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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지하철에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중 무엇을 이용하였나요?

상당수 사람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합니다. 계단을 이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오르기가 귀찮고 힘들기 때문이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지하철역 OdenPlan. 스웨덴 폭스바겐(Volkswagen)은 이 역의 계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한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계단을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바꾸고, 밟으면 소리가 나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은 신기해서, 또 재미 때문에 이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계단을 바꾼 후 계단 이용률이 66%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출처: www.thefuntheory.com

 
,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계단 사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하철 역의 계단을 피아노로 바꾼 것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자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유익한 캠페인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왜, 폭스바겐(Volkswagen)에서 이런 활동을 했을까요? 자동차를 타지 말고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메세지라도 전달하는 걸까요?
 
Social Design for Better World
 

폭스바겐의 "The Fun Theory"는 "사회적 디자인" 영역에 속합니다. 작은 변화로 사람들의 행동을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을 "사회적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런 캠페인을 선보인 이유는 다름아니라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은 "BLUEMO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다 환경 친화적인 자동차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연료 효율을 극대화 시켜 연비를 늘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GreenTechnology를 사용한 자동차에 붙이는 이름이죠. (예를 들면 주행중 정차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재 출발할 때 시동이 다시 걸리고, 브레이크를 밟은 양에 비례하여 에너지를 비축하여 동력에너지로 환산해 주는 에너지 재생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이 사용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가치관과 행동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환경운동을 할 수는 없죠.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친환경 차량,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위해 환경기금 조성이나 교훈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했었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회적인 통념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유리병 재사용을 증진 시키기 위한 "Bottle Bank Arcade", 제한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들에게 복권을 나누어 주는 "The Speed Camera Lottery", 길에 버리는 쓰레기를 쓰레기 통에 모을 수 있도록 고안한 "The World Deepest Bin", 그리고 지금 보신 피아노 계단까지..

 
폭스바겐이 타 브랜드들과 가장 차이나는 지점은 사회적 디자인을 하면서 그저 '착한 것'이나 '옳은 것'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고루하고 뻔한 인상이 아닌 '좋은 것은 재미난 것'임을 얘기했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좋은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재미난 것임을 느낄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 가장 탁월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지 모르지만, "TheFunTheory"의 몇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쓰레기통> : 쓰레기를 버리면 "휘이익~"하고 물체가 떨어지는 재미난 소리가 들립니다.

 
 
<피아노 계단> : 앞에서 이미지로 본 것이죠. 계단을 오르 내리면 피아노 건반에서 소리가 납니다.
 
 
<속도 카메라 복권> : 제한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를 촬영하여, 집으로 복권을 보내줍니다.
 
 
<병 재활용 게임> : 재활용 병을 넣으면 포인트가 올라가며 게임처럼 작동합니다.
 
 
<플레이벨트> : 차량 뒷자석 안전 벨트를 채우면, 앞자석 등받이에 붙은 화면에서 재미있는 영상이 나옵니다.
 
(동영상을 다 보셨나요? 짧고 경쾌한 내용으로 진행되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의미는 흥미와 즐거움을 통해 강해진다

 

가끔 마케팅 전략 회의를 하면 이성적/감성적 접근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짖굿게 반문합니다. 뭐가 이성적이고 뭐가 감성적인가? 그게 그렇게 수박 반쪽처럼 나눠지는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이성적이며 감성적인 존재죠. 어떤 판단을 할 때 이성적으로 결정하면서도 결국 첫인상이나 자신의 호불호에 따른 감성적 판단을 같이 내립니다. 두 판단이 서로 충돌할 경우 대체적으로 감성적인 판단이 힘을 발휘하죠.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수신자들에게 설득적이려면 의미의 중요성과 진실함만큼 중요한 것이 흥미와 즐거움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로 설명해 볼까요. 아빠와 아이가 둘만의 여행을 가서 가족의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는 그 의미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연애인 가족의 일상, 아이들만이 주는 꾸밈 없는 이야기, 그렇기에 예측하기 힘든 돌발상황 등은 본래의 의미를 더 설득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최근 사회적 환경은 기업들에게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에 따라 기업들의 CSR활동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SR은 별도의 자선해위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행위도 일부 경제적 약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CSR 활동 역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요식적 자선행위에서 벗어나 보다 좋은 사회를 위한 Social (Re)Design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 폐 휴대폰과배터리 수거는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잘 시행되지 않는 것은 계도적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디지털 자판기"(가칭) 같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겠죠. 폐 휴대폰이나 배터리를 넣으면 점수가 쌓이고 특정 점수가 넘으면 기부를 하거나, 혹은 QR코드를 제시해서 버린 사람에게 상품권이나 여타의 작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행위와 재미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기업들도 이제는 사회적 디자인 관점에서 좀 더 사회에 기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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