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과 비실천, 무엇을 더 후회할까?

제목이 다소 애매합니다. 하지만 다음의 질문을 접하면 조금은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사례1)  당신에게 1천만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A사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당신은 이리저리   검토해 보고 물어보다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1년 후 A사 주식이 2배로 뛰었습니다.    사례2)  당신에게 1천만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A사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당신은 즉시 A사  주식을 1천만원 어치 삽니다. 1년 후 A사 주식 가치는 50%나 떨어집니다.    질문) 당신은 어느 경우에 더 후회할 것 같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례1)의 경우보다 사례2)의 경우에 더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즉, 하지 않은 행동(비실천) 보다 무엇인가 한 행동(실천)을 더 후회한다는 것이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일견 타당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이러한 상식과 배치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T. Gilovich와 V.H. Medvec의 연구 결과(The Experience of Regret: What, When and Why, 1995)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예상하기를 위의 상식처럼 하지 않은 행동보다 한 행동에 대해 더 후회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장기적인 관점에서 후회를 조사해보면 하지 않은 행동(비실천)이나 다른 결정에 대한 후회가 90%에 가까우며 실제로 실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우리의 상식이 틀린 것일까요?

 

사실 위의 사례에서 사람들이 사례2)의 경우에 더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바탕에는 후회보다 자기 탓하기(Self-blame) 영향이 더 큽니다. 손실에 대해 자신이 판단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상식과 실험 간의 간극을 메우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장기적' 관점에 있습니다. 즉, 인생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거의 다 소진한 시점에서 인간이 후회의 감정을 떠올리거나 느꼈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은 혹은 결정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미련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만이 후회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장기적 관점 속에는 심리적 자기방어 기제의 작동이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에는 여러 가지 자기 방어 기제가 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의 얘기처럼 자기가 노력해도 획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다른 이유되기(귀인이론), 자기가 선택한 제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자기합리화(혹은 인지부조화) 등도 자기방어 기제죠.

 

후회의 자기방어 기제는 이렇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 행동한 것에 대해 더 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한 행동은 대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훗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설사 당시 후회했더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후회는 정당화되거나 합리적 이유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는 그런 정당화나 합리화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땜문에 당시에는 작은 씨앗과 같았던 후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커져 훗날 강력한 후회의 감정으로 남게 되는 것이죠.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닻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에서 나와 항해를 시작하라.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반드시 과학적인 심리 실험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현자들은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행동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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