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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는 애플의 성공요인을 [ 가치 / 사업모형 / 전략 / 조직 ]이란 경영의 네 가지 기본 원칙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가치: 객체지향성
◎ 사업모형: 하이브리드
◎ 전략: 집중
◎ 조직: 유연성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객체지향성이 갖고 있는 객체, 즉 사용자에 대한 관점입니다.
객체지향성, 사용자 중심구조는 얼핏 이해하기에 구글과 같이 개방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어울릴 듯한 사명(Mission)입니다. 사실, 애플은 매우 폐쇄적이라고 종종 비판받곤 합니다. 특히, 자사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직원에게는 가차 없는 '해고'통보가 날아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거기다가 아이팟, 아이폰에서 구현된 아이튠즈나 앱스토어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로 안드로이드 마켓이과는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많은 음악애호가들이나 얼리어답터들이 싫어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객체지향성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방성(Open Source)의 가치는 좀 다르게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정보의 평등성에 관한 것이라면, 객체지향성이란 정보는 제공자가 관점이 아닌 이용자 관점에서 보여지고 이해되어야 한다...뭐 이런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객체지향성의 뿌리: 인문학
스티브 잡스는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그리고 6월 7일 아이폰4G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아이패드 발표회에서)
"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닙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입니다." (아이폰4G 발표회에서)
현란한 수식어와 알쏭달쏭한 기술 축약어 사이에서 애플이 서 있는 지점을 잘 묘사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하드웨어 중심의 컴퓨터/휴대폰 제조업체들에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문장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뉴로싸이언스나 행동과학에 근거한 마케팅 이론들조차 저렇게 깊이 있게 자신을 소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애플에게서 인문학적 뿌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 입니다. 이제 광고계의 전설로 자리잡은 매킨토시의 1984년 슈퍼볼 광고는 주지하다시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근거로 했었죠. 아이팟의 컬러는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컬러 프린팅 판화기법을 연상시키는 색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애플의 조직을 얘기하면서 '유연성'을 언급했었습니다. 거기서는 조직 구성의 유연성만을 얘기했지만, 사실 제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애플의 인력들이 갖고 있는 배경입니다. 애플 홈페이지 구인란에 보면 이들이 기술 중심의 엔지니어가 아닌 다양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을 선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추론해 본다면, 애플은 '객체지향성'이란 가치를 위해 인문학적 뿌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간다, 칩셋이 어떤 기능을 지원해 줄 수 있다, 메모리 용량은 어느 정도 개선된다 등의 관점에서 제품을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길을 찾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음향적 효과가 인간을 웃고 / 즐겁고 / 유쾌하게 만들까, 제품을 질리지 않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와 같은 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제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치혁신의 방법: 파괴적 혁신(Desturtive Innovation)
이를 위해서 애플이 기존 시장에 도전하는 방법은 철저히 '파괴적 혁신'에 입각한 실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을 설명하기 이전에 먼저 이 '파괴적 혁신'이론에 대해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The Innovator's Dilemma』(1997)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기술) 혁신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존속적 혁신은 보통 개선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이지만, 그는 그 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즉 기본적인 가치 제공이 동일한 기술의 진화라고 말합니다. 그건 아마도 비디오 카드의 속도 경쟁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쉬울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파괴적 혁신은 어찌 보면 초기 등장할 때 기존의 보편적 기준에 따르면 형편 없는 기술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준에 못미치지만, 이전 기술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림1. 존속적 혁신(화살표를 따라 진행)과 파괴적 혁신(좌측 화살표에서 우측 화살표로 진행)의 진화 형태]
'파괴적 혁신'에서 중요한 개념은 위의 [그림1]에서 보여지는 두 가지 기술 혁신의 화살표입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고객의 효용성에 비해 시장에 정착된 표준화된 기술은 어느 순간 고객의 기대치를 뛰어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기업들은 그저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많이'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점차 주류 시장은 기술의 혁신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전혀 다른 가치를 제안하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 저가 시장을 공략하게 됩니다.
