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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1880년에 설립되어 133년이 넘게 이어져온 명실상부한 카메라 업계의 슈퍼 브랜드입니다. 그런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다 올 초 파산 보호 신청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소니. 한때 TV, 소형가전, 게임기 분야에서 세계 Top 기업으로 브라비아,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등 막강한 브랜드를 거느렸으나 이제는 전성기의 10분의 1로 줄어든 시가총액에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는 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관련기사)
이 외에도 소니를 제치고 닌텐도DS, 닌텐도Wii 등으로 게임기 산업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닌텐도, 80년대부터 모토롤라를 제치고 모바일 폰 분야의 세계 Top을 자랑했던 노키아 등 세계 일류 브랜드들이 경쟁에 뒤쳐지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공공연하게 시장에서 퇴출 당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영전략,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 분야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조언과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과 자체 OS 개발에 실패했다는 분석(노키아), 지나치게 폐쇄적인 사일로 방식의 조직운영(소니), 디지털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기존 산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코닥), 폐쇄적 운영체제 및 벤더 운영(닌텐도) 등 마케팅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조언과 비판,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과 지적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어떤 효용적 가치가 있는지 때론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 의구심이 드는 배경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왜 기업/브랜드가 몰락하기 전에는 그런 비판과 지적이 없는가?
2) 그렇다면 비판론자들의 해결책은 타당한가?
사실,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브랜드 분야에서 예언적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죠. 왜냐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신생 기업보다는 성공이 확실한 브랜드에 기초해서 자신들의 분석틀을 제시하고 결과에 맞춘 해석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위에 사례로 든 코닥, 소니, 닌텐도, 노키아는 몇 년 전에만 해도 온갖 칭송하는 평가만 받던 브랜드입니다. 당시 어느 누구도 그들의 몰락을 예측하거나 그들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성공한 브랜드는 그 성공전략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다
학계의 마케팅 이론이나 설명들은 이런 주장을 무시하거나 외면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케팅 서적이나 기사, 논문 등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위와 같은 의심을 한번이라도 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닌텐도를 살펴볼까요. 닌텐도가 승승장구하고 있던 시절 2007~2010년 사이 무수히 많은 경제지들과 마케팅 학술지, 서적들은 닌텐도의 승리 이유를 이렇게 들었습니다.
- 독자적인 플랫폼
- 엄격한 써드 파티 관리를 통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 음성/터치 등 다양한 입력 방식에 기반한 게임
- 단순 게임에서 벗어난 두뇌 개발이라는 효용적 가치'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닌텐도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위에서 제시한 성공요인들 중 두 가지는 실패요인으로 둔갑합니다. 닌텐도의 몰락은 OS의 폐쇄성과 그에 기인한 써드 파티 확보의 실패가 그것이죠. 갑자기 몇 년 사이에 성공 이유가 실패 이유로 변모한 것이죠.
많은 기업들에 대한 분석이 이렇습니다. 컨설팅 업계의 베스트셀러인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도 책 속에 소개되었던 당대 최고의 기업들에 대하여 이와 같은 논리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책 속에 등장했던 기업 혹은 브랜드들은 시장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학자들이나 마케팅 전문가들이 틀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틀렸다기 보다는 제시된 분석이 어떤 원칙이나 법칙이 아니라 특정 상황 아래에서만 유효한 '전략'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는 것에 다소간의 오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시장은 늘 변화합니다. 단기간에 발생하는 작은 변화에서부터 몇 년간 누적되어 일어나는 거시적인 변화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입니다. 고정된 (시장)환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동질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상태도 다릅니다. 조직의 구성원도 다르고, 기술력도 다르고, 자금력과 마케팅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으로 그 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나 교수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시장이 불변의 조건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많은 마케팅 성공 스토리는 성공이든 실패든 내부적 요인에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CEO의 스타일이니, 내부 문화니, 독특한 마케팅 기술이니 하는 것들만이 성공의 요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의 성공이나 실패는 49%의 내적 요인과 51%의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는 개념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와해성) 기술(destruptive techonology)', 제푸리 무어의 '캐즘(chasm)',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일 것입니다.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가 성공한 요인은 그 요인의 우수성만큼이나 당시 처한 시장상황, 여러 기업환경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그 요인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 그 요인 때문에 반드시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기업환경이 바뀌고, 외부환경이 변하면, 기업/브랜드의 성공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자원의 흐름이 바뀌고, 게임의 법칙이나 소비자의 기대가치, 경쟁방식들이 변화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적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적절한 사례가 노키아일 것입니다.
