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국내 첫 여성 대통령이란 의미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법한 일입니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행정부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많은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광고를 집행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17대 취임식에도 그랬고 자료를 찾아보니 16대 취임식에도 있었던 일입니다. 아마도 새로운 행정부의 수반이 취임한다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경영환경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집행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광고 집행이야 기업의 자유로운 권리입니다. 그런데 제 흥미를 끈 것은 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스타일입니다. 아마도 취임식 광고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을 너머 그룹 전체)의 최고 의사결정자까지 결제를 받고 집행한 광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기업(혹은 그것이 속한 그룹)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분석해 보았습니다. 각 기업들은 어떻게 취임식 광고를 집행했는지.

 

일반형

 

이 크리에이티브는 Visual적으로 큰 특색이 없습니다. 주로 카피를 중시으로 취임을 축하한다는 본질적 메시지에 충실한 광고입니다. 찾아본 사례에서는 농협, KDB금융그룹, 대한한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좌부터. 농협, KDB금융그룹, 대한항공)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형태의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한 팀은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인물에 대한 비주얼이나 다른 여타의 요소 없이 스트레이트하게 광고를 했다고 보여집니다. 아무래도 축하 받는 대상자의 선호나 취향을 알기 힘들테니까요. 그래서 최소한의 요소인 봉황이나 청와대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농협이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취임식 당일 전 일간지와 경제지 1면 하단에 집행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빠른 행보였습니다.

 

정치광고형

 

이 부류의 광고는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였습니다. 단독 이미지, 혹은 지난 선거운동 사진 등을 메인 비주얼로 삼아서 카피와 매칭시킨 형태인데 다양한 형태가 개발되었습니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삼성, STX, 현대자동차, IBK기업은행, 한화, 두산, 롯데, 하나금융그룹)

 

마치 선거운동 기간 중 집행된 광고 캠페인을 연상케 합니다. 주로 시민과 함께 하는 모습, 태극기, 무궁화 등의 이미지가 함께 사용되었으며, 정치 구호가 곁들여진 카피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해당 기업의 광고 담당자들이 선거 캠프의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판단한 것이라 추측됩니다.

 

여기서도 삼성만이 전 일간지 및 경제지 백면(끝 페이지) 전체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재계 1위 기업으로서 물량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업PR 연장형

 

세 번째 유형은 취임 축하 광고이긴 하지만 해당 기업의 기업 브랜드 광고 형태를 유지한 스타일입니다.

 

(좌로부터 시계방향. KB금융그룹, KT, 신한금융그룹, LG, SK)

 

위 기업들은 자신들의 크리에이티브 스타일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공식 축하 문구나 메인 카피 등을 제외하면 사실 기존에 하던 기업 브랜드 광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본다면 SK의 재치 있는 비주얼 요소가 나름 신선한 느낌이네요)

 

아마도 여기에 속한 광고 담당자들은 지나친 축하형이나 인물 지향적 크리에이티브가 정치 편향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면 축하의 메시지 역시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하에서 소화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행정부 수반이 취임할 때마다 취임 축하 광고는 계속될 것입니다. 정치와 경제는 아무래도 분리되기 힘든 부분이 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기업의 개성을 살린 크리에이티브를 더 고민해 본다면 어떨까요? 조금은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조금은 소프트하게 정치와 브랜드가 시민들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한다면 그 자체도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Copyrights ⓒ 2013 녹차화분 All rights reserved.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