이때 기존 주류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저가 시장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서 철수하는 전략을 펼치게 됩니다. 문제는 저가 시장에서 다른 가치제안을 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들이 금새 기술 발전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결국 기존 주류시장 기업들을 파괴하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이론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파괴적 혁신'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니 여기까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어떻게 '파괴적 혁신'을 시장에 적용했는가이니까요.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와 『성장과 혁신』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애플의 파괴적 혁신
아이팟의 '창조적 파괴' 전략은 아이튠즈에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의 MP3 플레이어 사용자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팟이 처음 시장에 진입했을 당시는 냅스터(한국에서는 소리바다) 등에서 공짜로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음악을 듣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음반회사, 저작권협회, 주류 뮤지션들과 P2P 기반의 서비스 개발자, 사용자들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었죠. 물론, 몇몇 뮤지션들은 인터넷을 통해 공짜 음원을 나눠주며 자신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음반회사, 저자권협회와 음악서비스 회사간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사용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PC로 불법음원을 다운받아 자신의 MP3에 넣어서 듣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류 MP3 제조기업들은 다양한 포맷지원, 큰 용량의 메모리, PC와의 전송 편이성 등에 기술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팟을 시장에 진출시키면서 MP3 시장의 가치를 다르게 규정합니다. 아이튠즈로 합법 음원을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가장 단순화된 외부 디자인과 UI 구조를 통해 패션적 가치를 강조한 것입니다. 사실, 아이튠즈로만 음악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기존 시장의 가치에서 보면 매우 열악한 구조일수도 있지만, 아이팟이 새롭게 정의한 가치는 음반회사, 저작권협회, 뮤지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객들에게 빠르게 수용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 MP3 제조기업 중에서 음반회사, 저작권협회, 뮤지션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협의와 협상을 거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노력은 나중에 아이폰 개발에서도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사실, 아이팟은 아이폰에 비하면 파괴적 혁신의 모습이 좀 단순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MP3 시장이 매우 제한된 기술로 경쟁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에 와서 애플의 파괴적 혁신은 훨씬 더 강력하고 독특한 형태로 모습을 선보입니다.
아이폰은 앞선 글에서 설명한 애플의 가치, '객체지향성'을 궁극적으로 표현한 제품입니다. 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최소화한 형태에서 다양한 부가적 기능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도록 만들어 객체(사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애플이 집중한 것은 통신 모듈이 아니라 앱스토어의 운영방식과 앱들이 인간의 감긱기관에 자연스럽게 수용되도록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기능들을 최적화시키는 기술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최적화를 가능케 한 것은 그들의 사업모형이 '하이브리드'형 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폰 개발팀은 별도의 조직이었다고 합니다(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최초 발표했을 때는 판매 계획조차 없었죠. 제 생각엔 AT&T에 독점 공급하기 전까지는 스티브 잡스도 몰랐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 시장의 가치를 파괴한 제품입니다. '의사소통 > 다양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재미 > 의사소통'이라는 가치 규정을 다시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폰이 처음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그 통화품질 때문에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품질은 네트워크 이슈라는 소문(AT&T 네트워크는 당시에 악명이 높기도 했으니 애플이 덕을 좀 봤다고 보여집니다)과 재미에 빠진 고객들이 늘면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약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이폰은 특정한 사업자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은 첫 휴대폰일 것입니다. 어떠한 사업자의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에도 맞추지 않고 오로지 애플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서비스에만 맞춰진 제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Cash Flow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아이폰 안에 장착했죠. 다들 아시다시피 앱스토어가 그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 이에 대한 글들이 많으니까요.
애플이 인지하고 있었건 없었건간에 이미 애플은 '파괴적 혁신'의 전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지금의 성공과 시대의 아이콘으로 다시 IT업계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일까요. 클레이튼 교수의 이론에 의하면 애플 앞에 다시 한번 혹독한 경쟁이 기다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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