기존 일반폰 환경에서 스마트폰 환경으로 바뀌면서 노키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적합하지 않은 방식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사실 노키아의 몰락은 당연한 것입니다. 기존 노키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하드웨어적 부품 공용화, 대량 부품구매 및 생산에 따른 비용 효율화, 하드웨어 기반의 제품 기능 구현 등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노키아는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최선의 답을 찾아온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키아의 몰락은 그들이 잘못한 것보다는 그들이 통제하기 힘든 외부적 요인-아이폰의 탄생, 애플의 2위 사업자를 통한 국가별 진입, 구글진영의 발빠른 오픈 소스 전략 등-에 기인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질문합니다. 왜 노키아는 삼성처럼 하지 못했는가? 그런데 이 질문은 다소 우문입니다. 왜냐하면 그 역시 노키아의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노키아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요인들을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1) 노키아의 심비안 OS 및 N 시리즈(자체 스마트폰)
2) 네트워크/시스템 사업부
3) 전 세계 이동통신사와 유통업체와의 강력한 관계
4) 전 세계적 생산 기지 및 구매협업 관계사
만일 노키아가 삼성처럼 발빠르게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폰을 출시하려고 했다면, 일단 1)을 포기하고, 3)과의 관계 및 기존 수익구조를 악화시켜야 했고, 상당 규모의 구매 프로세스 단순화 및 감원 조치를 취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했을 것이고요.
결국 앞서 잠깐 언급한 크리스텐슨의 '파괴적(와해성) 혁신' 개념처럼, 점진적인 기술 혁신 시장에서 리딩 기업은 파괴적(와해성) 혁신이 등장했을 때 몰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성공법칙(비즈니스 모델) 때문이죠. 변화한 환경에 거대한 기업이 순식간에 적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몰락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마케팅 교수들과 컨설턴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과연 유효한 것일까요?
성공에는 반드시 운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많은 전문가와 교수들은 이런 변화에 맞서 1위 기업처럼 행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위의 사례에 빚대서 설명하면 노키아는 과감히 오픈 소스로 정책을 바꾸고, 전 세계 이동통신사와 새롭게 관계를 재설정하고 거래 관행을 변경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런 방식을 갑작스럽게 도입할 수 없습니다. 아니, 갑작스럽게 도입했다면 더 빨리 삼성전자나 모토롤라 등 2, 3위 기업에게 시장을 뺏기고 말았을 것입니다. 사실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에도 노키아는 상당 기간 시장에서 주도적 단말 제조업체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의 경우 상당히 운이 따랐습니다. 많은 이동통신 기업들이 처음에는 아이폰 도입을 매우 꺼려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은 기존 이동통신 기업들이 유지하던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에서 보조금을 제공하지도 않고, 통신사들이 그나마 배타적으로 갖고 있던 인터넷 접속 플랫폼을 와해시키는 것이기에 섣불리 수용했다가는 이동통신사들 자체의 수익원이 사라질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운이란 것은 미래의 트렌드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환경적 요인.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운을 미리 감지하는 것도 실력일지 모르죠.
브랜드 전략을 다루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브랜드 전략에 정답 따윈 없다. 마치 학문의 영역인 것처럼 어떤 원칙이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 경영현장에서 보면 브랜드 전략이란 변증법적 과정을 보여줍니다. 외부환경(정) - 기업의 대응(반) - 브랜드 전략(합)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접해 본 많은 브랜드 관련 지식 중에 가장 정확한 전략의 인사이트는 다음의 말에 압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만의 길을 만들어라.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운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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