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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혁신 혹은 전략,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가 벤치마킹(Benchmarking)입니다. 대부분 경쟁사의 성공 사례(Best Practice)를 도입하여 자사의 혁신이나 개선을 꾀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최근에는 다소 한물간 개념으로 그리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한 때 경영과 마케팅을 풍미했었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용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최초 사례를 살펴보면 벤치마킹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벤치마크
용어로서 벤치마킹은 벤치마크(Benchmark)에서 유래했습니다. 본래 미국에서 구두를 닦을 때 벤치에 앉았다고 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용되던 단어가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측량 대상의 기준점을 잡을 때 그 기준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형되었습니다. 이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 시대에는 서버나 통신 모듈의 속도 측정시 기준점과 비교 측정할 때 벤치마크 테스트란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
경영/마케팅 분야에서는 1970년 대 후반에 벤치마킹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벤치마크를 실행한다는 의미에서 단어 뒤에 ing가 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초로 이 용어를 직접 언급하며 현장에 적용한 기업은 제록스입니다. 이들이 벤치마킹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1970년대 시장에서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복사기의 대명사였던 제록스는 1970년대 초반까지도 전 세계와 미국 복사기 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며 독보적이었죠. 그러나 다수의 미국 내 경쟁사가 도전을 하고, 특히 전후 재도약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캐논, 리코, 미놀타 등-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제록스의 아성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 기업이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잃기 까지 합니다. 게다가 경쟁사들은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이라는 기본적인 제품 경쟁 우위를 갖고 미국 복사기 시장을 공략하였고 그 결과 1982년 제록스 시장 점유율을 13%까지 떨어뜨리게 됩니다.
제록스 경영진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자 여러 방편을 시도했습니다. 광고 캠페인을 바꿔보고 A/S를 강화했지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주요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경쟁사 제품을 구입해 역공학(Revers-Engineering)을 하였는데 부품과 조립의 완성도, 믿을 수 없는 가격 구성 등을 밝혀내고 놀라게 됩니다.
역공학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으로
벤치마킹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제록스 경영진은 그런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고자 1979년 제휴사였던 후지제록스에 엔지니어들을 보냅니다. 그리고 후지제록스의 도움으로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부품 구매, 운송, 조립, 생산에서 출하까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과정-를 면밀하게 파악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록스는 자신들이 부품 조달부터 이미 경쟁사에게 압도당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제록스는 자사의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일본 기업의 것과 비교하여 불필요한 낭비요소, 엄격한 검품을 통한 불량률 감축, 조직 개편을 통한 간접비 최소화 등의 혁신 활동을 합니다. 또한, 자재 및 제품 물류 관리 방식 개선을 위해 당시 미국의 유명 의류 소매상인 L.L. Bean을 벤치마킹합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부품 관리 및 전달, 제품의 신속한 출하 및 재고율 감소를 추진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단순 경쟁사 벤치마킹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록스 복사기 기업 및 개인 고객 대상으로 다양한 조사를 실시하여 고객들이 복사기 제품 뿐만 아니라 사후 서비스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여 그에 대한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1989년 제록스는 북미 복사기 시장 점유율을 46%까지 끌어올려 벤치마킹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됩니다.
이처럼 벤치마킹은 단순히 외부적으로 드러난 경쟁 기업의 장점이나 다른 산업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그 기업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그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기준에 따라 자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개선하며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하여 끊임 없이 개선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활동입니다.
간혹 기획부서나 마케팅 부서에서 수박 겉핥기식 벤치마킹 사례를 들어다가 자사 전략에 참고 자료처럼 사용하는데 이런 섣부른 행동이 회사의 의사결정자들과 현장 실무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누군가 잘 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 이유는 단순히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말로는 벤치마킹을 한다고 하지만 실재로는 거의 없거나 실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었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실행해야 하는 마케팅 활동이 벤치마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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