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전에도 소개한 마케팅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또 다른 개념이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모형입니다. 다섯 가지 힘 분석(Five Force Analysis) 모형이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에게 기회와 위협 요인을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관점을 제공했다면, 가치사슬 분석 모형은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련의 연속적인 가치 창출 활동의 집합체, 기업


  가치사슬에 대해 설명하기 이전에 먼저 핵심적인 질문을 하나 제기해 봅니다. 제 기억에는 <기업이란 무엇인가>란 저서에 실렸던 질문으로 기억하는데 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왜 기업이란 집단에 모여서 일을 하는가


  분업이란 형태로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나누고 있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행하던 농업이나 채굴업, 소규모 가족업 형태는 기본적으로 일인이 전 과정을 다 관장하고 책임지고 역할을 수행하던 형태였죠. 다소간의 분업이 있어도 그것은 일손이 부족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기업이란 다소 다른 형태의 일터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 사람이 협업을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은 기업의 비전 혹은 사명에 나와 있습니다.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을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의 사명이나 비전은 왜 기업 소속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서로 힘을 모으며 특정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지를 설명합니다. 구체적인 문구나 설명방식은 다르겠지만, 사실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사명은 같습니다.


기업의 비전과 사명은 특정한 가치 창출이 전부입니다


  과거 포드사에 모인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말이 아닌 편리한 교통수단을 통해 이동의 자유를 주고자 일했습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3M은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일터였습니다. P&G 직원들은 주부들이 편하게 가사업무를 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만들고자 했고, 애플에 모인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부르짖은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혁신을 위해 일을 합니다. 즉, 기업의 모든 활동은 가치 창출에 해당합니다.


잃어버린 기업 활동의 본질, 가치 창조


  마이클 포터는 가치사슬 모형에 대하여 1979년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How competitive forces shape strategy"라는 글에서 개략적인 형태를 최초로 제시합니다. 당시에는 그저 개념적인 내용이라 그리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1985년 그의 저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에서 구체적인 분석 모형을 제시합니다.


<가치사슬 모형>


  이 모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의 활동을 가치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것입니다. 사실 가치란 개념은 현대 기업활동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한 영역입니다. 


  197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에 의해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은 회계에 짓눌리기 시작합니다. 영화 <귀여운 연인(1990)>에도 나오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이익과 수익성 등 돈이 되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영자가 GE의 잭 웰치였습니다. 잭 웰치는 기업 내부에서 돈이 되지 않는 사업부는 가차 없이 팔아버리기도 하고 성과가 적은 직원 10%를 무조건 내몰기도 했죠. 


  그러나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 모형은 기업들에게 본질적인 가치 창조의 과정을 다시 볼 것을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은 그 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는 결과물일 뿐인 것이죠. 본질적으로 기업의 가치 창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벌지 못하는 업무(인원, 사업부)가 아니라 특정한 가치 창조 방향으로 맞춰지지 못한 프로세스와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대다수 기업들이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 모형을 새로운 수익창출 측정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이 결과 지원 영역으로 분류된 활동을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외주화하고 축소지향적으로 만들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많은 미국 기업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가치창출의 부분들을 떼어놓는 사이에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침범해 들어갔고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되었습니다.


돈이 아닌 고객가치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할 기업 내부 프로세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도 재미 있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몇 해 전 아이폰이 국내시장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을 때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중소기업에 속한 금형 전문가 스카웃에 열을 올렸습니다. 스마트폰 외부 케이스를 양산할 때 사용하는 것이 금형인데 아이폰의 경쟁우위 중 제품 기획단계부터 케이스 설계를 정교하게 하고 그에 걸맞는 최고의 금형 사출 기법을 사용하여 양산한다는 분석 보고가 최고경영층에게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이미 금형사업부가 돈을 못버는 부서라 평가하여 몇 해 전부터 외주화하여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경기 서부 공단에 있던 금형전문가를 연봉 몇 배씩 주고 스카웃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객가치, 혹은 경쟁가치 측면에서 기업 내부(업무) 프로세스를 본다면 단순히 돈을 버는 부서인가 못버는 부서인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고객이 충분히 그 가치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한다면, 그 가치 창출에 일조한 역할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비용 문제로 외주화하고 있는 콜센터 업무가 그렇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돈만 보고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유통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Zappos의 강점은 바로 그 콜센터에 있습니다. 그들의 콜센터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며 Zappos의 핵심 브랜드 가치를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기업의 핵심 경쟁우위입니다. 물론 서로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과 사명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펴 본 기업들이 있을까요? 사실 국내 기업들의 AS는 점점 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이나 엘지로 대변되는 고객서비스는 그래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RS방식이나 고객 게시판 등 비대면접촉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게다가 외주화되면서 기존 자기 기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응대원들과 다르게 오로지 매뉴얼에만 매달리는 고객센터를 접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고 외면하게 됩니다.


  30년이나 된, 어쩌면 시대에 뒤쳐진 모형일 수도 있지만 가치사슬은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기업인들에게, 마케터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이나 마케터들이 바라봐야 할 것은 재무제표의 돈이 아니라 고객들이 지각하는 가치라는 것, 그것을 창조해내기 위해 기업 내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프로세스가 무엇인가일 것입니다. 그것이 본질적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Copyrightⓒ2014. Hybrid Lab. All rights reserved.

'마케팅&브랜딩 > 마케팅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벤치마킹(Benchmarking)  (0) 2015.03.06
4C 믹스  (0) 2015.02.27
포지셔닝  (0) 2013.11.25
Five Force Analysis  (0) 2013.11.22
Product Life-Cycle theory  (0) 2013.11.2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