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 브랜딩-철원 양지리 철새마을

여러분은 철새마을이라고 혹시 아시나요? 국내에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지역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는 토교 저수지와 철원 평야가 인접해 있어 철새들이 모이는 천연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이곳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유명한 이유는 멸종 위기에 처한 두루미와 독수리 등이 겨울이면 이 지역을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천연 생태 자원을 갖고 있던 철원군은 외부로 더욱 알리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발전시키길 원했고 2010년 국토교통부 주관 지역 활성화 시범사업에 공모하여 당선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철원 양지리 철새마을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가 그것입니다.

이 사업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다른 지역 브랜딩 사업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많은 지역 브랜딩 사업이 관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철새마을 사업은 관이 아닌 민간, 특히 시민들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철새마을 사업에는 여러 민간 전문가들이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철새 전문가 김지석, 건축가 김광수, 프로그램 기획 전문가 이재영, 커뮤니티 전문가 오형은 등이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지역 명물 만들기가 아니라 지역 브랜딩이라는 한 차원 진일보한 사업 형태로 나아가기 위하여 액션서울팀이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액션서울의 이장섭 대표는 사과 브랜드 파머스파티를 통해 지역 브랜딩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유명해진 경우죠. 이들의 참여로 시작된 지역 브랜딩 사업은 1차적으로 자연과 철새라는 철새마을의 모티브에 기반한 마을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지리 철새마을은 관보다 민이 중심에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워크숍이 있는데 이들은 이 워크숍을 통해 지역 브랜딩이 그들의 실제 경제활동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위에 제시된 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단순히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수익 사업을 발굴하고 그것을 상품화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자리인 것이죠.

 

양지리는 철새만큼 유명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철원 오대쌀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국내 지역 사회에는 제대로 브랜딩된 농산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철원 오대쌀 역시 마찬가지로 쌀 패키지가 농가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철새마을에 참여한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들은 철원 오대쌀 로고와 패키지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철원 오대쌀에 대한 통일된 이미지와 다른 쌀과의 차별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철새마을 지역 브랜딩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근본적인 인프라의 개발입니다. 양지리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선물용 싸라 패키지도 있답니다. 천으로 만든 선물용 쌀 패키지를 주민들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양지리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제조하여 그에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외부에서 구매하던 쌀 포대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 브랜딩 활동이 결과물 위주로 진행됩니다. 지방 관료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찾기 때문이죠. 특히 선거가 중간에 끼여 있으면 외형적인 생산물을 바로바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변화보다 변화에 대한 시늉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하지만 양지리 철새마을 사업은 다른 것 같습니다. 관에서 출발했으나 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점, 외부 전문가들의 힘을 최대한 빌려 전문성을 강화한 점, 무엇보다 2016까지 꾸준히 진행하려는 든든한 후원자인 철원군. 이 세 요소가 합심하여 만들어낼 양지리 철새마을 지역 브랜딩 사례. 무척 기대가 큽니다. 제대로 된 지연 브랜딩 사례가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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