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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유행입니다. 어떻게 하면 트렌드를 예측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트렌드, 즉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늘 고민하죠. 그래서 그들은 매번 고객 및 소비자 관련 조사를 할 때마다 그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곤 합니다. 물론 매번 답은 비슷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가장 각광받은 정보원은 주변인/지인 등으로 파악되는 구전(Word of Mouth)입니다.
구전
이것이 마케터들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블레어위치 프로젝트(The Blair Witch Project, 1999)' 때문일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 구전을 프로파갠더로 보거나 그저 우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블레어위치'가 사실과 가상, 현실과 인터넷을 적절히 섞고 포장하여 기획된 구전 행위로 폭발적인 결과를 얻는 것을 보며 마케터들은 점차 구전을 기획된 활동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구전의 효과를 보다 극명하게 보여준 매체가 등장합니다. 국내의 싸이월드, 미국의 마이스페이스가 그것이죠. 기존의 인터넷 블로그나 게시판도 사회적 연결망 분석이 가능했으나 그것은 일반인들이 파악하기 어렵고 그 연결망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가치 판단도 쉽지 않았죠.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제 사람들이 누구와 친구를 맺고 어떻게 정보를 교류하고 자발적/비자발적 행위를 구분할 수 있으며 긍정/부정 역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케터들은 보다 더 유행과 트렌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ipping Point
이러한 관점을 체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 말콤 글래드웰이 쓴 『티핑 포인트(2000)』입니다. 어떤 한 현상이 갑자기 대중적 인기를 얻는 지점을 일컫는 용어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으로 글래드웰은 세 가지-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를 제시합니다. 적절한 사례와 재미난 이야기 구조로 인해 '티핑 포인트'는 매우 큰 인기를 얻었죠. 그 이후 많은 마케팅 기획서나 전략서에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이긴 하지만 실제 그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유행이 일어날까요? 게다가 책에 제시된 세 가지 요소는 그저 묘사이지 실제 그 티핑 포인트의 작동 방식이나 기제를 증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도 설명하지 않고 있죠. 무엇이 그 티핑 포인트의 역치(한계점)를 설정하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적 연구법이겠죠.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재미난 연구들이 있더군요. 아래 내용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한 것입니다.
사회적 영향력
Salganik, Dodds, Watts의 "Experimental Study of Inequality and Unpredictability in an Artificial Cultural Market(2006)" 논문은 실제로 서적, 영화, 음악 등의 문화적 콘텐츠가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되는지(소위 Tipping 되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실험 결과 사회적 영향력 요인(예컨데 타인의 선택 결과를 알 수 있거나 평점, 순위 등의 참고 자료가 존재할 때)을 개인이 접할 기회가 많을 수록 특정한 문화 콘텐츠의 성공 여부는 일정하지 않으며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문화 콘텐츠의 성공이 내재적 요인(완성도)보다 외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에 어떤 것이 반드시 성공하거나 성공한다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 실험 결과를 현실에 대입해보면 이렇습니다. 어떤 영화나 음악, 서적 혹은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이 성공하고 나서 그 콘텐츠 내재적 요인에 의해 성공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결과론적 해석일 뿐입니다. 그저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해설 외에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특정한 실험법 하나가 현실을 말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 내에 원래 그런 요인이 있어 그렇게 되었다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분석은 엄밀히 말해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령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 요인이 원래 그 곡에 내재한 완성도니 뮤직 비디오의 어떤 것 때문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보다 엄밀하게 분석한다면 싸이의 뮤직비디오 조회수와 유튜브 주소 링크를 건 트위터 글과 리트윗 경로 분석이 더 객관적인 해석을 제공할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트랙킹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케터들은 보다 더 많은 인간 행동의 패턴과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현실 세상을 재현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기존 마케팅이 갖고 있던 신화나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때로는 거의 사실이 아닌 경우도 흔하니까요. 동굴 속에 비춰진 우상의 그림자가 아닌 태양 아래에서 직접 그 실체를 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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