한 사람이죠.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인물론이 아닙니다. 조나단 아이브가 이끌고 있는 팀, 그리고 애플사에 있는 조직에 대한 얘기가 주목해야 할 내용입니다.

 

사실, 애플사의 조직이나 인력구조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조직보다는 조직문화에 대한 소문이 더 무성할 뿐입니다. 그 한 예가 Wired 2008년 4월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여기서는 오마이뉴스의 기사에서 재인용합니다. "출처 : 스티브 잡스의 불법주차를 응징하라! - 오마이뉴스)

 

"'무한루프'는 애플 본사의 주차난을 설명하기에도 좋은 용어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모든 게 그렇듯, 애플사 주차장도 평등주의 원칙을 따른다. 고위 경영자나 '윗분'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 경영자가 포르셰를 몰고 나타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구든 아침 10시 이후에 도착하면 빈 자리를 찾을 때까지 주차장을 계속 도는 '무한루프'를 경험해야 한다...(중략)...그러나 애플 주차장에서도 오래 돌지 않는 차가 한 대 있다. 스티브 잡스가 모는 벤츠다. 급한 업무가 있는데 주차장을 찾기 어려운 경우, 잡스는 출입문 근처의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댄다고 한다. (가끔 두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직원들의 장난기가 발동한다. 누군가 잡스의 유리창에 "다르게 주차하라(Park Different)"라고 쓴 종이를 끼워 놓는 것이다. 어떤 직원은 주차장 바닥의 장애인 표시를 벤츠 마크로 바꿔 놓기도 했다." 

 
과거 IBM과 대립하던 시절부터 애플사의 조직문화는 반권위주의, 자율/창의 중시의 문화,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유연성을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많은 경영서적들은 자율/창의 중심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연한 조직 운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제품, 예를 들어 기존 MP3 시장에서 탄생한 아이팟이나 기존 휴대폰 시장에서 출현한 아이폰과 같은 것들은 기존 시장 분석이나 사업규모 예측으로는 기획될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추론이지만, 애플의 조직은 프로젝트 베이스의 조직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 전체를 통괄하는 가치 전략을 추구하는 조직-아마 대장은 스티브 잡스겠죠-이 있지만, 별도의 독립적인 조직들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유형의 제품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물론 가치를 유영화하기 전에 디자인이 제품의 형태를 확정짓는 것 같습니다)
 
글을 맺으며
 
경영의 기본적 원칙에 근거한 4가지 구성 차원에서 애플의 특성을 살벼 보았습니다. 주변부적 이야기나 제 추측이 들어간 부분이 상당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4가지 개념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가치에서 조직으로 나아갈 때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애플의 혁신성이 시장에서 전개된 형태를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부분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개념에 근거해서 바라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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