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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하나의 블로그에서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글 보기 ☞ "내리막길의 온라인 서점은 미래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마케팅, 브랜드, 그리고 경영에 관해 글을 쓰다보니 시장에 대한 글 역시 하나의 꼭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몇가지- 출판, 인터넷서비스, 음반시장-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 시장들은 벌써 몇 년째 위기 속에 있죠. 아니 거의 상시적 위기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특정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성숙기 시장이라고 불려지는 것들이 대부분 성장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죠. 기업의 성장동력이 문제가 아니고 시장의 성장판이 멈추고 쇠퇴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요인은 산업 관점의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산업 관점의 마케팅

 

위에 링크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 블로그 글에서도 표현되지만, '산업 관점의 마케팅'이란 특정 시장에 참여한 참여자-그것이 생산자이든 소비자이든 유통업자이든-들이 시장 생태계의 존립 관점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기호 소장의 글로 보면 yes24로 대변되는 국내 온라인 서점들은 자신들간의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출판시장이라는 넓은 시장 생태계 자체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저 자신들의 온라인 서점에서 한 권이라도 더 팔려고 할인율을 높이고, 포인트를 제공하고, 사재기를 부추기고, 광고에 기반한 베스트셀러 만들기에만 급급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시장이 존립할 수 있는 초판에 대한 정부의 도서관 의무구입이나 정가제, 참고서 중심에서 단행본 중심으로 시장변화 촉진을 위한 도서교육체계 개혁 등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죠.

 

담합이 아닌 생태계 관점의 조정자

 

산업 관점에서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추진하려면 공정한 조정자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대부분 상위 기업들이나 공무원 등의 낙하산 부대가 장악한 협회 및 공공기관들이 조정자로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의 성장이나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전의 글에서 맥주 시장을 말하며 주류협회의 통계발표 중지를 언급해드린 적이 있죠. 자동차시장에서는 국토부가 여전히 급발진 사고나 리콜 등에 있어 제조업체 눈치를 봅니다. 금융감독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하다못해 KBO나 KBL, 대한축구협회 등은 늘 관객이나 해당 스포츠 팬으로부터 힐난과 비난만 받습니다. 사실 스포츠 시장 형성에 협회가 큰 기여를 했다고 보는 팬들은 거의 없죠.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많이 적발되는 기업 범죄 중 하나가 담합입니다. 공정거래위가 해마다 적발, 시정, 벌금 등의 조치를 내리는 담합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현상은 한국 시장이 시장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생태학적 관점이 아니라 여전히 과거의 공급자/제조자/관 중심의 왜곡된 형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한국 경제에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국 소비자 지향적 기업이 승리한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 맥주 시장은 해외 브랜드들의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축구리그 관람객보다 EPL 새벽중계 시청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근 가구 업계는 IKEA 임팩트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이처럼 시장을 좀더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도로 만들지 못한 곳에서는 시장 니즈에 충실한 외부 경쟁자 등장이 큰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과거 아이폰의 도입이 통신 시장에 그런 역할을 했었죠.

 

더 큰 문제는 해당 시장이 공정한 경쟁 체제를 갖춰야 소비자 니즈에 맞춰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 발전할텐데 시장 외적인 것에 더 많이 좌우될 경우 정체되거나 쇠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가장 대표적인 시장이 국내 인터넷 보안/결제 시장이죠. 거의 전 세계 인터넷 환경 속에서 유일한 섬처럼,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나마 관의 입김이 덜하고 공정한 경쟁 체제가 형성되어 있는 조선, 가전/전자통신, 온라인 게임 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 대상으로 경쟁력이 뛰어난 이유도 시장 자체가 공정 경쟁 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결국 소비자 지향적인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외칩니다. 자꾸 무엇을 만들어내려고 하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경제를 살려내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관 스스로, 그리고 관이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다양한 산업 협회가 더 공정하고 더 소비지향적인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투자하고 기술 개발을 하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일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기는 마케팅을 해야지 자꾸 외부의 힘을 빌리거나 불평등한 관계를 이용해 눈 앞의 이익만을 쫓는다면 잠시나마 성공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 시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 시급히 필요한 것, 바로 시장 관점의 마케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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