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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사간의 법정 공방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판결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미국에서의 판결 이외에는 대부분이 무승부에 가까운 결론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죠. FRAND 규약에 어긋나게도 표준화된 기술에 대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소송에서는 삼성전자가 이겼을지 몰라도 향후 통신/전자 업계에서 삼성전자는 보이지 않는 큰 실책을 범한 것이란 의견이 다수입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민족주의를 앞세워 표준화된 기술에 대해 자신의 특허를 주장했기에 타 국가에서도 군소 기술 보유 업체들이 삼성전자에게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오늘의 핵심 내용이 아니니 일단 패스하고...

 

갑자기 국내 언론들이 해외에 난 조그마한 기사를 하나 갖고 난리를 칩니다. 대부분이 애플 역시 과거 타 회사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이다라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애플 50년전 브라운 디자인 표절?' - 세계일보

'애플 혁신적 디자인, 50년대 독일 브라운사 모방?' - 조선일보

'애플 제품, 1950년대 브라운사 디자인 모방?' - 서울신문

 

거의 모든 기사가 9월10일 오후를 기점으로, 아마도 9월11일 오전에 전파되도록 시점을 맞춰 나왔네요. 기사 내용도 너무 비슷하네요. 세 명의 다른 기자가 같은 소스를 갖고 썼다고 보기에도 너무 내용이 같네요. 게다가 제목도...

 

그런데 두 회사의 제품이 얼마나 유사한지 일단 비교해볼까요.

 

Details of Braun T1000 radio (1962) and the Mac Pro (2006)

Braun T3 pocket radio (1958) and first-generation iPod (2001)

 

Braun ET44 calulator (c.1977) and iPhone's native calculator app (c.2007)

Braun infrared emitter (1970's) and the iSight camera (2003)

 

Braun LE1 speaker (1959) and the Intel Core iMac (2006)

 

제시된 제품들의 디자인을 보면 상당히 유사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그 제품의 외관을 베낀 것일까요? 만일 그런 입장이라면 세상에 모든 외형상 유사한 제품들의 디자인은 모사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나단 아이브가 평소에 브라운사의 디자이너 디히터 램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나, 디히터 램이 애플의 디자인을 보고 자신이 주장한 10가지 좋은 디자인의 원칙을 가장 충실히 잘 반영한 기업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히터 램(Dieter Rams)의 10가지 좋은 디자인의 원칙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은

• 혁신적이다. (Is innovative)

• 제품을 유용하게 만든다. (Makes a product useful)
• 아름답다. (Is aesthetic)
•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 겸손하다. (Is unobtrusive)
• 정직하다. (Is honest)
• 질리지 않는다. (Is long-lasting)
• 세부까지 일관적이다.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 친환경적이다. (Is environmentally friendly)
• 가능한한 단순하다.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사실 위의 기사들이 인용한 Cult of Mac의 글이나 이와 유사한 해외 디자이너 커뮤니티의 글들은 애플이 브라운사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이 아닌 이유처럼,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아이폰을 레퍼런스로 삼아 디자인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지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즉, 삼성전자 디자이너들도 아이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것이죠.

 

디자인이란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방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자사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을 들이민다면 디자인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법정 공방은 쌍방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전체 디자인 생태계 입장에서 더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국내 언론의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 기사는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국내 기업 위주로 기사를 쓴다고 하더라고 영감을 받은 것과 모방을 두리뭉실하게 만들어 무조건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은 디자인 업계나 디자인을 바라 보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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