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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콤 글래드웰의 『Tipping Point』를 다시 읽었습니다.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난 개념입니다. MS사에서 '워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리처드 브로디가 1996년에 쓴 『마인드 바이러스』를 그대로 차용한 개념들이 있지만, 여전히 그의 창조적 관점은 존중할만 합니다. 책의 내용 중 4장 '상황의 힘'에서는 뉴욕 범죄율의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 가지 서적에서 소개된 마케팅 사례죠. 범죄학자인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켈링이 주창한 '깨진 유리창 이론'을 통한 범죄 감소에 대한 이야기죠. 간단히 요약하면 새로 부임한 윌리엄 브래턴 경찰청장과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사소한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고 예방하면서 뉴욕시 범죄율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사례입니다. 이 사례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사소한 범죄-예를 들어 낙서, 무임승차 등'이 티핑 요소이고 그것을 강력히 처벌, 혹은 예방한 것이 티핑 포인트라고 언급합니다. 스토리의 힘일까요, 무척이나 간결하고 이해하기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2
그러다 얼마 전 다시 읽은 『괴짜경제학』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뉴욕 범죄율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 다시 책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스티븐 레빗에 의하면 뉴욕시 범죄율 감소의 진짜 숨은 원인은 낙태의 합법화와 크랙마약의 이익율 감소라고 합니다. 그 근본 원인이야 어찌되었던 중요한 부분은 이것입니다. 뉴욕시 범죄는 윌리엄 브래턴이나 루돌프 줄리아니 이전부터 감소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들의 부임으로 급격하게 감소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에서 밝혀진 것으로는 경찰인력의 증강 역시 중요한 요인인데, 이 역시 위의 두 인물이 부임하기 전 시장에 의해 진행된 정책이었습니다)
#3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있어 쉽사리 빠지기 쉬운 오류가 위와 같은 스토리텔링일 것입니다. 많은 마케팅/브랜드 서적들은 '한방'을 얘기합니다. 한가지 성공사례가 마치 그 브랜드의 성공을 모두 이끌어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죠. 물론, 이런 단순화가 이해하기 쉽고 간결합니다. 이는 마치 역사의 흐름을 단편적인 몇몇 인간의 대결구도화 하는 역사물과 유사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하나의 브랜드가 개발, 출시되어 성공을 위한 도약을 이루기 전까지 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세계는 한 기업의 활동으로만 결과가 나오지 않죠. 거기에는 경쟁이란 외부 요소가 존재합니다. HITE의 성공 뒤에는 OB 브랜드의 진부화와 OB 브랜드의 소유기업인 두산에서 여러 가지 위기관리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은 측면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노력 외 요소에 대해서도 분명히 평가,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4
현대자동차를 볼까요.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독자 모델인 '포니'를 출시한 것은 1976년, 미국에 최초 진출한 것은 1986년입니다. 국내에서야 독보적인 기업으로 금새 성장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는 그래도 소형차 시장에서 연간 18만대까지 판매를 신장했지만, 90년대 후반에는 라인업 부족, 품질 이슈 등으로 9만대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때 현대차는 ① 새로운 미국 CEO 스카우트, ② 10년 10만 킬로미터 품질 보증, ③ 차종 다양화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이보다 더 본질적인 상황변수는 ④ 일본자동차 업계의 중대형차 시장 공략이었습니다. 이러한 현대차의 응전과 일본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략변화를 다각적으로 살펴볼 때 지금의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토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가끔 마케팅 관련 사례나 서적을 보면 브랜드 구축에서 성장에 이르도록 하는 일련의 마케팅 활동을 단선적이고 단편적인 것으로 설명합니다. 성공한 브랜드 역시 기억하기 쉬운 한두 가지로 말합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사건이 몇몇 인물의 행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듯이, 성공한 브랜드의 이면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그 브랜드 외의 상황적 요인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지나치게 단선적이거나 한방에 의존한 성공이란 그저 술자리에서 나눌만한 후일담이지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이나 브랜드가 참조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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